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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꿈, 이대로 사라지나
  • 수정 2017.04.05 11:14
  • 게재 2017.03.29 10:48
  • 호수 316
  • 2면
  • 김예린 기자(beaurin@gimhaenews.co.kr)
   
 

2014년 일본 도요오카에서 건너온 황새 봉순이는 이후 해마다 전국을 떠돌다 3월이면 화포천과 봉하뜰, 퇴래뜰로 돌아왔다. 그러나 올해는 봉순이를 볼 수 없다(<김해뉴스> 22일자 1면 보도). 하늘을 향해 두 날개를 펄럭이는 봉순이 모형만 화포천을 지키고 섰다. 봉순이의 서식지였던 봉하마을 봉하뜰의 친환경논과 무논(겨울에 물을 대어 놓는 논)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영농법인 김정호 대표는 화포천을 찾지 않는 봉순이를 떠올리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더 그리워진다고 했다. 봉순이는 노 전 대통령의 꿈이었기 때문이다.
 
5년 임기를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온 노 전 대통령은 어릴 적 보아 온 화포천을 그리워했다고 한다. 그는 2008년 3월 '사람 사는 세상' 인터넷 홈페이지에 이런 글 하나를 남겼다. '가는 곳마다 물에 떠내려 온 쓰레기, 누가 몰래 갖다 버린 쓰레기가 가득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화포천의 쓰레기와 오염은 참 가슴이 아팠습니다. 제 어린 시절에는 하늘이 새까맣게 철새들이 날아들던 곳입니다. 개발시대에 버려진 한국 농촌의 모습, 농민 스스로의 마음에서도 버림을 받은 농촌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픕니다.'
 
노 전 대통령은 2008년 가을 전남 순천만을 돌아본 뒤 김 대표에게 이렇게 말했다. "농민들은 앞으로 쌀값 하락으로 힘들 것이다. 순천만의 철새를 구경하러 오는 사람들, 그로 인해 발생하는 경제적 효과. 이것이 미래의 먹거리다. 화포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화포천을 하천습지의 모범으로 만들어 보자."
 
노 전 대통령은 김 대표와 함께 전남 순천만, 창녕 우포늪을 오가며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화포천을 만들려고 했다. 그해 10월에는 봉순이의 고향인 도요오카와 두루미의 낙원인 이즈미를 방문해 그들의 친환경 정책을 배울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그해 12월 5일 정치적 상황 때문에 칩거에 들어가는 바람에 일본 방문은 없던 일이 되고 말았다.
 

   
▲ 황새 봉순이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인근 논에서 쉬고 있다. 사진제공=도연스님

노 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난 이후 김해 시민들은 '화포천환경지킴이'를 조직해 진영읍 본산리, 진례면 등 화포천 일대에서 환경정화운동을 벌이며 환경 개선에 나섰다.
 
그로부터 5년 뒤인 2014년 노 전 대통령이 가지 못했던 도요오카에서 봉순이가 날아왔다. 우연일까. 봉순이는 봉하마을 '대통령의 길' 오두막 앞 논에서 노 전 대통령 묘역 방향으로 서서 깊은 잠에 빠지기도 했다. 당시 장면을 지켜본 사람들은 "마치 묘역에 참배하는 듯한 모습이었다"고 했다. 그 모습을 목격한 조류연구가 도연 스님은 '봉하마을을 찾은 여자아이'라는 뜻의 봉순이란 이름을 황새에게 붙였다. 같은 해 11월에는 러시아 시베리아, 충북 청주 한국교원대에서 날아온 황새 세 마리도 화포천을 찾았다.
 
김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이 그리워했던 화포천의 모습을 시민들이 만들었다. 화포천의 물과 흙이 살아나자 멸종 위기종인 황새가 날아왔다. 노 전 대통령이 생전에 가고 싶어했던 도요오카에서 찾아온 황새를 보고 만감이 교차했다"고 말했다. 도연 스님은 "화포천 정화사업이 시들해지려는 시점에 봉순이가 찾아와 화포천에 새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봉순이를 관찰하면서 '노 전 대통령의 영혼이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환경단체 '자연과 사람들'의 곽승국 대표는 2015년 <김해뉴스>에 기고한 글에서 이렇게 말했다. '봉순이는 한 마리의 귀한 새였다. 봉순이는 그냥 귀한 새가 아니었다. 봉순이는 노 전 대통령이 하고자 한 일을, 그리고 그 가치를 말하고 있었다. 봉순이는 우리나라 곳곳을 날아다니며 황새도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달라고 호소했다.'
 
지금 봉순이의 서식지였던 봉하뜰에는 덤프트럭이 오가며 흙먼지만 풀풀 날리고 있다. 논에서는 굴삭기가 흙을 쌓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친환경 농사를 강조한 이래 지난 9년간 힘들게 부활시켰던 물방개 등 논 생물 6600여 종은 하루아침에 흙에 묻혀 사라져 버렸다. 봉순이가 없는 봉하뜰에는 이제 덤프트럭의 매연만 날리고 있다. 노 전 대통령처럼 앞으로 봉순이도 김해에서 영원히 볼 수 없게 되는 것은 아닐까. 우리에게 봉순이는 과연 어떤 존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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