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적 도시 살펴 나가는 과정
사람 가치관 따라 제각각 상이


여행을 하다 보면, 어떤 도시는 이런 점이 좋고, 또 이런 점이 나쁘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게 된다. 굳이 여행이 아니라도 도시에 조금이라도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이들은 매일 접하는 도시의 어떤 점이 좋다거나 또는 불만이라는 생각을 갖는다. 이는 평범한 시민들도 마찬가지. 가끔 혼잣말처럼 "정말 좋은 도시에서 살아 봤으면"이라고 말하곤 한다. 그렇다면,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자. 좋은 도시란 대체 무엇을 말하는가, 어떤 도시가 정말 좋은 도시인가?

풍경이 아름다운 도시? 걷기 좋은 도시? 아니면 교통이 편리한 도시? 이도 저도 아니라면 자동차가 없는 도시거나 환경친화적인 도시? 혹은 기업 경영하기 좋은 도시? 일자리가 많은 도시? 각자의 측면에서 보면 모두가 정답이면서 또 모두가 오답일 수 있다. 

<도시에서 도시를 찾다>는 이처럼 '어떤 게 좋은 도시인지'라는 질문을 먼저 던지고 답을 찾아가는 책이다. 하지만 이 물음의 답을 찾기란 그리 녹록지 않다. 왜냐하면 시대에 따라, 사람들의 생각이나 도시마다 처한 환경에 따라 다 다르기 때문이다. 어느 하나를 꼭 집어 말하기 어렵다. 도시설계 전문가인 저자는 9개의 상반된 키워드(개념)를 통해 나름대로 답을 찾아 나선다. 이를테면 도시의 적정 규모를 가늠한 '큰 도시, 작은 도시', 구·신시가지 경계의 변화를 다룬 '도시 밖의 도시, 도시 안의 도시' 도로와 보행권을 고려한 '걷고 싶은 도시, 질주의 도시' 주민참여와 다채로움을 잣대 삼은 '다양성의 도시, 단조로움의 도시' 팽창과 축소의 표정을 살핀 '성장하는 도시, 쇠퇴하는 도시' 등이다. 

저자는 곧바로 해답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9개의 키워드를 통해 좀 더 이상적인 도시는 어떤 모습인지 하나씩 살펴나가는 방식을 택한다. 이상이나 규범에 매달리지 않기 때문에 해법을 구하는 방법이 새롭다. 

도시의 적정 규모를 보자. 저자는 특정 자료를 통해 '전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상위 도시들은 멜버른, 비엔나, 밴쿠버, 헬싱키, 토론토처럼 대체로 부유한 나라에 있는 중간 크기의 도시다'라는 정보를 내놓는다. 하지만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이상적 크기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그렇지만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적정 규모를 둘러싼 고민은 전 세계 모든 도시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다양성의 도시와 단조로움의 도시를 다룬다. 여기에서는 "단일한 생각의 추구는 인류 역사에서 불행한 결과를 가져왔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을 빌려 다양성의 도시에 무게를 둔다. 도시에서 만날 수 있는 여러 사람, 나아가 해당 도시에서 경험할 수 있는 음식, 패션, 문화, 음악에 이르기까지 여러 요소가 도시 다양성과 관련되어 있다. 그러면서 저자는 높은 수준의 다양성과 예측하기 어려운 차이의 문화는 때로는 우리를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고 꼬집는다. 

남미 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는 극도의 도로 혼잡으로 교통사고 사망률이 매우 높았다. 도로 위의 무법자와 범법자를 단속해야 할 교통경찰은 도덕적으로 부패해 있었다. 보고타의 모쿠스 시장은 고민 끝에 일정 구역의 교통경찰관 자리에 광대 분장을 한 무언극 배우를 배치했다. 그 결과, 그의 임기 동안 거리 살인사건 발생률은 70%,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50% 감소했다. 저자는 이 사례를 통해 기쁨 혹은 즐거움이 한 도시를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저자가 이런 고찰을 통해 조심스럽게 제시한 좋은 도시의 결론은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변화가 촉진되고 이로 인해 생겨난 혜택과 가치를 해당 지역의 다양한 구성원이 누릴 수 있도록 가치 순환이 일어나는 도시'이다. 그리고 '부정적인 변화는 억제하거나 적어도 그 부작용이 최소화돼 해당 지역의 사회·경제적 약자에게 불평등한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 도시가 좋은 도시다'라고 주장한다.

도시는 복잡한 곳이다. 도시의 삶 또한 고단하다. 도시의 설계와 경영은 어렵다. 그래서 우리는 언제나 좋은 도시를 꿈꾸고 있는지 모른다. 9개의 키워드 중 당신은 어느 창으로 세계를 볼지,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 김해뉴스

부산일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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