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추조 김해YMCA 이사장.

참정권이란 국가 정책이나 정치에 직접 또는 간접으로 참여할 수 있는 권리다. 선거권, 공무담임권이 여기에 해당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법에 따라 19세 미만 청소년은 지방선거, 국회의원선거, 대통령선거에 참여할 수 없다. 2016년 정치권에서는 선거연령을 19세에서 18세로 낮추자는 법안을 발의했다. 청소년에게 투표권을 준다는 것은 청소년들에게 자기 삶의 결정권을 준다는 뜻이었다. 교육의 당사자인 청소년들이 교육·입시제도에 자신들의 목소리를 니게 하자는 이야기였다. 청소년들이 사는 동네의 환경, 교통, 복지 등 다양한 정책 결정과정에 의견을 반영한다는 의미였다.

이 시도는 결국 무산 위기에 몰렸다. 청소년의 선거권 보장에 반대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청소년 대부분은 사회적 경험이 모자라 미성숙해 판단력이 부족하고, 정치보다는 학업에 집중해야 하며, 선거 정보나 학습이 부족한데다, 선거권이 생겨도 많이 참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것 등등이다. 간단하게 요약하면 '청소년은 기본적으로 미성숙하고 사회적 경험이 없어 정치 참여는 시기상조다. 기성 정치와 정책에서 정해 놓은 교육체계에 따라 공부만 하면 된다'는 말이다.

과연 그럴까? 18세가 되면 혼인신고를 할 수 있다. 운전면허도 딸 수 있다. 현재 대선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후보자 평가기준이 '안보관'인 상황에서 청소년들은 18세가 되면 군에 입대할 수 있다. 국가와 지역사회의 행정서비스를 지원하는 공무원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유독 선거에만 참여하지 못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우리나라만 선거 연령이 19세 이상이다. 전 세계적으로 239개 나라 가운데 92%인 219개 나라의 선거 참여 연령이 18세 이하다. 이러한 통계만 보더라도
우리나라가 정치에 있어서 얼마나 후진국인가를 판단할 수 있다.

청소년에게 선거권을 주게 되면 학교가 정치의 장으로 바뀔 우려가 많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늘 이렇게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바라본다면 정치 발전과 민주주의의 성장은 요원하다. 청소년들에게 선거권을 부여하게 되면 당장 부정적인 측면이 일부 나타날 수도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청소년들을 위한 긍정적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믿는다. 게다가 청소년들이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확보돼 앞으로 사회 발전에 크나큰 동력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3·1운동의 유관순에서부터 4·19의 학생들에 이르기까지 청소년들은 적극적으로 사회에 참여해 민주화에 기여해 온 경험이 많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두발 규제에 반대하는 '노컷운동'을 청소년들이 펼치지 않았던가! 공무원도 될 수 있고 군대에도 가는데, 왜 청소년들은 학교에서 공부만 해야하고 자기결정권은 보장받지 못하는가?

지금은 성인들의 시각에서 청소년을 볼 게 아니라, 청소년의 눈높이에서 세상을 바라봐야 할 시점이다. 고정관념에서 과감히 탈피해야 할 상황이다. 청소년들에게도 정치참정권을 보장해 줘야 한다. 청소년들이 입시교육, 청소년 노동인권, 무상급식 등 다양한 사회적 현안에 자기주도 결정권을 갖도록 해도 될 만큼 정치사회 환경이 성숙해졌기 때문이다.

YMCA는 이번 제19대 대통령선거 때 전국 청소년 20만 명이 참여하는 대통령 모의투표를 실시한다. 이번 모의대선이 청소년들에게 정치참정권을 부여하는 좋은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해뉴스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