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정은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관장.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에서 2017년 상반기 기획전 '분청, 그 자유로운 정신'이 열리고 있다. 이 전시는 조선시대 김해 지역에서 크게 발달했던 '분청사기'에 담긴 자연의 모습과 그 안에 스며들어 있는 자유로운 정신을 조명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그간의 기획전들도 분청 작업들을 소개하긴 했지만, 이번 전시처럼 본격적으로 분청을 주제로 전시를 선보이는 것은 처음이다.
 
분청은 청자에서 백자로 넘어가는 시기에 비교적 짧은 기간 나타났던 도예 기법이다. 청자나 백자에 비해 세련미가 다소 부족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실험적인 기법과 역동적인 미의식을 가지고 있어 현대적으로 재해석될 수 있는 가능성이 아주 크다. 그런 특징 때문에 분청 기법은 청자나 백자에 비해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이 주제로 삼고 있는 건축도자, 조형 및 설치 도자 작품에 대한 응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고려 말로부터 조선으로 넘어가는 14세기 중엽 태동해 조선 세종 때 전성기를 맞았다가 16세기 초 사라진 분청사기는 역사가 150년도 채 되지 않는다. 청자나 백자에 비해 역사가 아주 짧지만, 과도기적인 파격을 그 역량으로 가지고 있어 우리나라 도자기 역사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사실 분청사기를 가리키는 용어는 옛 문헌에 나타나지 않는다. 아마도 14세기 상감청자가 변모 발전하면서 분청사기가 자연히 태동하기 시작했고, 전성기에는 백토분장 기법이 나타났다가 결국 백자에 흡수됨으로써 사라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분청사기라는 명칭은 미학자이자 미술사가였던 고유섭 선생이 1930년대에 '분장회청사기(粉粧灰靑沙器)'라는 이름을 붙인 데서 유래한다. 그것을 줄인 분청사기는 현재 학술용어가 돼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분청의 대표적인 기법은 다음과 같다. 가장 처음 발달한 분청 기법은 인화 분청이었다. 14세기 상감청자의 문양이 해체되면서 조선 초 도장으로 표면을 장식하는 경향에서 시작된 것이다. 이후 백토로 기물 전체를 분장한 후 문양 배경의 백토를 긁어내어 문양을 완성하는 박지 분청, 거꾸로 백토부분을 음각 선으로 긁어내어 문양을 넣어 회화풍의 그림을 완성하는 음각 분청이 발달한다. 여기에는 모란, 물고기, 새, 잎, 연지, 추상문 등 활달하고 시원하면서도 담백한 문양이 두드러진다. 그리고, 백토분장 후 붓으로 그림을 그리는 철화분청, 백토물에 기물을 덤벙 담가 분장하는 덤벙 기법, 귀얄이라는 풀비에 백토를 묻혀 바르는 귀얄 기법 등이 있다. 이러한 백토분장과 문양의 적절한 조화가 분청 기법의 가장 큰 묘미다.
 
분청사기의 자유분방하고 꾸밈없는 소박함, 실험적이고도 창의적인 기법은 무엇보다 15세기 전반 세종 대의 문화를 보는 새로운 인식과 자유로운 시대정신으로부터 나올 수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또 세조는 국가가 필요로 하는 도자기를 국가가 직접 조달하기 위해 경기도 광주에 관요를 설치하고 백자를 생산하게 하였다. 그리하여 장인들은 분청사기를 국가의 통제에 따라 일정한 규격에 맞춰 공물로서 제작할 의무와 필요에서 벗어나 자신의 의지에 따라 제작할 수 있게 되는 자유를 누리게 되었다. 그 결과 더욱 과감하고 독창적인 기법들이 발달하게 되었다.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이 건립된 지 11년 만에 지역의 특색이 반영된 주제의 전시를 선보이게 되었다. 그간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은 건축도자를 주제로 전문적이고 특색 있는 전시를 선보임으로써 그 이름을 전 세계 도자 분야에 알려왔다. 이렇게 단단한 기반 위에서 이제 좀 더 지역과 밀착된 전시와 사업을 해 나가고자 한다. 이번 전시가 분청이 가진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현대적으로 확장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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