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을 언덕에서 내려다 본 신전마을 논밭 전경. 전형적인 농촌마을답게 비닐하우스와 탁트인 논밭 풍경이 시원해 보인다.


봉하산·낙동강 사이에 200년 전 자연부락
갈대 많아 ‘새밭’에서 ‘새로운 밭’으로 개명

객지에서 이주 이어져 90가구 ‘오손도손’
명절마다 연극·노래자랑, 언제나 웃음꽃

들녘 제방 축조 전에는 물난리 끊이지 않아
진영오일장 가던 ‘도둑놈산’ 도적떼 설쳐

주민 뜻 모아 마을정비사업 활발히 진행
쓰레기 버리던 입구에 신전공원 세우기도



"낮에는 소쩍새 지저귀는 소리가 들려오고 밤에는 개구리 울음 소리가 널리 퍼집니다. 신전마을은 공기 좋고 물 맑은 전형적인 농촌마을입니다."
 
한림면 가산리 신전마을로 들어가는 길목에는 벚나무가 길게 늘어서 나무 터널을 만들고 있다. 마을 입구에서는 유래비를 둘러싸고 있는 알록달록한 팬지꽃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봉하산과 낙동강 사이에 위치한 신전마을은 200여 년 전 형성된 자연부락이다. 예전에는 땔감으로 사용했던 갈대가 많아 '새밭(薪田)'이라 불렀다. 토지를 개간하고 농토를 조성한 이후로는 '새로운 밭'이라는 의미로 '신전(新田)'이라 고쳐 불렀다. 마을 뒷산은 '독점'이라고 부른다. 1900년 초까지 독(陶·항아리)을 구워 만들었기 때문이다. 농촌 특성상 청년들은 도시로 나가고 50~80대 어르신들이 마을을 지키고 있다. 주작목인 벼농사 외에 비닐하우스에서 가지를 많이 키운다.
 

▲ 마을주민들이 수소문해 발견한 연자방아가 신전공원에 세워져 있다.

"하늘에서 본 신전마을은 항아리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마을에 들어온 사람들 모두 부지런히 잘 살죠. 집집마다 재물이 가득 쌓이는 복 터라 외지인들이 많이 들어옵니다. 30년 전에는 총 가구 수가 50~60가구였지만 현재는 99가구로 늘었답니다." 전북 장수에서 신전마을로 이사를 온 지 29년이 됐다는 최한수(55) 이장의 눈빛에서 자부심이 느껴졌다. 그는 10년째 마을 이장을 맡고 있다. 농촌 공동체에서 원주민과 외지인 사이에 갈등이 일어날 법도 하지만 신전마을은 반대다. 최 이장은 "외지사람들과 어울려 살아야 마을이 발전하고 오래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신전마을은 서쪽으로 진영읍과 경계를 이루고 있고, 남쪽에는 봉화산 줄기가 자리 잡고 있다. 산이 마을을 감싸고 있기 때문에 태풍이 와도 큰 피해를 입지 않는다. 북쪽으로는 낙동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다. 마을 들녘에 제방이 축조되기 전에는 물난리가 빈번히 일어났다고 한다.
 
5대째 마을을 지키고 있는 노인회 권대우(72) 회장은 "옛날에는 바닷물이 밀고 들어와 홍수가 자주 났다. 지금도 땅을 깊이 파면 조개껍데기가 나오고 짠물이 올라온다. 수질검사를 했더니 바닷물보다 조금 싱거운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가족 같은 마을 분위기는 신전마을의 자랑거리다. 권 회장은 "명절이면 주민들이 마을회관을 꾸며 연극과 노래자랑을 했다. 연극 대사를 외우지 못한 주인공을 위해 무대 뒤에서 대본을 읽어주기도 했다. 동네에 불이 나면 불씨가 번질 겨를도 없이 주민들이 뛰쳐나와서 불을 꺼 준다"며 미소 지었다.
 

▲ 일제강점기 때 세워진 주천강 다리 아래로 강물이 여유롭게 흘러가고 있다.

권 회장은 마을 위로 흐르는 주천강에 얽힌 재미난 추억 보따리도 꺼냈다. "어릴 땐 주천강에서 메기, 장어를 많이 잡아먹었어. 투망에 한가득 잡혀 배곯을 일은 없었지. 주천강 중앙에는 일제강점기 때 만들어진 폭이 좁은 다리가 있었는데 한 가운데에는 강바람이 세서 모기가 없었어. 여름 밤만 되면 그곳을 먼저 차지하려고 쟁탈전이 일어났지. 난간도 없어서 아침에 일어나보면 베개가 강물 위를 떠다녔어."
 
권 회장은 마을 입구 인근에 있는 작은 산 이야기도 이어갔다. "신전마을에는 시장이 없어서 진영오일장까지 4.5㎞ 거리를 걸어가야 했어. 산 옆길을 둘러가야 했는데, 밤만 되면 산도적이 나타났지 뭐야. 시장에서 소나 쌀, 농산물을 팔고 오면 돈을 도적에게 다 빼앗겼어. 그래서 혼자서는 위험하니 점방에서 사람들을 모아 집으로 돌아왔어. 그땐 그 산을 '도둑놈산’이라고 불렀는데, 지금은 산이 다 깎이고 공장이 들어섰지."
 
요즘에는 도시와 농촌을 구분하지 않고 공장이 들어서고 있지만 특이하게도 신전마을 안에서는 공장을 찾아볼 수 없다. 최 이장은 "공장이 마을에 들어오면 사람들은 떠나야 한다. 좋은 공기를 마시면서 살고 싶어 시에 공장 설립 반대 주민청원서를 넣기도 했다. 최선을 다해 옛 마을의 모습을 복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 한 주민이 자전거를 타고 마을을 돌아다니고 있다.

고향을 지키기 위한 마을 주민들의 노력은 대단하다. 동네개발위원회를 만들어 마을 정비사업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주민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2.5m 높이의 마을 유래비를 세우기도 했다. 최근에는 김해시가 공모한 '2017 색깔마을 만들기 사업'에서 우수상을 받아 보조금을 받았다.
 
올 봄에는 마을 입구 앞 도로부지에 소공원인 신전공원을 세웠다. 불법 쓰레기투기 장소였지만 마을 주민들이 단합해 아름다운 공원으로 만든 것이다. 그 곳엔 과거 마을주민들이 함께 사용했던 연자방아가 자리하고 있다. 연자방아는 한 주민의 집 담장 아래에 50년 동안 묻혀 있었지만 색깔마을 만들기 사업을 진행하면서 백방으로 수소문한 끝에 발견한 것이다(<김해뉴스> 지난 2월 28일자 4면 보도).
 
공원 중앙에는 당산나무가 될 느티나무가 심어져 있다. 권 회장은 "마을에 수령을 짐작하기 힘든 큰 당산나무가 있었다. 여름엔 그네를 걸어 놀았고, 그늘에서 낮잠을 자기도 했다. 1988년 농지정리 사업으로 없어지고 말았다"며 아쉬워했다.
 
최 이장과 주민들의 목표는 땅내음 물씬 나는 신전마을을 만드는 것이다. 최 이장은 "마을 농로에 나팔꽃을 키우고 도로에는 유채꽃을 심을 예정이다. 신전마을은 고 노무현 대통령 생가인 봉하마을과 가깝다. 관광객이 편하게 쉬었다 갈 수 있는 장소로 만들고 싶다. 주천강에 빠가사리와 메기를 키워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고, 농촌체험장을 만들어 정겨운 촌내음을 풍기게 하겠다"고 밝혔다.
 
김해뉴스 /배미진 기자 bmj@gimhaenews.co.kr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