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서 병 발견 못해 투병 끝 사망
검사 항목 적어 병 조기 발견 애로



학교에서 실시하는 건강검진에서 건강하다고 판정받았던 학생이 뒤늦게 암을 발견해 치료를 받았지만 장기 투병 끝에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어린이들의 질병 예방과 조기 발견을 위해 학교에서 실시하는 학생건강검사를 서둘러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6일 생명나눔재단에 따르면 간암에 걸려 항암치료를 받아오던 김해의 최 모(16) 양이 최근 폐·골반 등으로 종양이 전이되는 바람에 결국 세상을 떠났다.

2011년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최 양은 그해 3월 '학교보건법'에 따라 학교의 학생건강검사에서 '이상 없음' 소견을 받았다. 매년 실시하는 소변검사에서도 '이상없음' 소견을 받았다. '학교보건법' 제7조에는 초등학교 1·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은 법에 정한 검진기관을 방문해 '학교건강검사규칙'이 정하는 검사를 받게 돼 있다. 학생들은 또 매년 1회 학교 내에서 실시하는 소변검사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최 양은 학교의 학생건강검사를 받고 5개월 뒤 생명나눔재단이 김해지역아동센터 이용 아동 55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초건강 실태조사'에서 간암환자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 때는 이미 간암 3기였다고 한다. 최소한 3년 이상 암 세포를 갖고 있었던 셈이라고 한다. 그는 간 절제수술을 받는 등 항암치료를 진행해 왔지만, 끝내 병마를 떨치지 못했다. 최 양의 어머니는 딸을 잃은 슬픔에 몸져 누웠다.

같은 건강검진이면서 다른 결과가 나온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바로 검사항목의 차이였다. 학교의 학생건강검사에서는 키, 몸무게, 시력검사, 신장 기능 이상 등을 알 수 있는 소변검사를 실시한다. 또 비만 학생에게만 추가로 혈액검사를 한다. 반면 생명나눔재단에서 실시하는 건강검진은 간기능 장애, 신장질환, 내분비질환, 요로질환 등을 알 수 있는 10종 소변검사를 실시한다. 여기에 모든 학생에게 혈액검사, 초음파검사를 실시하는 등 학교의 학생건강검사보다 정밀하게 검사를 한다.

생명나눔재단은 최 양이 숨진 사건과 관련, 학생건강검사의 방식 개선과 예산 확보를 통한 검사 항목 확대 등을 김해시 등에 요구했다. 또 학생건강검사조차 받지 못하는 미취학 아동에게 기초건강검진을 전면 실시하고, 학생들의 건강 관리를 위해 모든 학교에 보건교사를 배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생명나눔재단 임철진 사무총장은 "어린이들은 별도의 건강검진을 받지 않고 학교의 학생건강검진만 받는다. 최 양은 학교 검진에서 이상이 없다고 해서 아픈 줄도 모르고 있었다. 어린이들의 질병 예방과 조기 발견을 통한 건강 확보를 위해 학생건강검사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남도교육청 관계자는 "학생건강검사는 학교건강검사규칙에 나와 있는 내용을 다 지켜서 실시한다. 학령기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겪는 기초적인 질환만 검사하기 때문에 정밀검진과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경남뿐만 아니라 전국이 똑같다. 당장 바꾸기는 어렵지만, 장기적으로는 고쳐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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