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시 진영읍 봉산리의 한 토지. 이 땅의 소유주는 세금 내는 철만 오면 죽을 맛이다. 한 덩어리의 토지가 행정구역 상 절반은 진영읍에, 절반은 한림면에 속해 있는 탓에 세금을 내려면 두 군데의 행정사무소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불편은 이 뿐만이 아니다. 급하게 땅을 팔 일이 생겨도 선뜻 사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다. 주소지가 두 곳이다 보니 다른 땅보다 행정절차가 다소 까다로운 탓이다. 불합리한 행정구역으로 발생한 더욱 황당한 경우도 있다. 부원동에 위치한 한 주택의 경우는 부원동과 서상동 두 곳의 주소를 가지고 있다. 집이 행정구역상 절반은 부원동에, 나머지 절반은 서상동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각종 번거로운 일들은 고스란히 집주인의 몫이다.
도대체 왜 이런 일들이 발생하게 됐을까? 김해시에 따르면 김해가 급격하게 발전을 이루는 과정에서 대규모 토지개발이 빈번하게 일어났고, 결국 김해지역 군데군데에 하나의 토지에 두 개의 읍·면·동 주소가 부여되는 등의 기형적인 행정구조가 발생하게 됐다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앞으로는 이런 잘못된 행정구역 설정으로 인한 피해자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 같다. 김해시가 지난 8일 불합리한 행정구역을 바로 잡는 '행정구역정비사업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행정구역 경계 정비 대상은 대규모 토지 개발 사업 시행에 따라 행정구역이 합쳐지거나 뒤바뀐 경우 등이다. 이번 달부터 내년 4월까지 전 읍·면·동을 대상으로 전수조사가 시작된다. 시는 조사가 끝나는대로 한 달 내에 정비대상 필지를 확정할 예정이다. 이후 내년 6월까지 해당 토지에 새로운 지번 부여에 대한 검토 작업을 마무리 한 뒤 내년 8월까지 관련 조례를 개정해 9월엔 정비사업을 완료할 생각이다. 불합리한 행정구역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시민이 있다면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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