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재훈(오른쪽)-이인아 부부가 직접 만든 빵을 들어 보이고 있다. 허 대표는 건강 때문에 마스크를 끼고 있다.


 

▲ 예쁜 인형이 붙여져 있는 '빵공장' 정면 유리창.

20대부터 다양한 빵집에서 기술 익혀
3년 전 가게 열어 ‘당일 생산·판매’ 원칙

천연발효 배양액종 반죽 사흘 냉장숙성
풍미 위해 우유생크림·자연산 치즈 사용

단팥·소보로·우유식빵 대표적 인기제품
고객 취향 만족 위해 음료·디저트도 판매



매일 오전 7시가 되면 어김없이 고소한 냄새를 풍기는 동네 빵집이 있다. 율하동의 수남초 앞에 있는 카페형 빵집 '빵공장'이다. 이 곳은 주부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주부들은 자녀를 학교에 보낸 뒤 오전의 여유를 담은 커피 한 잔을 마시기 위해, 또는 하교시간에 자녀의 출출한 배를 달래줄 사랑의 간식을 챙기기 위해 빵집에 들른다. 주변 아파트 주민들이 오가며 찾는 곳이어서 마치 동네 사랑방 같기도 하다.
 
'빵공장' 허재훈(38) 대표는 "단골손님들이 제법 많다. 서로 잘 안다. 학교 앞인데다 근처에 카페도 없다 보니 주부들이 많이 온다. 새 학기가 되면 신입생의 엄마들이 더해져 고객에 약간의 변화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허 대표는 건축공학을 전공했다. 그가 제빵의 세계에 입문하게 된 것은 아주 우연한 기회를 통해서다. 그는 20대 때 생활정보지에 실린 구인광고를 보고 당시 외동에 있던 빵집 '엉클조'에서 일하게 됐다. 이후 삼계동의 '비고', 부원동의 '파란풍차' 등에서 경험을 쌓으며 제빵 기술을 익혔다. 그는 "생각한 대로 모양, 색이 나오는 게 신기했다. 신제품을 만들어 반응이 좋으니 재미가 있었다. 10년 넘게 빵을 만들다 보니 내가 할 일은 이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2014년 3월 '빵공장' 문을 열게 됐다. 공장이라는 이름 탓인지 절에서 빵 2000개를 만들어 달라는 주문 전화를 걸어 온 적이 있다"고 말했다.
 

허 대표는 처음에는 식빵 전문점을 운영하고 싶었다고 한다. 당연히 음료를 판매할 생각도 없었다. 그러나 동네 빵집이다 보니 고객들의 취향과 요구에 따라야 했다. 결국 다양한 종류의 빵을 만들게 됐다. '빵공장'에서는 빵과 함께 커피, 스무디, 팥빙수 등의 기본 음료와 디저트류도 판매한다.
 
'빵공장'을 대표하는 제품은 단팥빵, 소보로빵, 우유식빵이다. 모든 빵에는 천연발효 배양액종을 사용한다. 허 대표는 빵을 굽기 앞서 밀가루를 반죽해 하루 냉장숙성을 시킨다. 여기에 배양액종을 넣고 한 번 더 반죽해서 다시 냉장숙성하는 과정을 거친다. 처음 반죽한 날부터 사흘째가 돼야 비로소 빵을 굽는다. 이렇게 하면 버터, 설탕 등이 반죽에 골고루 스며들어 부드럽고 쫄깃한 빵을 만들 수 있다. 허 대표는 "설탕을 많이 줄여 다른 프랜차이즈 빵집의 빵보다 덜 달고 자극적이지 않다. 냉장숙성을 시키면 소화도 잘 된다"고 설명했다.
 
'빵공장'에는 대표적인 빵들 외에도 크로크무슈, 블루베리 크림치즈빵, 어니언 크림치즈번 등 60여 가지의 빵이 진열돼 있다. 제각각 포장된 토끼, 공룡 모양의 쿠키도 눈길을 끈다.
 

▲ '빵공장'을 찾은 강현선, 전수영 씨가 빵과 음료수를 즐기고 있다.

마침 인근에 사는 주부 두 명이 빵집을 찾았다. 마늘바게트와 도넛, 커피 2잔을 주문하더니 봄볕이 따뜻한 창가 자리에 앉았다. 강현선(42·율하동) 씨는 "이곳의 마늘바게트가 특히 맛있다. 입맛에 맞아서 지인들 모임에 가져간 적이 있다. 창원에서 온 지인이 맛있다고 하더니 나중에 일부러 와서 사 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전수영(38·율하동) 씨는 "우유크림과 슈크림이 가득한 트로피 자이엔느를 자주 먹는다. 커피와 함께 먹으면 정말 맛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매장에서 판매하는 모든 빵은 허 대표가 직접 만든다. 매일 오전 5시 출근해 빵을 만들면 7시쯤 대부분 완성한다. 부인 이인아(34) 씨가 자녀 둘을 학교와 유치원에 보낸 뒤 가게로 나온다. 이 씨는 "빵집 문을 연 지 2년 쯤 됐을 때 남편이 많이 아팠다. 피곤해서 그랬는지 신장이 나빠져 수술을 두 번 받았다. 요즘은 건강을 챙기려고 노력한다. 원래는 남편이 저녁까지 가게에서 일을 했지만 지금은 오후 3~4시에 퇴근한다. 이후 오후 10시까지 내가 가게를 맡는다. (남편이)퇴근해도 육아 때문에 편하게 쉬지 못한다"며 걱정했다. 허 대표는 그래서인지 마스크를 쓴 채 사진을 찍었다.

이 씨는 결혼하기 전에는 학원 강사로 일했다. 오전 시간이 비교적 한가로워 집 근처 목욕탕에 거의 매일 '출근도장을 찍었다'고 한다. 그 곳에서 집 근처에 있던 빵집 여직원과 친해졌다. 그가 동료 직원이던 허 씨를 소개해 줬다. 이 씨는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모습이 착해 보이고 좋았다. 만난 지 석 달 쯤 됐을 때 궁합을 보러 갔다. '올해 결혼을 안 할 경우 3년을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그 해 바로 결혼식을 올렸다"며 웃었다.
 

▲ 갓 나온 빵들이 가지런하게 진열돼 있다.

이 씨는 '남편이 만드는 빵'을 신뢰한다. 그는 "우리 가게는 우유생크림과 자연산 치즈를 사용한다. 발효 빵은 풍미 때문에 버터가 중요해서 우유버터를 쓴다. 다른 빵집에서 쓰는 마가린보다 3~4배 비싸다. 발효를 하지 않은 쿠키, 카스테라 종류는 아이들이 많이 먹기 때문에 우리밀로 만든다"고 밝혔다. 좋은 재료를 쓰는 것에 비해 가격은 비싼 편이 아니다. 빵의 가격은 2000원~3000원 선이다. 100% 우유생크림으로 만든 케이크 1호도 2만 원 선을 넘지 않는다.
 
빵은 당일 생산, 당일 판매를 원칙으로 한다. 남는 빵은 다음 날 손님들에게 무료로 제공하거나, 가게 앞 교회에 가져다 준다. 허 대표는 "교회에서 주변에 혼자 사는 어르신들에게 나눠 준다. 어떤 어르신은 바게트처럼 딱딱한 빵을 찜기에 쪄서 먹는다고 했다. 그러면 찐빵 같은 느낌이 나 맛있다고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웃었다.
 
허 씨는 지난달까지는 매주 토요일 체험수업을 진행했다. 가족 고객들이 쿠키, 케이크를 만들어 보는 체험교실이었다. 지금은 건강과 육아 문제로 잠시 쉬고 있지만 조만간 다시 열 예정이다. 허 대표는 "빵공장은 첫 가게다. 지금은 작은 빵집이지만 조금씩 키우고 싶다. 계속해서 좋은 재료로 맛있는 빵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김해뉴스 /이경민 기자 min@gimhaenews.co.kr


▶빵공장 / 김해시 율하2로 171-1. 055-325-4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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