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시내 모 중학교에 다니는 여학생 한 명이 눈이 아프다며 병원을 찾아왔다. 학생의 눈을 진찰한 결과, 급성 출혈성 결막염 즉 '아폴로 눈병'이었다. 간단한 치료와 함께 약물을 처방하고 주의해야 할 점들을 알려줬다. 그런데 다음날 재밌는 일이 생겼다. 병원 문을 열자마자 전날 눈병으로 치료를 받고 간 그 학생의 친구라는 서너 명의 여학생들이 저마다 눈을 감싸 쥐고 고통을 호소하며 진료실을 찾아왔다. 이들의 눈을 자세히 살펴보니 눈병은 아니고 손으로 문질러 눈이 벌겋게 충혈된 상태였다. 학생들의 얘기를 들어 보니 눈병이 걸리면 학교에 나가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반 친구들이 모두 눈병에 걸린 학생이 사용하던 수건을 돌려가며 사용했다고 한다. 웃음이 나왔지만, 억지로 참고 따끔하게 혼을 내려다 '저 나이 때는 으레 그러려니'하고 타일러 보낸 적이 있다.
 
이제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불볕더위가 시작되면서 초·중·고교 학생들을 중심으로 반갑지 않은 손님인 '눈병'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다행히 각 학교들이 여름방학에 들어가면서 눈병이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학원이나 학교 보충수업을 받기 때문에 여전히 위험성이 잠복해 있는 상황이다.
 
흔히 '아폴로 눈병'이라고 부르는 급성 출혈성 결막염은 엔테로바이러스 제70형이나 콕사키바이러스 A24형이 원인이다. 이 결막염은 1969년 처음 확인된 이후 미국의 유인 우주선인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시기와 일치하면서 아폴로 눈병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이 결막염의 특징은 짧은 잠복기(8-48시간)와 짧은 경과기간(5-10일)이다.
 
결막하 출혈을 보인다는 점에서 유행성 각결막염과 구분되며, 시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는 생기지 않는다. 자각증상으로는 갑작스런 안통이나 눈부심, 이물감 및 눈물흘림을 호소하며 눈꺼풀의 부종이나 결막하출혈 또는 결막의 부종 등을 볼 수 있다. 또 환자의 25%는 열이 나거나 무력감, 전신근육통을 보이며 드물게는 하지가 마비되는 경우도 있다.
 
치료는 2차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항생제 안약을 점안하고 눈꺼풀이 심하게 부어오르면 소염제를 복용하기도 한다. 각막염이 있을 경우 부신피질 호르몬제 안약을 사용하는 등의 대증요법을 시행한다. 부종이 심할 경우 얼음찜질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안대를 하면 더 많이 부을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아폴로 분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손을 자주 씻고 전염이 되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 특히 수영장 등에서 전염이 잘 되기 때문에 수영장 이용 후에는 개인위생을 깨끗이 해야 한다. 일단 눈병이 발병하면 각막염의 발생 여부를 관찰하기 위해 안과 전문의의 진찰을 받는 것이 좋다.
 
이와 같은 감염성 안질환은 주로 환자가 접촉한 물건을 통해서 옮기게 된다. 주로 분비물이나 수건, 옷 등의 매개물을 통한 직접 접촉으로 전염되므로 눈병에 걸린 환자와 친밀한 접촉을 하는 경우에는 감염될 확률이 높다.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