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김해에서 재미있는 외국인 '새해 축제' 두 건이 동시에 열렸다. 태국의 송크란 축제와 스리랑카의 신년행사였다. 아주 이색적인 프로그램으로 외국인들은 물론 원주민들의 눈길까지 사로잡았던 두 축제의 다양한 장면을 소개한다.


 

▲ 송크란축제에 참가한 태국 여성들이 전통에 따라 얼굴에 하얀 분을 분을 바르고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사진제공=장종운 사진작가

 


지난달 30일 구봉초서 태국력 신년 축제
이주민 700여 명 전국 각지서 몰려 성황

미스송크란대회, 치열한 미모 경쟁 인기
가수 공연과 전통 음식·물총 놀이 즐겨




■ 태국 송크란 축제
태국은 해마다 4월 14~16일 우리나라의 설날 같은 송크란 축제를 개최한다. 송크란은 태양력을 기준으로 정한 새해 첫날이다. 태국, 라오스, 미얀마 등에서는 이 시기를 한 해의 시작으로 본다. 축제 참가자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물을 뿌려 축복을 빌어주기 때문에 '물 축제'라고도 불린다. 2010년부터는 김해에서도 해마다 송크란 축제가 열리고 있다.
 
지난달 30일 구봉초에서는 김해외국인력지원센터 주관으로 제8회 송크란 축제가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김해는 물론 경남 양산, 경기도 평택, 인천 등에서 온 태국인 700여 명이 참여했다.
 

▲ 태국인들이 스님에게 시주를 하면서 복을 빌고 있다.

오전 10시, 전통 종교행사를 시작으로 축제의 막이 올랐다. 참가자들은 태국 스님에게 돈·과자·음료 등을 시주하고 옆에 놓인 불상에 물을 부으며 복을 빌었다. 친구들과 함께 온 바파폰 모라(24) 씨도 불상의 어깨에 물을 부었다. 그는 "김해 송크란 축제는 한국에 있는 태국인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지난해에도 오고 올해도 또 왔다"며 환하게 웃었다.
 
사람들이 갑자기 술렁이기 시작했다. 메인무대에 태국 여성 10명이 올라가 있었다. 다들 곱게 화장을 하고 전통 옷을 입은 채 어깨에 띠를 두르고 있었다. 마치 미스코리아대회를 보는 듯했다. 김해외국인력지원센터 임성진(28) 과장은 "해마다 송크란 축제 때는 미스송크란대회를 함께 연다. 대회 전 페이스북을 통해 모집 공고를 냈다. 축제 이틀 전 태국에서 초청한 분장사가 참가자들의 머리를 다듬고 화장을 해 줬다. 1등에게는 한국~태국 왕복 항공권을, 2등과 3등에게는 휴대폰을 부상으로 준다"고 설명했다.  
 

▲ 관객들이 미스송크란대회 참가자들에게 리본 목걸이를 걸어주고 있다.

관객들이 가장 예쁘다고 생각하는 후보에게 리본 목걸이를 걸어주면 그 개수를 계산해 순위를 매기는 방식으로 심사가 진행됐다. 목걸이는 센터 직원들이 미리 준비했다. 축제가 이어지는 동안 후보들은 무대와 대기석을 오갔고, 관객들은 심사를 계속했다.
 
오후에는 태국에서 온 가수의 무대가 펼쳐졌다. 관객들은 송크란 축제 때 전통적으로 바르는 하얀 분 '뺑'을 얼굴에 묻히고 리듬에 맞춰 어깨를 들썩거렸다. 손을 들었다 내리기를 반복하며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했다. 물총을 든 사람들이 물을 마구 쏘아도 누구 하나 싫은 기색 없이 깔깔 거리며 웃어댔다. 한국에 온 지 2년 된 다나바(32) 씨는 "미스송크란대회와 가수 초청공연이 가장 재미있다. 이번에 초청된 가수는 태국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우승해 꽤 유명한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 태국에서 온 가수가 뜨거운 공연을 펼치고 있다.

간간이 한국 사람도 보였다. 부산에서 온 지예진(22) 씨는 "병원에 근무한다. 환자로 왔던 태국 사람과 친구가 됐다. 그를 따라 2년 연속 축제에 오게 됐다. 개인적으로 태국음식을 좋아해서 점심도 여기서 먹었다. 태국식 샐러드 쏨땀을 먹었다. 매콤한 게 입맛에 딱 맞았다"고 말했다.
 
행사장에는 노란색과 연두색 조끼를 입은 자원봉사자들이 바삐 오갔다. 올해는 태국공동체자원봉사단과 인제대 학생 등 50여 명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다.
 
오후 4시 30분, 미스송크란대회 결과가 나왔다. 우승은 창원에서 온 몸 안야린(29) 씨가 차지했다. 그는 "이전에는 축제가 좋아서 매년 구경하러 왔다. 올해는 문득 대회에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1등을 하게 돼서 기분이 아주 좋다"며 기뻐했다. 
 
김해외국인력지원센터 천정희(60) 센터장은 "외국인들은 이국에서 외롭고 많이 힘들다. 오늘 축제에서 힘을 얻어 신나게 일터로 복귀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영차, 영차." 스리랑카 근로자들이 줄다리기 경기를 벌이고 있다.



 건설고에 스리랑카인  700여 명 모여
 체육대회로 신년행사 진행 열기 ‘후끈’

 경기 앞서 전통놀이 열려 추억 자극
“명절에 다 함께 모일 수 있어서 행복”

 



■ 스리랑카 신년축제
같은 날 구산동 김해건설고 운동장에 스리랑카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스리랑카의 새해 첫 날을 기념하기 위한 신년행사가 열렸기 때문이다. 스라랑카의 새해 첫 날은 지난달 14일이었다. 이 행사는 '김해 스리랑카 커뮤니티'가 주최했다. 오전 11시부터 김해는 물론 부산과 경남 창원 등에 사는 스리랑카 근로자 700여 명이 김해건설공고에 모여 들었다.
 
신년행사는 체육대회 식으로 꾸며졌다.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은 참가 희망 경기에 이름을 적었다. 가장 경쟁이 치열했던 종목은 배구였다. 스리랑카의 국민 스포츠라고 한다. 무려 12팀이나 참가를 신청했다. 무료로 즐긴 다른 경기와 달리 배구에는 참가비 10만 원씩을 내야 했다. 우승, 준우승 상금이 각각 100만 원, 60만 원이어서 참가 열기는 더욱 뜨거웠다. 2시부터 시작된 배구 경기는 오후 7시가 넘어서야 끝이 났다. 김해제일교회팀으로 출전한 인함 모하마드(34) 씨는 "배구팀을 만든 지 2년 됐다. 매주 일요일 열심히 연습을 하고 있다. 모두 함께 모여 게임을 즐길 수 있어 너무 재미있었다"며 웃었다.
 

▲ 여성들이 막대에 매단 빵을 빨리 먹는 게임을 하고 있다.

배구 경기에 앞서 스리랑카 전통놀이가 펼쳐졌다. '눈 감고 물병 깨뜨리기', '눈 감고 코끼리 눈에 점 찍기'였다. 안대를 쓰고 제자리에서 돈 뒤 방망를 들고 가 물병을 깨거나, 펜으로 코끼리 눈 부분에 점을 찍으면 성공하는 게임이었다. 참가자들이 비틀비틀거리며 게임을 하는 모습을 보는 구경꾼들은 '키득키득' 웃음을 참느라 혼이 나는 표정이었다. 전통놀이에 참가한 키스리 페레라(32) 씨는 "한국에 온 지 7년 정도 됐지만 신년 행사에 참가한 건 처음이다. 게임에는 실패했지만 오랜만에 스리랑카 전통놀이를 하니 정말 기분이 좋다"며 웃었다.
 
한 쪽에서는 3000, 400m 달리기 경주가 열렸다. 우승 상품은 전자레인지였다. 풍성한 상품 덕분인지 참가자들의 표정은 올림픽에 참여한 선수처럼 진지했다. 신발과 양말을 모두 벗고 맨발 투혼을 보인 참가자들도 많았다. 주변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은 트랙 양쪽에 서서 선수들을 응원했다. 김해건설고를 6바퀴 이상 돌아야 하는 3000m 경기 때는 사람들이 목소리를 더 높여 응원하거나 선수들에게 물을 뿌려주기도 했다. "와" 마침내 우승 선수가 결승점에 들어오자 사람들은 환호했다. 관중이 환호하든 말든 선수는 잔디에 그대로 드러눕고 말았다.
 
긴 막대에 빵을 매달아 놓고 손을 뒤로 묶은 뒤 입으로만 빵을 먹는 게임에는 주로 여성들이 참여했다. 빵을 한 입만 베어 먹는 것이 아니라 모두 먹어야 하는 게임이었다. 시작 신호와 함께 빵이 달린 막대로 부리나케 달려간 여성들은 허겁지겁 빵을 먹기 시작했다. 구경꾼들은 참가자들에게 물을 주거나 긴 머리칼을 고무줄로 묶어주기도 했다.
 
줄다리기는 주로 남성들이 참가했다. 팀마다 8명씩 참가해 긴장한 얼굴로 줄을 잡았다. "영차, 영차" 하는 기합은 없었지만, 몸통을 뒤로 젖혀 무게중심을 맞춘 뒤 안간힘을 다해 줄을 잡아당기는 모습은 우리나라 줄다리기와 똑같았다.
 
'도피'라고 불리는 '모자 돌리기' 게임은 음악과 함께 어우러진 게임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동그랗게 원을 만든 뒤 음악에 맞춰 머리에 모자를 썼다가 다시 벗어 옆 사람에게 차례로 넘긴다. 불시에 음악이 멈출 때 모자를 갖고 있는 사람이 탈락하는 게임이었다. 처음에는 박수를 치면서 여유롭게 시작한 게임이었지만 탈락자가 늘어나 원이 점점 작아지자 열기는 뜨거워졌다. 모자를 옮기는 손은 더 바빠졌다. 마침내 2명만 남아 게임을 할 때는 모자를 전달하는 손이 하늘을 날아다니는 듯 했다.
 
경기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은 스리랑카 전통음식인 '키리바트'를 즐겼다. 키리바트는 우유 밥이라는 뜻이다. 코코넛밀크를 넣어 만든 밥이다. 밥을 만들 때 우유가 끓어 넘치는 것을 보고 한 해의 운세를 점치기도 한다. 스리랑카 근로자들은 전통음식을 먹으며 오랜 만에 만난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 스리랑카대사관 일일출장소 앞 근로자들이 줄을 서 있다.

이날 행사에서는 주한스리랑카대사관 일일출장소도 문을 열었다. 대사관의 수민다 멘디스 이등서기관은 "오늘 업무는 원래 서울에 가야 처리할 수 있다. 1년에 한두 번 김해에 출장을 온다. 마침 신년행사가 열려 출장소를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신청서를 든 스리랑카 사람들은 긴 줄을 서서 기다린 끝에 여권, 운전면허증, 고용보험, 출생 신고 등의 업무를 해결할 수 있었다.
 
'김해 스리랑카 커뮤니티'의 인두닐 프리얀다(36) 공동대표는 "지난해부터 시작한 신년행사에 다른 지역 사람들도 참가하면서 규모가 커졌다. 스리랑카에서는 1년 중 가장 큰 명절이다. 함께 모여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정말 좋았다. 앞으로도 좋은 행사를 계속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이경민·조나리 기자 min@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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