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전소 두 곳서 전력공급 받아
대형 정전 나면 기능 장애 우려
시 “면적 등 어려운 부분 많아”



김해의 빗물펌프장(배수펌프장) 19곳 중 13곳에 비상발전기가 설치돼 있지 않아 태풍이나 폭우에 정전이 되면 빗물을 빼낼 수 없어 심한 침수 피해를 입을 우려가 크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17일 김해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현재 시에서 운영하고 있는 빗물펌프장은 불암동, 삼정동, 전하동, 봉황동 한림면, 상동면, 주촌면, 진영읍 등에 모두 19곳이 있다. 이 가운데 안동펌프장, 회현펌프장, 외동펌프장, 전하펌프장, 한림토정펌프장, 한림핌수도로펌프장 등 6곳을 제외한 나머지 13곳에는 비상발전기가 설치돼 있지 않다.
 
빗물펌프장은 침수를 예방하기 위해 설치한 시설이기 때문에 집중호우가 내려도 가동을 멈춰서는 안 된다. 빗물펌프장은 하천법, 소방시설법 등에 따라 전력을 공급받는 변전소 등이 정전될 경우를 대비해 본전력과 예비전력을 각각 다른 변전소에서 공급받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재난 중에 발생할지 모르는 대규모 정전사태, 즉 블랙아웃이나 기기·회로 고장 등에도 펌프장의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비상발전기를 배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배수펌프전문가 A 씨는 "기존의 하천법, 하수도법 등에 따르면 빗물펌프장에 본전력과 예비전력으로 전력을 공급할 경우 비상발전기를 설치할 의무는 없다. 하지만 지난해 시행된 건설기술진흥법에 보면 펌프장에는 비상발전기를 필수로 설치해야 한다. 많은 지자체들이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6월 시행에 들어간 건설기준진흥법에 제44조에 따라 빗물펌프장도 재해 등 예고 없는 정전에 대비해 비상용 예비발전기 등을 설치해야 한다고 유권해석한 바 있다.
 

▲ 정전사태에 대비해 김해의 빗물펌프장에 비상발전기를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5월 태풍 차바 때 침수된 안공동단 모습. 김해뉴스DB

전문가들은 당장 비상발전기를 설치하기 어려울 경우 현재 각 빗물펌프장에 배치돼 있는 모터펌프 대신 엔진펌프로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해의 빗물펌프장에는 모두 전력으로 구동되는 모터펌프가 설치돼 있다. 모터펌프는 전력 공급이 끊기면 가동이 중단된다. 반면 엔진펌프는 변전소 등에서 공급되는 전력이 끊어져도 가동할 수 있다. 또 펌프의 회전수를 제어할 수 있어 계획 배수량을 초과하거나 외수위가 높은 경우에도 대처할 수 있다.
 
A 씨는 "빗물펌프장은 집중호우에 대비해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중요한 방재시설물이다. 정전이나 기계 고장 등 때문에 펌프가 중지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 비상발전기를 설치해야 한다. 비상발전기 설치가 어려울 경우 기존의 모터펌프 대신 엔진펌프를 설치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인제대 윤종성(토목도시공학부) 교수는 "최근 들어 집중호우가 대규모로 발생한다. 빗물펌프장은 집중 호우 등 재해가 발생할 때 필요한 시설이다. 빗물펌프장에는 전원이 끊길 수도 있는 상황에 대비해 비상발전기를 설치하는 게 바람직하다. 유지관리 차원에서 어려움이 있고 설치 비용이 많이 들지만 점차 비상발전기를 늘려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하수과 관계자는 "김해에 설치된 빗물펌프장은 도심지에 있어 소음이나 진동이 많이 발생한다. 이런 조건 등을 고려할 때 엔진펌프보다 모터펌프가 잘 맞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빗물펌프장은 변전소 두 곳에서 전기를 공급받기 때문에 정전으로 펌프 작동이 멈출 가능성은 낮다. 비상발전기를 설치하려면 면적이 넓어야 하기 때문에 어려운 부분도 있다. 다만 일부 펌프장에는 비상발전기를 설치하려고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김해뉴스 /김예린·조나리 기자 beaurin@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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