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농법인 봉하마을 김정호 대표가 최근 출간한 <바보 농부 바보 노무현>를 들고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김정호 영농법인 봉하마을 대표
<바보 농부 바보 노무현> 출간
대통령 빈자리 지킨 세월 담아




 

▲ <바보 농부 바보 노무현>.

"지난 2월 25일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따라왔다가 봉하마을에서 벼농사를 시작한 지 10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농사의 '농'자도 모르던 제가 대통령이 떠난 후 봉하에서 친환경생태농업을 지키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없지만, 그가 염원하던 친환경생태농업 10년의 결과를 보고하고 싶었습니다. 이 책은 노 전 대통령에게 드리는 보고서이자 10년 간 봉하마을을 지켜준 자원봉사자, 봉하쌀을 애용한 봉하장터 고객에게 드리는 헌사입니다."
 
영농법인 봉하마을의 김정호 대표가 지난 8일 봉하마을 10년의 기록을 담은 <바보 농부 바보 노무현>을 펴냈다.
 
김 대표는 1984년 11월 부산대에 다니면서 민주화운동을 하다 구속됐다. 당시 노무현 변호사가 변론을 맡은 덕에 인연을 맺었다. 이후 그는 부산지역에서 재야운동에 뛰어들었다. 2003년부터는 대통령비서실 총무비서관실 행정관, 대통령기록관리 비서관으로 일했다. 그는 2008년 2월 25일 노 전 대통령과 함께 봉하마을로 내려와 친환경 생태농업을 시작했다. 지금은 10년 째 노 전 대통령의 유업인 친환경 농사를 짓고 있다.
 
김 대표는 노 전 대통령처럼 봉하마을에서 태어난 사람은 아니다. 처음에는 농사를 지으려고 봉하마을에 온 게 아니었다. 농사는 하나도 모르던 사람이었다. 다만 노 전 대통령이 직접 이런저런 일을 다 할 수 없으니 손발이 돼 준 것이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이 떠난 뒤에는 직접 논에 씨앗을 뿌리고 논두렁에 물꼬를 텄다. 안할 수가 없었다. 농사를 지을 때마다 매번 문제에 부딪혔다. 혼신의 힘을 다해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었다. 그는 "어느 새 노 전 대통령의 밀짚모자와 장화는 내 것이 됐다. 모를 심고 방앗간 일을 하면서 노 전 대통령을 떠나 보낸 슬픔과 분노를 삭혔다. 나를 해고해 줄 사람도 없었다. 노 전 대통령의 빈자리를 메워야 한다는 소명감, 그를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정신없이 일하다 보니 벌써 10년이 흘렀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봉하마을에 내려온 뒤 영농일기를 꾸준히 써 왔다. 지난해 6월 캐릭터 논을 만들다 무릎을 다치는 바람에 한 달간 병원 신세를 졌다. 이때다 싶어 글을 쓰기 시작해 11개월 만에 책을 완성했다.
 
<바보 농부 바보 노무현>은 단순한 봉하마을 10년의 기록은 아니다. 노 전 대통령 귀향 후의 삶과 죽음, 친환경농업을 지키고자 했던 정신이 담겨 있다. 책은 '고향', '농부', '순명', '유업', '부활'로 나뉘어져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추천사에 '대통령 서거 후 김정호 대표에게 노 전 대통령의 유업을 지키는 일은 삶의 방향과 목표가 됐다. 많은 국민이 <바보 농부 바보 노무현>을 통해 노무현과 만나고 김정호와 대화하길 기대한다'고 적었다.
 
김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의 귀향 후 삶, 정치적 핍박 속에서 죽음을 불사하게 됐던 심경과 결단, 고뇌와 갈등을 담았다. 노 전 대통령의 유업인 친환경농업과 그의 꿈, 희망을 적었다. 지난 기억을 떠올리며 책을 쓰기는 쉽지 않았다. 묵혀 놓은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것 같은 일이었다. 그때의 상처와 감정이 되살아나 힘들었다. 독자들이 노 전 대통령이 지키려고 했던 정신적 가치와 몸부림을 알아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금 봉하마을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농업 환경은 좋지 않다. 봉하마을은 인근에 산업단지, 공장 들이 즐비하다. 땅은 배수가 잘 되지 않은 저습지다. 김 대표는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친환경농사를 짓고, 가공·판매 브랜드까지 만들었다. 그러나 지난해 6월 봉하마을 농지가 농업진흥지역 해제 대상이 된 이후 일부 마을지주와 투기꾼들이 논두렁에 제초제를 뿌리고 성토를 하는 바람에 친환경농업에 위기가 찾아왔다.
 
김 대표는 "10년 공든 탑이 물거품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렇다고 해서 노 전 대통령의 꿈과 희망을 지키기 위해 결코 포기하거나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해뉴스 /김예린 기자 beaurin@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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