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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백' 한국경제의 딜레마경제칼럼
  • 수정 2017.03.29 11:15
  • 게재 2017.03.29 09:49
  • 호수 316
  • 7면
  • 강한균 인제대 명예교수(report@gimhaenews.co.kr)
   
 

영국의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 최근호는 '글로벌 경제의 놀라운 성장'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세계 제조업의 두드러진 회복세를 언급하고 '세계 경제의 봄' 징후를 조심스레 점쳤다.
 
이와는 달리 한국 경제의 봄은 아직 멀기만 하다. 종전에는 한국 경제를 '샌드위치'라고 부르다 요즘에는 이보다 못한 '샌드백' 신세에 비유한다. 한국산업이 중국의 저가공세와 앞서가는 일본의 기술력 사이에 낀 샌드위치에서 중국과 미국의 '펀치'를 얻어맞아 위협을 느끼는 샌드백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의미다.
 
샌드백이라는 단어에는 '얻어맞는다'는 고통의 의미도 있지만, '외부의 자극을 받고 다시 돌아간다'는 복원의 의미도 있다. 하지만 요즘 사드 배치를 빌미로 한 중국의 막무가내 보복과 예측불허인 미국 트럼프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의 끝은 과연 어디일지 자못 불안하기만 하다.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와 한미자유무역협정(FTA) 규정을 교모하게 피해가면서 한국 수출상품의 노골적 통관절차 지연, 한국 단체관광 전면금지, 중국 내 한국기업 상품의 불매운동 등 졸렬한 보복 수단을 모두 동원하고 있다.
 
한국경제는 어느 나라보다 중국 의존도가 높다. 한국의 수출 가운데 중국 비중은 25%다. 홍콩을 포함하면 30%에 육박한다. 한국을 찾는 관광객 가운데 중국인 비중은 50% 이상이다. 중국 관광객은 국내 면세점 매출의 72%를 차지한다. 중국 펀드 비중도 11% 정도다.
 
한국을 때리는 중국이 치르게 될 기회비용은 그다지 크지 않다. 중국의 한국 수출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4%다. 중국 내 한국 직접투자 유입 비중도 5%에 머문다. 중국을 찾는 관광객 중 한국인 비중은 7% 정도다. 한국펀드는 2%에 불과하다. 한국 중간재 수입 비중이 크다고 하지만, 메모리 반도체를 제외하고는 다른 나라에서 대체 수입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중국 경제의 의존도를 낮추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외치지만, 단기적으로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의존도를 완화하는 과정에서 치를 사회적 비용도 만만치 않다. 
 
사드 배치는 북한 핵위협, 미·중 외교·안보 문제와 얽혀 있어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한다. 안보가 우선이라고 하지만, 안보도 결국 경제와 직결돼 있다. 그동안 정부는 "사드 배치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절대 없을 것"이라고 방관만 했다.
 
중국 못지않게 미국의 펀치도 만만치 않다. 미국은 중국 다음으로 많은 한국 수출품에 반덤핑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일부에는 '폭탄' 반덤핑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대미 무역수지 흑자를 빌미로 하는 한·미FTA 재협상 요구, 환율조작국 문제 제기 등도 우려된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고의적인 펀치는 아니지만, 1300조 원이 넘는 한국의 가계부채에 치명타가 될지도 모른다.
 
장기적으로 한국경제가 샌드백 신세에서 벗어나는 최선의 방법은 수출에 목매지 않고 내수시장을 키우는 길이다. 하지만 얼어붙은 소비심리 탓에 이를 기대하기 쉽지 않은에다 인구 5000만의 소규모 시장으로는 한계가 있다. 어떤 외국 학자는 한반도의 통일을 가정해 21세기 한국 경제를 낙관적으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통일의 길은 점점 더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딜레마를 해결하는 가장 가까운 방법은, 결코 쉽지는 않겠지만, 중국과 미국을 설득하는 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흔들리는 샌드백이라도 중심을 잃지 않고 유연하게 방어하는 것이다. 그게 최선의 공격이다. 조상들이 반만 년 역사를 이어오면서도 나라를 빼앗기지 않고 지켜온 지혜는 바로 샌드백의 복원력과 견고한 맷집이 아니었던가. 그 뿐인가. 돌멩이 한 개, 최루탄 하나 날리지 않고도 세계가 부러워하는 비폭력 촛불 시민혁명을 이뤄낸 성숙한 저력도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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