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서치료에 활용되는 책에는 심리전문가·정신분석가의 자기치유서, 문학서 등이 있다.

"집이 아닌 곳에서는 불안을 느껴 잠을 이루지 못하던 이유를 알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어요."
 
박영주(41·부원동) 씨는 청소년기부터 약간의 불면증 증세가 있었는데, 독서치료 과정에서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일상생활에 불편을 느낄 정도는 아니었으나, 타지에 여행을 가거나 야간소음이 심하게 들리면 가슴이 두근거려 쉽게 잠들지 못했다. 박 씨는 가족여행 한번 편하게 가보지 못해 본인도 스트레스를 받고, 가족에게도 미안해 하며 지내왔다. 그러던 중 어린 시절의 상처를 받은 사례들을 모은 책을 읽고 자신을 돌아보는 독서치료 과정에서 까맣게 잊고 있던 일이 떠올랐다. 박 씨가 중학교에 입학할 때, 김해에서 부산으로 이사하는 일과 아버지가 타지로 단신부임하는 일이 동시에 이루어졌다. 고향을 떠나 낯선 곳에 적응해야 할 때 가족의 울타리가 되어주어야 할 아버지가 옆에 없었다는 것이 마음에 작은 상처가 되었던 것이다. 별 것 아닌 것 같은 그 일이 오랫동안 낯설고 소란스러운 곳에서 쉽게 잠들지 못하는 증세로 나타났다. 그 이유를 알고 나니 속이 후련하다는 박 씨는 "우연히 접한 독서치료가 나 자신을 돌아보고 자존감을 회복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제는 낯선 곳에서의 수면이 두렵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도서관에서 이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 중 '독서치료'는 책읽기를 통한 마음 치유이다. 상황에 맞는 책읽기를 통해 우리 마음 어딘가에 잠복해 있는 상처의 뿌리를 찾아내고 그것을 새롭게 인식하고 다독이는 과정을 통해 마음 속의 상처가 완화되거나 치유되는 경험이다. 그래서 독서치료는 책을 끝까지 읽어내는 이용자 자신의 노력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리고 비슷한 연령 대상층이 서로 이야기하고 이해하고 이해받는 집단치료의 성격을 가진다.
 

진영한빛도서관 '주부독서치료' 매주 한 권씩 읽고 대화와 토론
가슴 속 응어리 털어내 효과 12주 프로그램 지역민에 인기

김해에서는 진영한빛도서관의 김은엽 사서를 중심으로 독서치료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성인·어린이·청소년·주부 등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 중에서도 '주부독서치료'는 해를 거듭하며 화제가 되고 있다. 결혼 이후 시가의 가풍에 적응을 못하거나, 가사와 육아에 매달려야 하는 현실에서 받는 스트레스, 타지로 진학한 아이에게는 용돈을 보내는 어머니 외에는 존재감을 느낄 수 없는 소외감, 사회활동을 하는 남편에 비해 자꾸만 뒤처지는 듯 느껴지는 불안감 등 주부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크고 작은 상처는 많다. 그런 외부의 상황이 모두 자신의 탓인 양 스스로를 자책하기도 쉽다. 주부독서치료는 이런 사소한 문제들이 모여 마음의 응어리가 생긴 주부들을 대상으로 한다.
 
김은엽 사서는 "장유도서관에서 근무할 때 독서치료에 참여했던 분들이 진영까지 소모임 활동을 하러 오기도 한다"며 "비슷한 경험을 가진 주부들, 이미 독서치료를 경험해 본 진행자들이 함께 속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것도 독서치료의 좋은 효과"라고 말한다.
 
독서치료를 통해 비로소 하고 싶은 말을 털어놓는 과정을 통해 마음의 응어리가 풀려가는 걸 느꼈다는 학원강사 김모 씨는 "이웃에 사는 주부들과 쇼핑이나 드라마 이야기를 할 때는 겉도는 관계 속에서 늘 허전했다"며 "서로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한다.
 
물론 독서치료가 만병통치약인 것은 아니다. 독서치료를 받았다고 해서 상황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 상황 속에서 상처를 덜 받고 균형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독서치료 프로그램은 서로의 이야기를 비밀로 지켜가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12주 동안 매주 한 권씩의 책을 읽고 자신의 상황과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며 그 과정에서 느낀 것을 솔직하게 말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독서치료에 사용되는 책은 심리전문가 정신분석가의 자기치유서, 문학서 등이 활용된다. 과정이 끝나고 난 후에는 참여자들끼리 소모임을 조직하여 관계를 유지하기도 한다. 모임에 참가하는 것이 꺼려진다면 도서관의 '치유서 코너'를 활용할 수도 있다.
 
진영한빛도서관의 독서치료 2011년 2학기는 9월 9일부터 11월 24일 까지 12주 과정으로 진행하며, 8월까지 15명 마감이다. 문의/진영한빛도서관 055)330-4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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