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농·산·어촌 통해 단위 설명
재미있는 에피소드로 우리말 소개



 

책을 셀 때는 한 권, 두 권 이렇게 '권'을 붙인다. 꽃을 셀 때는 한 송이, 두 송이 이렇게 '송이'를 붙인다. 고양이, 강아지와 같은 동물에게는 '마리', 사람에게는 '명', 버스·택시 등 차에는 '대'를 붙인다.

그런데 오이 한 개, 사과 네 개, 신발 두 개 식으로 '개'를 붙여 말하는 경우가 많다. 어떤 말을 써야 올바른 표현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우리말은 세는 대상에 따라 쓰는 말이 다르다. 종류도 다양하다. <국수 한 사리 소금 두 자밤 추가요!>는 주인공인 초등학생들의 소소하고 평범한 일상을 통해 물건을 세는 우리말에는 어떤 것들이 있으며, 어디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쉽고 재미있게 알려준다.

농촌에 사는 민수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농사일을 돕는다. 감자를 싣기로 한 날, 밭두렁에는 씨감자가 두 자루 놓여 있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한 이랑씩 맡아서 심기로 한다. 할머니는 반찬으로 가지 한 거리를 말리겠다면서, "가지 50개를 한 거리라고 한다"고 민수에게 일러준다.

어촌에 사는 태호네는 여름방학 때 사촌형 기호가 온다고 해서 명태 한 꿰미를 사 놓는다. 꿰미는 물건을 끈 따위로 꿰어서 다루는 물건의 수량을 가리키는 단위다. 수량이 정해져 있지는 않다고 한다. 태호는 기호가 도착하자 함께 바닷가에 나간다. 들어오는 어선을 보고 기호가 "할머니에게 오징어 한 축 사 달라고 하자"면서 "축은 오징어 20마리씩 묶어서 세는 단위"라고 알려준다.

산촌에 사는 영주네 아빠는 올가을이 감 풍년이라며 "곶감이 서너 동은 나오겠다"고 흡족해한다. 궁금해하는 영주에게 아빠는 "곶감 100개가 한 접이고, 100접이 한 동"이라고 알려준다. 깍두기를 버무리던 엄마는 영주에게 "소금 두 자밤만 넣어달라"고 한다. 자밤이 뭐냐고 물으니 엄마는 "손가락 끝을 모아서 집는 양"이라며 웃는다. 점심으로 국수를 먹을 때 아빠는 엄마에게 "주인장, 국수 한 사리 추가요!"라고 외치며 더 달라고 한다.

도시에 사는 지호 엄마는 상가에서 커다란 천 가게를 한다. 방과 후 프로그램의 '바느질 수업'에 호감이 간 지호는 겨울방학 때 엄마를 따라 한 땀 한 땀 정성 들여 바느질하며 옷 한 벌을 만들기로 한다. 어느 날, 가게에 온 아이가 엄마가 뜨개질 중이던 대바늘을 집어드는 바람에 바늘 코가 우르르 빠진다. 엄마는 겨우 대여섯 코 빠진 거라서 괜찮다고 한다.

책은 농촌의 봄, 어촌의 여름, 산촌의 가을, 도시의 겨울 이렇게 네 지역과 계절로 나눠 각 지역 주요 생산물과 그것을 세는 우리말을 살펴본다. 이런 과정을 통해 셈의 단위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곳곳의 정겨운 모습도 전해준다.
 
부산일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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