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최근 개봉한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2편을 보셨나요? 2014년에 나온 같은 제목의 영화 속편입니다. 미국의 공상과학(SF) 코미디 액션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지구를 포함해 여러 행성 출신의 괴짜 능력자들, 다시 말해 '은하계의 수호자들'이 악당을 물리치고 우주를 구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 영화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어마어마한 스케일의 상상력과 이를 구현하는 다채로운 특수효과 덕분입니다. 저는 이 영화의 재미와 의미를 조금은 다른 곳에서 찾았습니다. 바로 어울리지 않는 상황에서 주인공들이 춤을 추는 장면이 부각되고 있다는 점이죠.

예를 들어 1편에서는 1980년대에 유행한 소니 워크맨을 귀에 꽂은 주인공이 춤을 추는 장면으로 본격적인 모험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2편에서는 영화 도입부에 주인공들이 우주괴물과 싸우고 있을 때 워크맨과 연결한 스피커로 음악을 듣는 베이비 그루트가 무아지경으로 춤을 춥니다. 거대한 괴물과 싸우고 있는 다른 가디언즈의 모습은 흐리게 처리해 배경으로 삼습니다. 이 장면의 핵심은 결투가 아니라 음악과 춤이 됐습니다. 감독은 왜 이런 식의 연출을 한 것일까요?

이 영화에서 심각한 상황에 등장하는 노래와 춤이 갖는 의미를 저는 독일의 철학자 니체의 말에서 찾고 싶습니다. 니체는 <이 사람을 보라>라는 책에서 '차라투스트라는 춤추는 사람'이라고 말하면서 '춤을 출 줄 아는 사람은 운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춤을 잘 추기 위해서는 몸이 가벼워야 하고, 그러려면 자기 몸을 긍정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의 주장을 은유적으로 해석해 보면, 춤을 추려면 삶을 가볍게 만들어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삶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더라도 너무 무겁게 대하지는 말라는 의미가 아닐까요? 머릿속에 심각한 생각을 하면서 춤추는 사람은 없지요. 춤을 출 때는 춤에 몰입해야 하니까요.

이런 점에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이 시대의 트렌드를 완벽하게 반영하고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고도 성장기가 막을 내리고 저성장, 디플레이션 시대를 맞아 '욜로(YOLO)'라는 신조어가 새로운 트렌드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욜로'는 'You Only Live Once'라는 문장의 머리글을 딴 단어입니다. 우리말로 굳이 번역하자면 '한 번 뿐인 인생'이란 뜻입니다. 한 번 뿐인 인생이니까 '막 살자'거나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와 같은 충동적인 의미가 아니라, 후회 없이 즐기고 사랑하고 배우라는 삶의 철학이자 라이프 스타일 트렌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 속에서 가디언즈가 우주를 지켜야 한다는 막중한 운명을 떠맡아 모험을 떠날 때, 또는 괴물과 사투를 벌일 때 춤을 추는 장면은 우리들 각자의 운명과 현실이 어떻든 간에 너무 절망하지 말고 나름대로의 행복을 추구하라는 메시지가 아닐까요? 불확실한 미래와 무한경쟁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하라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담은 희망의 주문이기도 합니다.

선거판도 실제 전투 못지 않게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는 곳이죠. 최근 제19대 대통령 선거 유세 과정에서 대권주자들이 노래를 부르고 춤추는 장면이 화제가 됐습니다. 과거와 달리 정치인들이 대중 앞에서 노래하고 춤을 추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런 현상도 앞서 설명한 욜로 트렌드가 반영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복잡한 정책 공약을 일일이 따져볼 수는 없지만, 국민들과 소통하는 능력과 인간미를 보여주는 지도자, 자신의 운명을 즐길 줄 아는 정치인이라면 믿고 나라를 맡겨볼 수 있겠다는 유권자들의 생각을 읽어낸 선거캠프의 전략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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