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영철(오른쪽에서 두 번째) 시인이 지난 13일 도요가족극장에서 자신의 시집 <돌돌>을 소개하고 있다.

 

 최영철 시인, 11번째 시집 <돌돌>
‘도요 맛있는 책읽기’ 행사서 소개
 강마을의 평화 담은 시 69편 수록




 

▲ 최영철 시집 <돌돌> 책 표지.

'도서출판 도요'의 책임편집위원인 최영철(61) 시인이 3년 만에 11번째 시집 <돌돌>을 펴냈다.
 
생림면 도요창작스튜디오는 지난 13일 도요가족극장에서 '제88회 도요 맛있는 책읽기' 행사의 하나로 <돌돌> 출판기념회를 진행했다. 이날 문학행사에는 극단 연희단거리패의 이윤택 예술감독과 지역 문인, 시민 등 20여 명이 참석했다.
 
최 시인은 198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서 시 '연장론'으로 등단했다. 이후 시집 <일광욕하는 가구>, <그림자 호수>, <호루라기>, <찔러본다>, <금정산을 보냈다> 등과 성장소설 <어중씨 이야기>를 발간했다. 2000년 백석문학상을 받았고, 2010년 최계락 문학상과 2011년 이형기 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시 69편을 담은 <돌돌>은 3부로 구성돼 있다. 표제작인 '돌돌'에는 자연을 바라보는 최 시인의 관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순한 것들은 돌돌 말려 죽어간다
 죽을 때가 가까우면 순하게 돌돌 말린다
 고개 숙이는 것 조아리는 것 무릎 꿇는 것
 엊그제 떨어진 잎이 돌돌 말렸다.
 저 건너 건너 밭고랑
 호미를 놓친 노인 돌돌 말렸다
 오래전부터 돌돌 말려가고 있었다
 돌돌 말린 등으로
 수레가 구르듯 세 고랑을 맸다'


 
최 시인은 밭을 매다 굴러 떨어져 죽음을 맞이하는 노인의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슬픈 감정은 묻어나오지 않는다. 죽음은 슬프지도, 허무하지도 않다. 그저 자연의 섭리이자 일부인 것이다.
 
최 시인은 "도요에서 쓴 시가 절반 가량 된다. 등단 시점으로 치면 30년이지만, 살아온 세월로 치면 60년을 보내며 내는 시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연을 보는 관점은 굉장한 에너지로 다가온다. 그 에너지를 빨리 낚아채서 쓴 글이다. 예전에는 글을 수정하며 퇴고하던 게 일상이었지만 도요에서는 매끄럽게 잘 써졌다. 자연이 준 영감이다. 예전의 시와는 매우 다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맛있는 책읽기' 행사는 최 시인을 대신해 이윤택 예술감독이 진행을 맡았다. 연희단거리패 배우 이승헌 씨는 '햇살 한 줌 시키신 분'을 낭독했다. 피아노 반주에 맞춰 과장된 표정, 역동적인 동작을 가미해 관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배우 홍민수 씨는 '그해 여름의 소나기'를 시창으로 선보였다. 제주도 출신인 배우 홍한별, 한대영 씨는 '사려니 숲'을 제주도 방언으로 바꿔 낭독했다. 딱딱하고 천편일률적인 시 낭송이 아니라 이 예술감독의 아이디어가 빛난 독특한 '행위'였다.
 
이 예술감독은 "'돌돌'은 굉장히 분석적인 시다. 감정을 자연에 투사하는 동양적인 정물시다. 인간과 자연의 물아일여(物我一如) 사상이 돋보인다"고 평가했다.
 
한편, 최 시인은 2010년 7월 부인 조명숙 소설가와 함께 도요마을에 터를 잡았지만, 지난해 연말 부산 기장군 일광면으로 자리를 옮겼다. 복합문화공간을 지향하는 가마골 소극장이 완공되면 그곳에 카페 '오아시스'와 서점 '책 굽는 가마'를 차려 다채로운 문학행사를 열 생각이다.
 
최 시인은 스스로 '노심초사'라는 단어를 되새기며 도요의 풍경과 향기, 적요에 반해 혼미해지려는 마음을 다그쳤다고 한다. 그의 심정은 책 말미에 실린 '작가의 말'에 잘 드러나 있다. 강마을의 고요한 평화는 그를 외롭고 무료하게 했을 수도 있다. 어찌 보면 도요를 떠난 것은 그의 인생에 있어 큰 변화이자 또 하나의 시작점일지도 모른다. 

김해뉴스 /배미진 기자 bmj@gimhaenews.co.kr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