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바로알기'모임 회원들이 1820년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김해부내지도'를 들여다보고 있다.

문화의전당 수강하다 모임 설립
매주 자료 공부, 매달 유적 방문
산성 축조 기념바위 발견하기도


김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40~60대 남녀 10여 명이다. 이들은 기다란 책상을 가운데 두고 마주보며 앉았다. 책상에는 1820년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김해부내지도'가 펼쳐져 있다. 한글보다 한자가 더 많은 <김해읍지>도 눈에 띈다. 수업 진행을 맡은 조은주(53) 회원이 읍지를 찬찬히 읽어가며 내용과 일치하는 부분을 지도에서 짚어낸다. 어려운 한자로 독음이 막힐 때면 다른 회원들이 도와 함께 풀어 나간다. 동아리 '김해바로알기'의 정기 모임 현장이다.
 
김해바로알기 회원들은 매주 월요일 오후 7시 김해문화의전당 아람배움터에서 모임을 갖는다. 서정현(57) 회장은 "수 년 전 김해문화의전당에서 주최한 '김해바로알기' 강의를 수강했다. 모든 수업 수강을 마친 이후에도 김해를 더 알고 싶었다. 결국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강의와 같은 이름으로 모임을 만들었다. 출발은 2015년 11월이었다"고 설명했다.
 
김해바로알기는 지역학을 기반으로 하는 모임이다. 주교재인 <김해읍지>는 일제강점기 때인 1929년에 나온 책이다. 오래 전에 발간됐기 때문에 한자가 많이 섞여 있다. 그래서 회원 20여 명은 4개 조로 나눠 맡은 부분을 예습해 온다.
 
김선옥(52) 회원은 "이 책은 김해에서 만든 마지막 읍지다. 김해문화원에서 한글작업을 한 번 거쳤지만 여전히 한자가 많다. 전체를 국역한 게 있지만 한 전문가가 이 책을 추천했다. 원문과 비슷한 게 더 정확하다는 이유에서다"라고 말했다.
 
서 회장은 "해방 이후 다른 지역에서는 읍지가 보통 3~5회 추가로 출간됐다. 역사도 깊고 인구도 많은 김해에는 하나도 없어 안타까웠다. 최근 김해시가 <김해시사>를 편찬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며 기뻐했다.
 
회원들은 한 달에 한 번씩 지역의 유적지도 방문한다. 한 회원은 "주로 읍지에 언급된 곳을 찾는다. 양동산성, 천곡산성, 유하산성, 마현산성 등에 가 봤다. 1931년쯤 만들어진 녹산 수문에도 다녀왔다. 원래는 저습지였지만 수문이 생기면서 김해평야가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김선옥 회원은 "한 번은 답사를 하러 갔다가 특별한 바위를 발견한 적이 있다. 산성을 축조할 때 공헌했던 사람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이 사연이 언론에 소개된 적이 있다. 뿌듯했다"며 기억을 더듬었다.
 
김해바로알기는 이 달에는 진례산성과 토성, 마애삼존불을 둘러볼 생각이다. 5월에는 송담서원 사충단을 방문할 예정이다. 사충단은 임진왜란 때 최초의 의병인 송빈, 이대형, 김득기, 류식 선생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 세운 묘단이다. 평소에는 문이 닫혀 있지만 제사를 지내는 음력 4월 20일에는 개방한다고 한다. 회원들은 일부러 이 날에 맞춰 일정을 잡았다.
 
서 회장은 "김해가 정말 좋다. 발길이 닿는 곳마다 문화재가 있다. 하지만 김해에 살면서도 김해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시민들이 좀 더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우리는 지금처럼 계속해서 '김해학'을 공부해 나갈 생각이다. 개인적으로는 외부에 김해를 알리고 홍보하는 일도 함께 할 생각"이라며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김해뉴스 /이경민 기자 min@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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