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의 돼지고기 사랑은 각별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작년에 발표한 우리나라의 1인당 연간 육류 소비량은 51.3㎏이다. 그 중 돼지고기(24.4㎏)가 가장 많고, 닭고기(15.4㎏)와 쇠고기(11.6㎏) 순이었다. 국내 육류 소비의 절반을 돼지고기가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삼겹살은 전 세계 생산량의 20~25%를 우리나라에서 소모하고 있다고 한다. 역시 한국인의 대표적인 고기는 두말할 것 없이 돼지고기다.

반면, 이슬람교의 무슬림들과 유대교의 유대인들은 돼지를 불결한 동물로 여기기 때문에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 이러한 종교적인 이유로 오늘날 인류의 4분의 1이 돼지고기를 섭취할 수 없다.

우리나라도 고대역사를 살펴보면 불교의 영향으로 돼지고기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육식문화가 활발치 못했다. 고려시대 후기에 와서야 몽골의 영향을 받아 육식문화가 새롭게 부활했다. 이후 조선시대에 불교가 억압받고 제사를 지내는 유교의 영향으로 육식의 섭취가 증가하지만, 그 중심은 소고기였지 돼지고기가 아니었다. <태종실록> 1417년 기록에 '명나라 황제가 '조선인은 돼지고기를 먹지 않으니 조선 사신에게 쇠고기와 양고기를 공급하라'고 했다'는 기록이 보인다. 1488년 조선을 방문했던 명나라 사신도 '조선인들은 집에서 돼지를 기르지 않는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한약을 먹을 땐 돼지고기를 피해야 하나요"라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19세기 초에 쓰인 <임원십육지>는 중국 당나라의 의서 <식료본초>를 인용해 '돼지고기를 오래도록 먹으면 약효가 받지 않고 풍을 통하게 해 열병·학질·이질·고질병·치질 등의 질병을 가져 온다'라고 했다. 또한 <천금식치>를 인용해 '돼지고기를 오랫동안 먹으면 정충이 감소하며 병을 앓게 되고, 온몸의 근육이 아프며 기력이 없어진다'고 했다. 19세기 초에 나온 <규합총서>도 '돼지고기는 본디 힘줄이 없으니 몹시 차고 풍을 일으키며 회충을 생기게 하고, 풍이 있는 사람과 어린아이는 많이 먹으면 해롭다'라고 하면서 돼지고기 섭취를 경고하고 있다.

상담을 해 보면 돼지고기를 먹고 나서 '잘 체한다' '몸이 무겁다' '몸이 가렵다'는 등의 불편함을 느낀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 확인해 보면 자극적인 음식, 과식, 음주 등의 다른 요인들 때문에 발생한 불편함인데도 '돼지를 먹어서 그렇다'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이것은 전통적으로 우리가 갖고 있는 부정적인 돼지고기 인식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당연히 체질적으로 소화기가 약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돼지고기는 한약 복용과 상관없이 먹어도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돼지고기는 바짝 익혀 먹어야 한다는 인식이 뿌리 깊다. 심지어 고기를 굽는 데 쓴 젓가락으로는 다른 음식을 집어 먹어서 안 된다는 속설까지 있다. 기생충인 갈고리촌충과 그 유충인 유구낭미충, 섬모충 감염을 우려한 탓이다. 지금은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인데도 돼지고기를 태울 정도까지 구워 먹는다.

지난 2월 미국심장협회(AHA)가 돼지고기 등심을 심장에 좋은 식품 목록에 추가했다. 이것은 삼겹살 부위가 아니라 지방이 전혀 없는 상태의 등심이다. 또 태우지 않은 상태의 돼지고기다. 소화기능이 약해서 담즙, 위산분비가 적은 태양인이나 소음인들은 주의해야 하지만, 돼지고기는 비타민B군이 쇠고기보다 10배 이상 많다. 또 철분이 풍부하고 고단백 식품으로 완벽한 음식이어서 봄철 체력을 보강하는 데 최고의 음식이다. 김해뉴스
 




조병제 한의학·식품영양학 박사
부산 체담한방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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