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결혼은 해도 후회하고 안 해도 후회한다'라고 했다. 우스갯소리로 '결혼은 사람들의 판단력이 흐릴 때 했다가 참을성이 없어지면 이혼하고 기억력이 나빠질 때쯤 재혼을 하게 된다'고 한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결혼 건수는 28만여 건으로 역대 최저였다. 올해 태어나는 신생아 수는 사상 최저인 36만 명 선으로 추정된다. 출산 절벽이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은 2015년 기준 1.24명으로 전 세계예서 꼴찌 수준이다. '한국이 지구촌에서 사라지는 최초의 국가가 될 것'이라는 영국 옥스퍼드대 콜먼 박사의 예언이 한층 실감 있게 들린다. 결혼은 필수가 아니고 선택이라고 인식되고, 급기야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비혼족들의 비혼식까지 등장했다. 비혼식의 의미가 '나는 결혼을 하지 않을 테니 그동안 지출했던 축의금을 되돌려 받고 싶다'는 뜻도 포함하고 있다고 한다. 자못 씁쓸하다.

젊은이들이 결혼을 기피하는 이유를 경제학의 기회비용 측면에서 살펴보자. 연세대 총장이었던 정갑영 박사가 쓴 <열보다 더 큰 아홉>에서는 기회비용을 흥미롭게 설명하고 있다. 세계 최대 거부인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가 길을 가고 있다. 10만 원이 길에 떨어져 있었다. 이 때 돈을 줍는 것과 그냥 지나치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현명한가. 그로서는 창업 후 초당 14만 원을 벌었기 때문에 허리를 굽혀 돈을 줍는 시간의 기회비용이 줍는 돈 10만 원보다 커서 그냥 지나가는 게 유리하다.

결혼의 기회비용은 임신·출산·육아·가사의 고통, 엄청난 주거비, 자녀 교육비를 부담하는데다 독신으로서 누리는 자유로움의 가치마저 희생하는 것이다. 부모가 자녀를 얼마나 가질 것인지를 다룬 연구는 다양하다. 영국의 경제학자 토머스 맬서스는 <인구론>에서 '가구소득을 강조해 1인당 식량생산량 증가율이 인구증가율을 상회할 때까지 사람들은 결혼을 미루고 자녀도 적게 낳는다'고 했다.

그렇다면 부모 소득이 증가하면 자녀의 수는 늘어날까. 소득이 높을수록 자녀 부양능력이 커지기 때문에 자녀를 더 가지려는 소득효과는 분명히 있다. 반면 소득이 높은 부모일수록 자녀 양육에 소요되는 시간의 기회비용이 높아지기 때문에 자녀 출산을 기피하는 대체효과도 만만치 않다. 이러한 대체효과는 자녀를 의도적으로 갖지 않는 맞벌이 딩크족이나 고소득층 여성의 경우 자녀 양육에 할애하는 시간의 기회비용이 크기 때문에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199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게리 베커 교수는 "부모의 자녀 수 결정 모델에서 출산 자녀 수와 자녀의 자질을 동시에 고려한다"고 했다. 가구 소득이 증가한다고 자녀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존 자녀의 자질을 높이기 위한 투자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가구소득을 높여주기 위한 출산장려금 등의 다양한 정부정책 효과는 크지 않다는 것이다. 10여 년 간 우리 정부가 출산정책에 100조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하고도 성공을 거두지 못한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남녀 734명을 대상으로 10여 년간 추적 조사해 내놓은 연구보고서는 '소득이 높을수록 결혼하지 않을 확률이 높아진다'고 했다. 또 여성의 높은 스펙이 저출산의 주된 원인이어서 이들의 스펙과 눈높이를 낮추게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이처럼 저출산 방지 대책은 가계 소득 증대보다는 양육 비용을 낮추는 방법이 효과적이다. 저출산 문제의 해법은 인식 변화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여성만의 몫으로 간주하는 '저출산' 용어도 '저출생'으로 바꾸고, 여성만이 지는 독박 출산, 독박 육아에서 남성과 우리 사회의 공동책임으로 나눠야 한다.

새로 들어서는 정부는 국가의 어느 정책보다 저출산 문제를 최우선해야 한다. 해법은 육아, 교육, 주거, 청년실업, 부모의 자녀교육 인식 전환 등 종합적인 접근법이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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