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21년 전 A 씨(매도인)로부터 토지를 사서 나중에 매매 본계약을 맺기로 약정하는 '매매예약'을 체결했습니다. 그 토지에 제 이름으로 매매예약을 원인으로 하는 소유권이전등기 청구권 가등기를 해 뒀습니다. 그런데 A 씨가 사망한 이후 상속인들이 최근 저를 상대로 가등기말소등기 청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저는 승소할 가능성이 있나요?


A=위 사례는 실제 서울고등법원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매매 일방예약에 따른 예약완결권 행사기간인 10년이 지나버렸기 때문에 상담자 명의의 가등기는 말소하라는 판결이 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매매예약이란 매매 본계약을 체결할 의무를 부담하는 약정입니다. 그 자체로 완결된 의미를 갖는 매매 본계약과 다른 개념입니다. 다시 말해서 매매예약은 매매 본계약 체결이라는 절차를 진행할 것을 예정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요건, 효과 면에서 매매 본계약과 다릅니다.

민법 제564조 제1항은 '매매의 일방예약은 상대방이 매매를 완결할 의사를 표시하는 때에 매매의 효력이 생긴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개념상 계약당사자 쌍방이 매매완결권을 가지는 쌍방예약도 존재하지만, 보통 매매예약이라 하면 민법상의 일방예약으로 추정합니다. 일방예약이란 '계약의 한 당사자가 본계약을 성립시키고자 하는 의사표시(예약완결권)를 하면 상대방의 승락을 얻지 않고도 즉시 본계약이 성립'하는 경우입니다.

민법 규정에 의한 매매의 일방예약이 있었다고 인정되면, 그 예약을 본계약으로 완결시킬 수 있는 예약완결권을 가진 계약 당사자는 상대방에게 예약을 완결한다는 의사표시를 할 수 있습니다. 그 의사표시에 따라 바로 매매 본계약의 효력이 발생합니다.

그런데, 대법원 판례는 예약완결권의 법적 성질을 '형성권'으로 보고 있습니다. 형성권은 권리자의 일방적인 의사표시에 따라 법률관계의 발생·변경·소멸 등의 변동을 발생시키는 권리를 말합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형성권의 행사기간을 기간 약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기간 이내로 규정하고, 약정이 없는 경우에는 약정 성립일로부터 10년이라고 판시했습니다.

상담 사례의 경우 매매예약 완결권의 행사기간이 약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매매예약 성립일인 21년 전부터 계산해 11년 전에 이미 10년의 행사기간이 지났습니다. 이 때문에 가등기의 대상인 매매예약이 효력을 잃게 되어 가등기가 말소될 운명에 처하게 됐습니다.

생소한 개념인 매매예약은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가계약'이라는 명칭으로도 사용됩니다. 그런데 주의할 점은 가계약이란 용어를 쓰더라도 가계약의 내용은 구속력의 정도를 규정하기에 따라 매우 다양한 모습을 나타낸다는 사실입니다. 주된 급부(채권의 내용이 되는 채권자의 행위)를 둘러싸고 대략의 합의가 성립돼 있는 가계약은 조건부 '본계약'으로 해석되는 경우도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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