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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넉한 상인 인심 손님 이끌고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만물시장(22) 김해·진영오일장
  • 수정 2017.04.10 11:32
  • 게재 2017.04.05 10:08
  • 호수 317
  • 12면
  • 이경민·배미진 기자(bmj@gimhaenews.co.kr)

김해 곳곳에서는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오일장이 열린다. 장이 서는 날짜는 다르지만 저렴한 가격의 상품과 덤으로 누릴 수 있는 푸근한 사람 냄새는 공통적인 특징이다. 가족과 함께 봄나들이 삼아 한 바퀴 휘둘러봐도 좋은 김해의 전통 오일장 두 곳을 소개한다.


 

   
▲ 김해오일장이 인파로 북적이고 있다.


김해오일장

한국전쟁 직후 탄생 추정 김해오일장
언제나 생기 넘치는 모두의 ‘마을잔치’
가격·신선도, 여느 대형매장 못지 않아


시장은 언제나 생기가 넘친다. 모락모락 김이 나는 족발과 지글지글 익어가는 전, 단내 풍기는 새빨간 딸기가 맛깔스럽다. 오일장이 들어선 아침, 서상동 일대는 손님맞이 준비가 한창이다. 누군가는 제철 맞은 멍게를 손질하고, 다른 누군가는 나물을 다듬고 있다. 모두 손발을 척척 맞춰 잠시 후  '마을잔치'를 준비한다.
 
김해오일장은 끝 숫자가 2와 7인 날 서상동 수로왕릉 버스정류장 건너편 골목에 서는 장이다. 이름 없는 노점들이 분성로 308번길을 기준으로 범환상가와 김해축산농협까지 구석구석 이어진다. 언제부터 시작된 시장인지 정확하게 아는 이는 없다. 다만 1세대 상인 할머니들의 설명을 통해 짐작만 할 뿐이다.
 

   
▲ 어린이들이 새를 파는 노점 앞에 쪼그려 앉아 있다.

김해오일시장상인회 황덕수(52) 회장은 "처음 장이 설 때부터 지금까지 장사를 하고 있는 할머니가 몇 명 있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60~70년 쯤 됐다고 한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생긴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점심시간이 되자 본격적인 마을잔치가 시작된다. "아지매! 고등어 얼맙니꺼?", "네 마리 5000원", "문어는예?", "세 마리 1만 원이입니더". 마치 스무고개 게임이라도 하는 듯 질문과 대답이 끊임없이 오간다.
 
시민탕 인근에는 '형제수산'이 자리를 잡고 있다. 간판도 없지만 다들 그렇게 부른다. 박종철(47)-쩐 티 라안(32) 부부는 5개월 전부터 장사를 시작했다. 박 사장은 "운수업을 하다가 모친 가게를 물려받았다. 어머니의 고정손님들이 계속 찾아온다. 3, 8일에는 부산 구포오일장에 나간다. 대구 서문시장에는 상시 운영하는 점포도 있다. 운수업 수입보다 시장 수입이 더 낫다"며 웃는다.
 
축산농협 주차장과 마주한 '기장꼼장어'는 꼼장어(먹장어)와 장어 묵, 고래고기, 선짓국을 판매한다. 2001년부터 오일장 대열에 합류한 가게에는 지난 17년 간 손님들이 꾸준히 찾아왔다. 정송숙(59) 사장은 "한 그릇에 5000원 하는 선짓국이 인기가 좋다. 꼼장어를 주문하면 국이 서비스로 나간다. 먹어 본 사람들이 맛있다며 다음에 와서 따로 찾는다"며 자랑한다. 
 
옆집 박옥자(53) 사장은 20년 전 튀김집 문을 열었다. 가족들과 함께 운영하며 명태전, 부추전, 김치전, 잡채, 튀김, 어묵 등을 만든다. 가게 앞에 선 한 남자아이가 휴대폰을 들고 "엄마 아빠랑 자주 가는 그 튀김집 앞에 있다”며 자신의 위치를 알린다. 시장 안 간판 없는 가게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흔한 풍경이다.
 

   
▲ 박종철-쩐 티 라안 부부가 운영하는 '형제수산'.

갑자기 어디선가 "뻥~!" 하며 누구나 다 아는 바로 '그 소리'가 들려온다. 호각소리 후 들리는 굉음을 따라 시장 안쪽으로 들어가면 뻥튀기 가게가 나온다.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줄이 제법 길다. 류남숙(82·외동) 할머니는 말린 무를 앞에다 두고 가게 의자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는 "잘게 썬 무를 바짝 말려 튀기러 나왔다. 차를 끓여 먹으면 구수한 맛이 나고 몸에도 좋다"고 말한다. 할머니는 "내가 시집 온 스무 살 때도 오일장이 섰다. 이렇게 크지는 않았지만 그 땐 가게마다 장사가 잘됐다"며 과거를 회상했다.
 
닷새마다 생겼다 사라지는 시장이지만 가격과 신선도 면에서는 대형매장이 부럽지 않다. 한 상인은 "대형매장들이 문을 닫은 날이라 손님이 더 많다. 오일장의 장점은 가격이다. 직접 키워서 들고 나온 채소들은 그냥 주기도 한다. 신선도 때문에 손해를 봐도 팔아야 하니 가격이 쌀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판매상품의 종류도 다양하다. 손수레 위에 가지런히 진열된 책, 새 주인을 기다리는 강아지, 그리고 각종 새와 햄스터, 금붕어 등 없는 게 없다. 부모를 따라 나온 꼬마 셋은 신이 났다. 동물들이 신기한 듯 새장 앞에 앉았다 섰다를 반복하며 자리를 떠날 줄을 모른다. 주부 이문주(36·진영) 씨는 "오랜만에 김해오일장에 나왔다. 어릴 때는 엄마 손을 잡고 왔다. 이제는 내가 엄마가 돼서 아이들 손을 잡고 나왔다. 감회가 새롭다. 요즘은 대개 대형매장만 간다. 여기는 가격이 너무 저렴해서 좋다. 자주 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이경민 기min@gimhaenews.co.kr


▶김해오일장
주소지 : 김해시 분성로308번길 18(서상동 축산농협기준).
가는 방법 : 경전철 수로왕릉역 하차 후 김해도서관방향으로 도보 10분.

 

 


 

 

 

 

 


 

   
▲ 젊은 여성 상인들이 맛깔스러운 반찬을 정리하고 있다.

 
진영오일장

진영오일장, 1935년 만들어져 82년 역사
보따리 지고 온 어르신, 온통 나물 천지
해마다 봄철이면 소규모 나무시장 개설


"오늘 아침에 뜯어온 부드러운 봄 시금치가 2000원~ 한 번 보고 가이소."
 
진영오일장이 들어서는 4일과 9일. 진영읍 여래로사거리에서 중앙의원 방향으로 들어서면 진영로 일대는 상인과 이용객으로 북적인다. 길가와 골목 사이사이에 자리를 깔고 앉은 상인들은 진열대에 농수산물, 잡화 등을 펼쳐놓고 손님을 외쳐 부른다.
 

   
▲ 한 상인이 고추와 상추 등 채소를 팔고 있다.

진영농협을 지나 수림상회 골목으로 들어서면 인파는 배로 늘어난다. "언니야 오늘 많이 샀으니까 조금만 더 담아 도." "안 된다. 이 정도면 다른 데에선 돈 더 달라할끼다. 다음에 마이 주께." 상인과 고객 간에 펼쳐지는 소소한 신경전은 재래시장에서만 볼 수 있는 정겨운 풍경이다.
 
1935년 일제강점기 때 형성된 진영오일장은 82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당시 일본은 영남권 평야에서 수확한 곡물과 지역 물자를 일본으로 가져가기 위해 광주 송정과 부산 삼랑진을 잇는 경전선을 준공했다. 이 구간을 통과하는 진영읍과 한림면에도 철길이 깔리고 역사가 세워졌다. 진영역 주변은 각지에서 온 많은 사람으로 붐볐다. 물물교환도 이뤄지며 자연스레 5일마다 장터가 형성됐다. 진영오일장은 오랜 세월동안 전통과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김해의 전통시장이다.
 
진영전통시장상인회 조명진 회장은 "일출과 일몰을 기준으로 오일장 개점, 폐점시간이 정해진다. 대개 오전 8시가 되면 150~180여 개의 좌판이 세워진다"고 설명했다.
 
진영로 길가에는 보따리를 지고 온 노인들이 밭에서 캐온 각종 나물들을 펼쳐놓는다. 대부분 인근 마을이나 한림면에서 온 지역민들이다. 가격표도 없다.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이지만 채소와 과일들은 평균 2000~3000원 선이다. 이순례(72·여) 씨는 "오일장이 열리면 봉하마을에서 직접 기른 대파와 시금치를 뜯어온다. 오늘 수확해서 신선도는 보장한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 씨가 가져온 취나물은 세숫대야에 소복이 담겨 3000원에 팔리고 있었다.
 
상인들이 모여 있는 시장 안으로 들어가면 발 디딜 틈 없이 붐빈다. 아스팔트 바닥 위에 줄지어 늘어선 빨간색 고무대야에는 물고기들이 팔딱이며 물을 튀긴다. 비릿한 냄새를 맡으며 걷다보면 제철을 맞은 쑥과 달래, 딸기가 향긋한 봄내음을 풍긴다. 이어 '삼덕참기름' 가게에서 풍기는 고소한 미숫가루 냄새는 군침을 돌게 한다. 걸음마다 농산물과 수산물, 과일, 잡화 등 다양한 품목을 만날 수 있어 구경하는 재미까지 쏠쏠하다.
 

   
▲ 상인들이 앉는 곳이 좌판이 되는 진영오일장 전경.

상인들의 자부심도 대단하다. 10년째 수산물을 팔고 있는 손경애(52·여) 씨는 "집에서 새벽 3시에 출발해 마산에서 생물을 공수해 온다. 오일장의 장점은 신선한 제품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하루장사이기 때문에 상인들은 재고를 남기지 않는다. 남겠다 싶으면 반값에 처분한다"고 말했다. 한 상인은 "단골들은 물건 상태가 가장 좋을 때인 오전시간에 온다. 인심도 좋고 대형매장처럼 정량만 팔지 않기 때문에 덤이 많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진영상설시장 건물 주위에서는 봄철에 소규모 나무시장도 열린다. 앵두, 산딸기, 산수유, 꾸지 묘목들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추억의 간식인 풀빵과 뻥튀기, 당일 만든 각종 반찬류와 건어물, 의류, 잡화 등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만물시장이다. 부인과 자주 온다는 김순호(60·한림면) 씨는 "진영오일장은 대형매장보다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걸음마다 다양한 물건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상인들의 넉넉한 인심 때문에 자주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명진 상인회장은 "연간 400만 명이 진영시장을 찾는다. 진영상설시장 활성화와 더불어 안전을 위협하는 도로 위 불법노점상을 단속할 계획이다. 진영오일장에서 계절마다 색다른 채소, 신선한 물건을 만나보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해뉴스 /배미진 기자 bmj@gimhaenews.co.kr


▶진영오일장
주소지 : 진영읍 진영로160번길 13-8.
가는 방법 : 김해시청, 김해여고, 중앙치안센터 정류장에서 14번 타고 진영농협정류장 하차. 도보 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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