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계동 두곡마을의 한 주민이 멧돼지가 나타났던 장소를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삼계동 두곡마을 텃밭 수시 등장
 매년 400여 건, 올해만 100여 건
“인명 피해 언제 당할지 늘 불안”




분성산 자락에 서식하는 멧돼지가 먹이를 찾아 삼계동 아파트 인근 마을에 출몰하고 있어 주민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다.
 
16일 김해시와 삼계동 두곡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삼계이안아파트 인근에 있는 두곡마을에 멧돼지가 자주 출몰하고 있다.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건립 예정지인 두곡마을은 분성산 자락과 이어져 있어 산에서 먹을거리를 찾지 못한 멧돼지가 내려온다는 게 주민 등의 설명이다.
 
아직 재개발이 본격적으로 진행되지 않고 있는 두곡마을에는 주민들이 가꾸는 작은 텃밭들이 많다. 이 텃밭들이 먹이를 찾아 헤매는 멧돼지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 삼계이안아파트에 살고 있는 이명련(67) 씨는 "멧돼지가 거의 매일 저녁마다 내려오는 것 같다. 텃밭에는 멧돼지가 땅을 파헤치고 간 흔적이 남아 있다. 취미삼아 가꾸는 텃밭이지만 애써 키운 작물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으니 속상하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고라니가 내려왔다. 고라니는 잎만 먹어서 피해가 적었다. 2년여 전부터 멧돼지도 내려오기 시작했다. 멧돼지는 땅을 다 파고 작물을 먹는데다 덩치가 크니 겁이 난다"고 덧붙였다.
 
이 씨의 땅 인근에 있는 한 교회의 텃밭에도 멧돼지가 자주 나타나 텃밭을 헤집어 놓는다고 한다. 교회 텃밭에는 작은 야생동물들이 들어갈 수 없도록 망을 둘러쳐 놓았지만 멧돼지에게는 소용이 없다. 교회 관계자는 "8년 전부터 교회를 운영했다. 최근 들어 멧돼지 출몰이 잦아졌다. 텃밭에 망을 치고 멧돼지가 싫어한다는 기피제를 뿌리기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주민들은 최근 2~3년 사이에 멧돼지 출몰 건수가 부쩍 늘었다고 한다. 김해의 멧돼지 출몰 민원 접수 건수는 2014년 285건, 2015년 481건, 2016년 495건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올해는 5월 현재까지 107건에 이른다. 천적이 없는 탓에 멧돼지 개체 수가 계속 늘고 있는 게 원인이라고 시 관계자는 설명한다.
 
멧돼지 때문에 텃밭 피해도 크지만, 언제 인명 피해를 당할지 몰라 주민들은 더욱 불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 멧돼지는 다 자라면 몸무게가 200~300㎏에 이를 만큼 크다. 상대방을 먼저 공격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지만, 포유기인 4~5월에는 난폭해진다고 한다. 주민 박 모(22) 씨는 "사흘 전 집 앞에서 멧돼지 네 마리를 봤다. 너무 커서 깜짝 놀랐다. 처음에는 이어폰으로 노래를 듣고 있어 멧돼지가 온 것도 몰랐다. 위험할 뻔 했지만 다행히 멧돼지가 먼저 도망갔다"고 말했다.
 
시 친환경생태과 관계자는 "농촌지역에서 주로 멧돼지가 자주 출몰한다. 김해는 곳곳에 산이 있다. 산과 가까운 지역에 멧돼지가 나타난다. 멧돼지 기획포획단을 운영해 총기로 잡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시민들에게 전기 울타리 설치비의 60%, 멧돼지 기피제를 무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멧돼지를 발견했을 때는 절대 큰 소리를 내면 안 된다. 주변 바위나 나무 등에 몸을 숨기고 조용히 멧돼지를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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