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경양돈농협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김해축산물공판장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축산물공판장 정기적 업체 교체
바뀔 때마다 임협·계약 새로해야
부경양돈 정선노조 “제도 개선을”



"위탁업체가 바뀔 때마다 새로 협상을 해야 합니다. 20년째 일하는 근로자들도 3년마다 직장을 잃을 걱정이 태산입니다."
 
부경양돈농협의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부경양돈농협의 비합리적인 김해축산물공판장 위탁 운영 때문에 임금협상, 고용승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나섰다.
 
11일 김해축산물공판장에서 돼지고기를 부위별로 나누는 '정선' 작업자 노조와 부경양돈농협 등에 따르면, 부경양돈농협은 10여 년 전부터 정선·가공·유통 등의 업무를 전문업체 5~6곳에 맡겨 운영하고 있다. 부경양돈농협은 1~3년에 한 번씩 수의계약을 실시해 위탁 업체를 선정한다. 정선 담당 업체는 3년에 한 번씩 수의계약으로 고른다. 현재 기존 업체와의 계약이 끝나 다음 달부터는 수탁 업체가 바뀌게 된다.
 
근로자들은 수탁업체를 바꿀 때마다 재계약, 임금협상을 새로 해야 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업체의 운영방식을 다시 익혀야 한다. 3년마다 업체가 바뀌다 보니 2~3년 된 근로자나 20년 넘게 일한 근로자나 연차 등 대우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게 근로자들의 주장이다.
 
근로자들이 특히 불안하게 생각하는 것은 고용 불안정이다. 근로자들은 "새로운 운영업체가 들어오는 바람에 근로자 10~20명이 한꺼번에 직장을 잃은 적도 있다. 새로운 사장이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을 데리고 들어온다. 그러나 보니 사람을 줄이기도 하고, 임금이 높은 고참급의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해고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정선 작업자 노조는 지난 4~7일 어방동 김해축산물공판장과 부원동 부경양돈농협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위탁 시스템 개선을 촉구했다. 노조는 부경양돈농협이 자신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이달 말까지 두 곳에서 집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노조 관계자는 "부경양돈은 한 달에 돼지를 900~1000마리를 잡는다. 부산·경남에서 가장 큰 도축장이다. 근로자들은 오랫동안 기술 하나로 먹고 살아 왔다. 다른 데 가서는 써먹을 수 없는 기술이다. 근로자들이 매번 직장을 잃을까 불안에 떨게 하는 잘못된 체계를 바꿔야 한다"고 호소했다.
 
부경양돈농협 측은 위탁 시스템 자체를 바꿀 수 없지만 근로자들의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부경양돈농협 육가공사업본부 관계자는 "정선 작업은 기계가 할 수 없다. 숙련된 기술자가 필요하다. 공산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입찰 대신 수의계약으로 업체를 선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새로운 업체로부터 100% 고용승계를 하겠다는 확답을 받았다"면서 "운영진이 바뀌었다고 급여, 경력이 떨어지는 일은 없다. 더 좋은 품질의 돼지고기를 생산하기 위해 근로자들은 더 좋은 환경에서 근무해야 한다. 직원들의 근로 복지와 환경 개선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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