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정희 김해외국인력지원센터 센터장.

우리는 다문화가 공존하는 글로벌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나라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은 200만 명이다. 김해에 거주하는 외국인도 해마다 늘어나 2만여 명에 이르렀다. 이들은 대부분 7500여 곳에 이르는 김해의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이들 사업장들은 내국인 근로자들을 구할 수 없어 외국인 근로자들을 고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삶의 질이 높아지고 생활환경이 급격히 변화하면서, 주말·공휴일·야간 업무는 거의 외국인 근로자가 맡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인 근로자가 없다면 김해지역 기업들의 활동은 위축되고 지역 경제의 성장률도 하락할 수 밖에 없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내국인 우선 채용 원칙을 내세우면서 외국인 근로자 도입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지역 기업들이 외국인 근로자들을 고용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때문에 외국인 근로자들을 고용하는 일부 사업장에서는 근로계약 기간 만료, 근로자들의 사업장 변경 및 직장 무단이탈 등으로 결원이 생겼을 때 필요한 근로자들을 제 때 채용하지 못해 애를 태우는 경우가 많다.

반면 외국인 근로자들도 열악한 생산 환경, 사업주의 노동법 이해 부족, 부도 등으로 인한 임금 체불, 이질적 문화 차이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상적으로 차별을 경험하는 경우가 빈번해 자국에서보다 월급은 많이 받아도 살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내국인과 외국인 근로자들이 서로를 바라보는 시각에도 차이가 있다. 내국인들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뺏아간다"고 생각하거나, 정부의 포용적인 다문화 정책을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 또, 외국인은 범법 행위를 많이 저지른다는 오해 때문에 외국인을 괜히 무서워하거나, 외국인 근로자 차별은 당연하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반면 외국인 근로자들은 임금과 수당은 물론 일반적인 사항에서도 내국인 근로자들에 비해 부당하게 차별을 당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 근로조건의 열악함과 장시간 노동으로 힘들어 한다. 경기 침체로 인한 임금체불과 폐업에 시달리기도 하고, 사업주 실수로 불법체류자가 돼 억울한 상황에 몰리기도 한다. 폐업과 사업주의 횡포로 실직할 경우 외국인 근로자들은 재취업하기가 매우 어렵다. 

하지만 어찌됐든 김해시민과 외국인은 함께 살아야 한다. 서로 이해하고 조금씩 양보하면서 손을 맞잡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문화는 이식되어 뿌리내리고 변화해서 다시 전파된다고 한다. '홍차의 샴페인'이라 불리는 인도의 유명한 홍차 다르질링은 원래 인도 자생종이 아니다. 영국인 의사가 중국에서 인도 다르질링으로 전근을 갈 때 중국 차를 가져가 다르질링 숙소 근처에서 재배했다고 한다. 그 덕분에 오늘날 우리는 다르질링의 향기롭고 화려한 맛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우리나라 짜장면은 한국에 있는 중국음식이다. 중국음식이 한국에 이식되고 변종돼 태어났다. 랩과 힙합은 미국에서 발생한 음악 장르이지만 한국에 이식돼 새로운 뿌리를 내렸다. 한국식 힙합은 다시 미국으로 수출돼 인기를 모은다고 한다.

김해 구시가지인 동상동과 서상동, 부원동 주변에는 외국인 상점과 식당들이 많다. 여기서도 이색적이면서 다른 문화가 형성되어 가고 있다.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가운데 좋은 것은 더욱 발전시키고, 나쁜 것은 도태 혹은 중화시켜서 한층 진화된 문화 공생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외국인 근로자는 우리 문화에 익숙하지 않을 뿐 고유의 언어와 문화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기피하거나 무시할 대상이 아니라 더불어 사는 공동체의 일원으로 인식해야 한다. 코리안 드림을 안고 지역의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자신들의 꿈을 이루면서 한국 경제발전에도 기여하도록 시민 모두가 도와주어야 할 때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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