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병섭 인제대 교수.

전국 유권자 가운데 3280만 명이 참여해 투표율 77.2%를 기록한 가운데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득표율 40.9%를 기록해 23.9%를 획득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보다 550만 표 이상을 더 얻어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이번 대선에서 흥미로운 것은 전국의 관외·관내 사전투표에서 문 대통령의 득표율이 46.7%, 45.8%로 나타나 적극적 참여성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는 사전투표 유권자들이 문 대통령을 더 많이 지지했다는 점이다. 김해가 속해 있는 경남은 문 대통령 지지율이 36.5%로 홍 후보 지지율 37.0%보다 낮았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관내·외 사전투표에서는 41.3% 42.7% 지지율을 얻어 홍 후보의 33.9%, 23.3%보다 높았다.

지난해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두 국회의원을 당선시킨 김해 지역 유권자들은 경남의 다른 시·군과 비교할 때 가장 높은 문 대통령 지지율을 보여주었다. 홍 후보는 26.0% 득표에 그쳤지만, 문 대통령은 46.5%를 얻었다. '보수의 텃밭'이라 불리는 경남에 있는 김해에서 문 대통령 지지율이 두드러진 현상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이번 대통령선거에 영향을 미친 요인을 살펴보자. 과거에 비해 지역적 영향이 감소하고, 세대적 영향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2015년 통계청 인구총조사에 따르면 김해 지역 평균연령은 37.4세로 전국 40.4세보다 3세 낮아 전국적으로도 가장 젊은 시·군에 속한다. 이러한 연령 관련 특성이 이번 대통령선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경남의 경우, 어르신이 많은 노인이 많은 읍·면지역에서 홍 후보 지지율이 높게 나타난 반면, 대부분의 도시지역에서는 문 대통령 지지율이 높게 나타났다. 고향을 떠나 있는 관외 사전투표에 참여한 유권자들이 문 대통령에게 더 높은 지지율을 보낸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어르신들은 많은 형제자매들과 함께 빈곤 속에서 눈칫밥을 먹은 사람들이다. '관'이 시키는 대로, 권력자의 요구에 따라 살면서 상급자가 잘못된 것을 요구하더라도 거기에 따라야 탈이 없다고 배워 온 사람들이다.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침해당하거나 억울해도 참고 살아 온 사람들이다. 어르신들은 식민지시대, 전쟁, 그리고 독재를 경험한 사람들이다. 다양한 의견들이 충돌하는 사회에서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면 '모난 돌이 정 맞게' 되는 현실을 숱하게 체험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다양한 의견들을 조율하고 타협하기보다는 자신의 권리을 쉽게 체념하고 시키는 대로 일사분란하게 목표를 항해 나아가는 모습에 익숙하다. 이렇게 힘든 삶을 살아온 어르신들의 노고를 어떻게 부정할 수 있을까?

그러나 사회는 새로운 세대가 성장해야 유지될 수 있다. 우리나라 젊은 세대의 경험은 어르신 세대의 경험과는 다르다. 독재의 망령이 서슬 퍼렇게 설쳐대던 '한국적 민주주의'가 아니라 세계의 '보편적 민주주의'를 눈으로 직접 보고 경험하는 젊은 세대에게 어른 세대의 경험이 얼마나 와 닿을까? 투자가 일자리를 만들지 못하는 고도화된 사회에서 대학을 졸업하고도 만족할 만한 취업자리를 얻지 못하는 젊은 세대에게 어르신들의 고도성장사회 경험은 괴리감을 느끼게 한다.

사회 발전을 위해서는 새로운 생각과 틀이 필요하다.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민주주의의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당선인 기간도 없이 출범한 문재인 대통령의 정부는 민주적 가치를 부정하는 악습들을 청산하고, 국민들과 함께 꾸려나가는 정의로운 사회를 약속했다. 쌓인 폐단은 기필코 청산해야 한다.

지역·계층·세대 간 갈등을 해소하고, 비정규직 문제도 해결하겠다는 대통령. 평등한 기회와 공정한 과정을 약속한 대통령. 청렴하고, 약속을 지키며, 솔선수범하겠다는 대통령. 특권과 반칙이 없는 세상, 상식이 통하는 세상, 소외된 국민이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대통령. 이 것이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대통령이다. 국민들이 섬기는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들을 섬기는 대통령의 모습이 실천되기를 김해 시민들은 기대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연설을 듣다 보니 10여 년 전의 일들이 생각난다. 봉하마을에 한 번 들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김해뉴스


외부 필진의 의견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