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코올중독을 극복한 김영수 씨가 토마토를 따고 있다.

알코올중독 극복한 김영수 씨
치료공동체 리본하우스 성과
부산 토마토 농장서 재활 참여


"다시 태어나는 집, '리본하우스'에서 새로운 인생을 꿈꾸고 있습니다. 다시 태어나니 매일 매일 즐겁고 기쁩니다."
 
김해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센터장 김진원)가 운영하는 알코올중독자 치료공동체 리본하우스가 지난달 30일 개소 1주년을 맞았다. 리본하우스는 알코올중독자들이 단주·생활 훈련을 통해 직장과 사회에 복귀하고, 가족관계를 회복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곳이다. 알코올중독자 치료공동체는 전국에 14곳이 있지만 부산·경남에서는 리본하우스가 유일하다.
 
리본하우스 개관 1주년이 더욱 특별한 사람이 있다. 개소하던 날부터 공동체 생활을 해 온 김영수(62·가명) 씨다. 그는 지난 1년 간 리본하우스에서 지내며 마침내 알코올 의존증을 극복했다.
 
김 씨의 고향은 경북 경산이다. 30대에는 외양선에서 일을 하며 바다를 누볐다. 그 덕분에 돈도 제법 벌었다. 단독주택에서 가족과 함께 단란한 일상을 누렸다. 그는 어느 날 '젊은 청춘을 바다에서 보내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에 배에서 내려 사업을 시작했다. 지인의 권유로 다가구주택에 보일러를 설치하는 보일러 대리점을 운영했다. 사업을 시작한 지 2년 만에 부도를 냈다. 1997년 외환위기 때문이었다. 빚쟁이를 피해 울릉도로 숨었다가 가족들의 도움으로 다시 집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김 씨는 "한 번 무너진 삶을 복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아내와 싸움도 자주 했다. 결국 이혼을 했다. 가족과 떨어져 홀로 지내면서 외로움을 버티려고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술을 마시는 횟수는 점점 늘어났다. 급기야 직장을 다니기 힘들 정도로 술에 의존하기 시작했다. 그는 형제들에게 돈을 얻어 술을 마시는 생활을 반복하다 결국 노숙자 신세로 전락했다. 김 씨는 "부산역에서 노숙자 생활을 했다. 술을 마시지 않고서는 단 하루도 버티기 힘들었다. 그러다 양산의 한 노숙자 생활 공동체에서 지내게 됐다"고 회상했다.
 
김 씨는 그곳에서 사회 적응 재활프로그램에 참여했지만 알코올의존증은 고치지 못했다. 결국 그가 찾은 곳은 알코올중독전문병원이었다. 양산과 창원 진해구 전문병원에서 입·퇴원을 반복하는 생활을 14년간 했다.
 
김 씨는 "퇴원 후 병원에서 소개해 준 회사에 다녔다. 한 달 간 금주를 한 뒤 '한 병은 괜찮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술을 찾았다. 그러나 술 한 병을 시작으로 밥도 먹지 않고 계속 술만 마셨다. 그러다 다시 병원을 찾았다"고 털어놨다.
 
김 씨는 지난해 한 사회복지사의 소개로 리본하우스를 알게 됐다. 그는 "소개를 받고 난 뒤 많은 생각을 했다. 더 이상 병원 생활을 하고 싶지 않았다. 좀 더 보람된 삶을 살고 싶어 리본하우스 생활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리본하우스 입소자들은 오전 6시 기상부터 잠들 때까지 식사, 주방 정리, 컴퓨터교실, 종교 활동 등 정해진 일정에 따라 생활했다. 김 씨는 처음에는 규칙적으로 생활하는 게 쉽지 않았다. 술을 마시고 싶은 욕구, 힘든 공동체 생활에 지칠 때마다 왜 공동체 생활을 시작하게 됐는지를 되새겼다.
 
1년 동안 공동체 생활과 자조모임 등 다양한 재활프로그램에 참여한 덕분에 김 씨는 1년 간 단주에 성공했다. 최근에는 부산 대저동의 한 토마토 농장에서 직업재활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병원 생활을 하면서 알코올의존증을 겪은 사람들이 모인 자조모임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리본하우스에서 생활한 이후 일주일에 두 번씩 열리는 자조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참석자들은 술을 마셨을 때의 경험을 이야기한다. 그럴 때마다 '내가 술을 마시면 또 다시 과거로 돌아가게 된다'고 스스로 깨닫는다. 알코올의존증은 절대 혼자 힘으로 이겨낼 수 없다. 알코올의존증 환자에게는 꼭 자조모임 활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씨는 이제 리본하우스를 떠나 자신만의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평범한 일생을 누리는 꿈을 꾸고 있다. 그는 "토마토 농장 일이 체력적으로 힘들지만 마음은 정말 즐겁다. 열심히 돈을 모아서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나만의 삶을 살고 싶다. 여유가 생기면 산에 올라 흙과 나무의 냄새도 맡고 싶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김예린 기자 beaurin@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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