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선예비후보들의 입에서 '4차 산업혁명'이 언급되고 강조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서는 인공지능과 로봇, 사물인터넷 등이 핵심적 기술이라고 한다.
1차 산업혁명의 증기기관을 포함한 내연기관과 기계는 풍력, 수력, 인력, 축력 등에 의존해 불안정하고 지속적이지 못한 에너지를 지속적, 안정적인 에너지로 변화시켰다. 인간은 그 에너지를 이용해 기계를 움직였다. 2차 산업혁명의 전기·전자기술은 증기시대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에너지의 활용을 가능케 했다. 뿐만 아니라 안전한 빛을 제공함으로써 태양에 의한 밤낮의 구분을 없앴고, 사람들의 활동이 시간에 제약받지 않게 만들었다. 3차 산업혁명의 컴퓨터·정보·통신공학은 인간의 사고능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그 변화는 현재 진행형이다. 변화의 전환점은 4차 산업혁명이다.
1, 2차 산업혁명의 기술들은 육체적 능력을 대체하거나 극대화했다. 3차 산업혁명의 기술은 인간의 정신적 능력을 확대했다.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 로봇, 사물인터넷을 이용해 인간의 육체적 능력과 정신적 능력을 대체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변화의 바탕에 깔려 있는 것은 효율성과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사회의 요구다. 즉 4차 산업혁명의 중심축은 효율성이다. 현대 과학기술은 사람에게 보다 효율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세계는 국가단위의 경쟁체제 속에서 4차 산업혁명에 먼저 도달해 과실을 선점하려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의 효율성만 강조한다면 로봇과 인공지능이 사람을 대체해 사람 없는 사회가 될 수도 있다. 사람이 없는 사회를 상상할 수 있을까? 4차 산업혁명의 세상이 더 좋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는 곤란하다. 1차 산업혁명 시기에 공장 파괴운동이 일어났던 것은 기계와 자본이 사람을 억압했기 때문이었다. 공자가 농촌에서 수로보다 높은 위치의 논에 힘들게 물을 대고 있는 농부에게 효율적인 수차를 가르쳐 주려 하자, 농부는 수차를 이미 알고 있다면서 거절했다. 병충해에 효과적인 농약과 많은 소출을 낼 수 있는 화학비료가 있음에도 어떤 농부는 사용하지 않는다.
이미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사회적 문제점은 많이 이야기되고 있으나, 이에 대비하려는 노력은 부족하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사람의 노동을 대체하지만, 이는 낮은 수준의 사고능력을 요구하는 분야에서 시작할 것이라고 흔히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우리는 이미 보험설계사를 만나지 않고도 인터넷을 통해 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운전수가 필요없는 자동주행 자동차도 만들어지고 있다. 결국 인공지능과 로봇은 낮은 수준의 사고능력이 아니라 높은 수준의 사고능력이라도 효율성을 필요로 하는 분야에서는 인간의 노동을 대체할 수밖에 없다. 한 번 트인 물꼬는 더 많은 물을 쏟아내듯이, 인공지능과 로봇이 사람의 노동을 대체하는 현상은 사회의 모든 분야로 퍼져나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현재의 노동은 사라지고, 새로운 노동이 나타나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을 장기적으로 예측해 보면, 사회는 기계, 인공지능, 로봇 등이 만들어낸 제품과 서비스에 의해 유지될 것이다. 이 때 사람은 무엇을 할까? 역사에서 재미있는 시사점을 발견할 수 있다. 노예제도가 있던 시절의 노예 주인들은 노예가 만든 제품과 서비스에 의존해 생활했다. 이때 노예 주인들은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생활을 했던가?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할 때 인문학적 상상력과 사회학적 상상력이 필요한 이유다. 다양한 상상력이 필요하다. 기술적 상상력이 다른 상상력을 압도하는 사회가 된다면 암울한 미래사회를 그린 공상과학영화의 장면들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주요 축인 인공지능과 로봇이 사회의 중심가치가 되겠지만, 이것들이 다른 가치를 억압해서는 안 된다. 기술적 상상력을 제한하자는 것이 아니라 다른 가치에 근거한 상상력 또한 중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범죄를 저지른 권력자나 재벌총수를 사면하면서 '사회 통합을 통한 효율을 위해서 불가피하다'고 말하곤 했다. 우리 사회는 효율성이라는 가치를 위해 다른 사회적 가치를 쉽게 포기해 왔다. 효율성이라는 가치가 현대사회에서 중요한 가치라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정의·자유·평등·복지 등 다양한 가치들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기준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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