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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골목길 안전은 우리가 장유 주민 보호하는 ‘밤 지킴이’■ 김해서부경찰서 ‘도보순찰대’
  • 수정 2017.03.29 09:46
  • 게재 2017.03.29 09:43
  • 호수 316
  • 9면
  • 김예린 기자(beaurin@gimhaenews.co.kr)
   
▲ 김해서부경찰서 생활안전계 박동선 경감, 신호준 경사, 하기욱 경위 등 도보순찰대가 무계동 주택가 순찰에 앞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서부서, 지난달부터 ‘도보순찰대’ 운영
경찰·주민, 인적 드문 주택가 합동 감시

빈집, 빈공장 구석구석 살피며 안전 챙겨
가로등 등 불빛 없는 지역에 보안등 설치

범죄 취약 지역 살피며 문제점 해결 나서
주민 체감 치안도 상승, 신고 건수 줄어




칠흑 같은 어둠이 깔린 밤. 캄캄한 골목길에 의지할 것이라고는 희미한 가로등 밖에 없다. 집을 향해 바삐 걷다 인기척이 느껴지면 어깨가 절로 움츠러든다. 뉴스에 보도됐던 각종 사건들이 머리를 스친다. 온몸의 신경은 뒤에서 걸어오는 사람에게 집중된다. 발걸음이 사라지면 그제서야 마음이 놓인다. 무서움을 덜어볼 요량으로 휴대폰을 꺼내 친구, 가족에게 전화를 걸며 귀갓길을 재촉한다. 남녀 할 것 없이 홀로 걷는 밤길은 두렵기만 하다. 
 
지난 23일 오후 7시 50분. 김해서부경찰서(서장 김향규) 생활안전계에 형광색 조끼를 입은 시민, 경찰관 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출발해 볼까요?" 생활안전계 박동선 경감의 말에 다들 손전등, 경관봉을 들고 경찰서를 나섰다.
 
김해서부경찰서가 지난달 13일부터 운영하고 있는 '동네두바퀴 도보순찰대'의 활동 모습이다. 도보순찰대는 김해서부경찰서의 새로운 방범활동이다. 평소 오후 8~10시에는 도보순찰대 경찰관 4~6명이 차량으로 순찰하기 어려운 지역을 걸어 순찰한다. 매주 화·목요일에는 시민경찰연합회 회원들도 가세한다. 이들은 경찰차를 주택가 교차로에 세워둔 뒤 2개조로 나눠 주택가 골목길 곳곳을 걸어다니며 밤길을 살핀다. 주로 무계동, 내덕동, 부곡동 등 인적이 드문 주택가 골목, 공원 등을 순찰한다.
 

   
▲ 박동선 경감이 보안등 설치가 필요한 집의 주소를 적고 있다.

박 경감은 "야간 근무를 하는 경찰관들은 주민 신고에 대처하는 것만으로도 바쁘다. 게다가 경찰차로 이동하다 보면 주택가의 어두운 골목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다. 이러한 취약점을 해결하기 위해 도보순찰대 운영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도보순찰대는 화려한 조명이 빛나던 대청동 중심상가를 지나 무계동 무계교 인근 주택가에 도착했다. 오후 8시밖에 되지 않았지만 동네는 쥐죽은 듯이 조용했다. 경찰차에서 내린 대원들은 2개조로 나눠 각자 순찰할 구역을 정했다. 박 경감과 경비교통과 신호준 경사, 장유3동봉사캠프 양미화 캠프장은 무계천 인근 주택가를 순찰하기로 했다.
 
오후 8시 30분. 늦은 시간이 아니지만 골목길을 지나가는 사람은 찾아볼 수 없었다. 발소리에 놀란 개들이 동네가 떠나갈 듯 짖어댈 뿐이었다. 박 경감은 "경찰차량이 교차로에 주차돼 있는 것만으로도 주민들은 안심하고 밤길을 다닌다"고 말했다.
 
박 경감이 손전등으로 불빛 하나 없는 주택 사이를 비췄다. 사람 흔적이 남아 있지 않은 빈집, 기계 작동이 멈춘 공장 등을 손전등으로 이리저리 살폈다. 신 경사는 "빈집이나 빈공장에는 노숙자, 청소년들이 더러 있다. 빈집을 방치해 두면 범죄 장소가 될 수 있다.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순찰 도중 빨간 경광등이 반짝이는 수제화 전문점이 눈에 띄었다. 창문에는 '대한민단SOS본부', '방범·치안 봉사단체'라는 빨간색 글귀가 붙어 있었다. 박 경감이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갔다. 수제화를 만드는 구태호(54) 씨는 자발적으로 마을 방범활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무계동 일대에는 알코올중독자들이 행패를 부리는 일이 잦다. 율하 등 택지개발 이후 과거 장유의 중심지였던 무계동은 가장 낙후한 지역이 됐다. 동네가 갈수록 쇠퇴한다"고 아쉬워했다.
 

   
▲ 경찰관들이 한 주민과 치안의 문제점 등을 논의하고 있다.

무계천 상류의 삼문마을 입구에 도착했다. 마을 입구의 한 집 앞에는 불빛 하나 보이지 않았다. 박 경감은 "너무 어둡다. 보안등을 하나 설치하는 것이 좋겠다"며 집의 초인종을 눌렀다. 집에서 나온 조 모(67·여) 씨에게 박 경감이 "어머니, 집 앞이 많이 어두운데 불편한 점 없습니까"라고 물었다. 조 씨는 "때 마침 잘 왔다. 집 앞에 등 하나만 설치해 주면 좋겠다. 밤에 너무 어두워서 집 밖에 나가기가 무섭다"고 말했다. 박 경감은 조 씨의 집주소와 연락처를 받아 적었다. 박 경감은 "시에 연락해서 해결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약속했다.
 
무계동에는 슬레이트 지붕에 흙으로 지어 낡은 집들이 많았다. 1층의 낮은 집과 다가구주택들은 대문을 활짝 열어 고정시켜 놓기도 했다. 신 경사는 "주민들은 오가기 편하려고 대문을 열어두지만, 절도 등 범죄에 쉽게 노출될 우려가 크다. 항상 방범장치를 점검하고 문을 꼭 잠그는 게 범죄를 예방하는 지름길"이라고 설명했다.
 
5층 정도의 원룸이나 다가구주택 등의 외부 벽에는 가스배관이 5층까지 연결돼 있었다. 박 경감은 손전등으로 가스배관을 가리켰다. 그는 "유럽 등에서는 건물을 지을 때 경찰 등 전문가를 참여시켜 범죄예방환경설계인 '셉테드'를 적용한다. 우리나라는 이런 제도가 없어 신축건물이 범죄에 취약한 경우가 많다"고 우려했다.
 
골목을 걷다 보니 주황빛 가로등 옆에  LED보안등이 동네 어귀를 밝히고 있었다. 박 경감은 "도보순찰을 하면서 어두운 골목 위치를 기록했다가 나중에 LED보안등을 설치하기도 한다. 이것도 최근에 설치했다"고 자랑했다.
 
양미화 캠프장은 "도보순찰대가 만들어진 후 하루 경찰 신고 건수가 100건에서 70~80건으로 줄었다고 들었다. 이웃들도 요즘 경찰들이 동네에 자주 보여 안심한다고 하더라. 도보순찰대가 장유의 '밤 지킴이'가 돼 기쁘다"고 말했다.
 

   
▲ 경찰관들이 플래시로 어두운 골목길 안을 살펴보고 있다.

동네를 구석구석 도는 사이 시계바늘은 오후 9시를 넘어섰다. 다른 지역을 돌았던 장유1동 김종문 통장과 경비교통과 하기욱 경위도 처음 출발 장소로 돌아왔다. 김 통장은 "주택가에는 가로등 하나 없는 곳이 많았다. 장유에도 외국인근로자가 늘면서 외국인범죄를 걱정하는 주민이 늘었다. 도보순찰대 활동으로 장유가 원주민, 외국인 모두 살기 좋은 동네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경감은 "앞으로도 도보순찰대 활동을 꾸준히 진행할 예정이다. 주민들의 밤거리 안전을 지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도보순찰대 대원들은 다른 지역을 순찰하기 위해 경찰차에 몸을 실었다. 경찰차는 경광등을 번쩍이며 힘차게 도로를 달려나갔다.
 
김해뉴스 /김예린 기자 beaurin@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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