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여성회·김해여성의전화 17일 내외동서
포스트잇 붙이기, 침묵시위 등 조용한 '항의'


 

지난 17일 오후 7시 내외동 중앙사거리에 검은 옷과 검은 마스크를 착용한 여성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1년 전, 서울 강남역 인근 화장실에서 조현병을 앓고 있던 한 남성에게 무자비하게 살해당한 20대 여성의 억울한 죽음을 추모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주기' 추모식에는 김해여성회(대표 김상희), 김해여성의전화(대표 박미라) 활동가들과 고등학생, 시민 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우리의 두려움은 용기가 되어 돌아왔다' '우리는 우연히 살아남았다' '살(女)주세요'라는 등의 문구가 담긴 피켓을 들고 한 시간 동안 침묵시위를 벌였다.


 

▲ 김해여성회, 김해여성의전화 관계자, 시민 등이 지난 17일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주기 추모식을 열고 있다.

김해여성회 등은 이날 행사에서 거리행진과 시민발언을 진행하지는 않았다. 헌화와 추모의 마음을 담은 포스트잇 붙이기, 침묵으로만 진행한 조용한 시위였다.

지나가는 시민들과 학생들은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포스트잇에 추모의 마음을 담은 한 마디를 적었다. 한 쪽에 세워진 메모판에는 '역차별이라 말하지만 아직도 우린 차별받고 있다.' '지켜주지 못해 죄송합니다' '다음 생애는 더 아름다운 세상에서 함께 살아요' '세상의 절반은 나, 여성. 기억하고 실천하겠습니다' '여성이 안전하게, 차별받지 않게 해 주세요'라는 메시지가 담긴 포스트잇들이 서서히 채워졌다.
 
김해여성회 김상희 대표는 "강남역 사건은 여성 혐오·차별 문제를 사회 전면에 부각시킨 중요한 계기가 된 사건이다. 변화는 한 번에 오지 않는다. 여성인권단체는 낙태금지법 폐지, 스토킹법 개정을 국회에 요구하는 등 정책적으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여성 혐오와 차별은 물론 폭력없는 김해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해여성의전화 박미라 대표는 "일상에서 여성 혐오 발언과 폭력은 생각보다 많이 일어난다. 특히 데이트폭력이 문제다. 해마다 여성 187명이 데이트폭력으로 사망하거나 다친다. 문제는 그것이 심각한 폭력인지를 모른다는 점이다. 학생들부터 의식을 바꿔야 한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을 점진적으로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여성 혐오, 남성 혐오로 대립하는 이분법적 구도가 아니라 차별없는 세상, 폭력없는 세상을 지향한다. 변화를 위해서는 두렵지만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침묵시위에 참여한 고교생 임정화 양은 "크게 문제가 됐던 사건이 잊혀져가는 게 아쉽다. 지난 1년간 크게 달라진 건 없는 것 같다. 남자들이 이 문제에 관심을 많이 가지면 좋겠다. 여성을 같은 인격체로 보기를 기대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본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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