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문성 안전보건공단 경남동부지사 건설보건부 차장.

우리집 맞은편에는 대규모 아파트 건설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매일 창 너머로 공사 진행 상황을 쳐다보게 된다. 올해 초 아담한 동산을 깎아 부지를 조성하더니 어느새 3층 높이의 아파트 구조물 공사를 하고 있다.

자세히 쳐다 보니 몇몇 근로자가 비계(공사용 작업지지대) 위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며 작업을 하고 있다. 비계에는 작업발판과 안전난간이 설치되어 있고, 근로자들은 안전대까지 착용하고 있다. 내심 우리나라에서는 명성이 있는 대형건설업체여서 안전관리도 잘하고 근로자도 안전수칙을 잘 준수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아직도 대다수 건설현장에서는 이렇게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는 게 사실임을 부인할 수 없다.

건설현장에서 작업 중 가장 자주 발생하는 사고는 추락재해다. 문득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라는 유명한 소설 제목이 떠오른다. 의미는 다르지만, 날개가 꺾여 추락하는 새들은 다시 비상을 꿈꾸는 반면 건설현장에서 추락이란 곧 사망을 의미한다. 근로자가 위험장소에서 추락하지 않으려면 안전시설과 안전모, 안전대 등의 개인 보호구라는 날개를 갖춰여 한다. 그런데 작업 공정의 변화가 다양하고 안전비용이 부담스럽다는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안전이란 날개를 달지 않는 건설현장에서 근로자가 추락하고 있다.

매년 고용노동부에서 발표하는 '산업재해 발생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현장에서 작업 중 사고로 사망한 근로자 499명 중 추락 사망자가 281명(56.3%)이나 됐다. 올해도 3월까지 건설업 현장 사망자 144명 중 84명(58.3%)이 추락사고 때문에 목숨을 잃었다. 이는 인명피해에만 그치지 않는다. 경제적 측면에서 살펴보면, 지난해 건설업 산업재해로 인한 경제적 손실비용은 7조 2000억 원에 이른다. 이렇다 보니 고용노동부는 추락사고를 줄이지 않고서는 사망재해를 감소시키기 어렵다고 판단해 5월 한 달 동안 중소규모 건설현장을 대상으로 추락예방 기획감독을 실시한다. 안전관리가 취약한 주택·상가·공장 신축현장 등에서 작업발판, 안전난간, 추락방지망 등 안전시설 설치상태와 근로자 보호구 착용 등 추락 예방조치를 집중 점검해 이를 이행하지 않는 업체에 강력한 제재조치를 내린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 등에서는 추락재해 예방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집중감독을 실시하면 급증하는 추락재해를 잠시 막을 수는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근원적인 문제해결에 중점을 둔 지속적인 안전관리 시스템 구축의 안정화다. 우리나라 건설현장의 경우 근로인구의 고령화, 외국인 근로자의 증가, 신기술·신공법 도입 등 다양한 환경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여기에 발맞춰 복잡, 다양하면서도 새로운 접근방식을 모색해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한다.

건설안전에는 기술적 대응도 필요하지만, 안전관리 시스템 구축이라는 접근방식이 더 필요하다. 추락사고 발생의 원리를 기술적·인적·조직적 요인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이해해야 한다. 이에 따라 건설공사에 참여하는 모든 구성원이 안전기준을 준수하는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 건설안전 원칙을 기본으로 위험성평가, 방호·예방 계획 수립·실천, 지속적인 피드백이라는 안전관리 시스템이 가동돼야 한다.

누군가 '사람이 우선이다'라고 말 한 적이 있다. 그렇다. 건설현장이, 근로자가 날개를 달고 내일을 꿈꾸며 새로운 삶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안전한 삶의 일터가 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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