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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인식·장비 좋아진 대형 현장 사고율 ‘0’…위험천만 소규모 공사장 한눈에 봐도 아찔■ 안전보건공단 추락지 예방 집중 점검
  • 수정 2017.05.24 09:58
  • 게재 2017.05.24 09:56
  • 호수 324
  • 6면
  • 심재훈 기자(cyclo@gimhaenews.co.kr)
   
▲ 주촌선천지구 두산 위브더제니스 공사장에서 직원들이 안전장비를 착용한 채 이동하고 있다. 3층 높이의 대형 거푸집인 '갱폼' 내부 모습. 현장 근로자들이 구조물 뼈대 역할을 하는 철근을 고정하고 있다.(왼쪽부터 시계방향)

 


 건설업종 산업재해 지난해 2만 6000건
 여름철 사고 발생률 평소보다 높아

 주촌선천지구 두산 하루 1000명 근무
 대형거푸집 갱폼 사용 위험 사전 차단
 시설·수칙·관리 철저해 사실상 무사고

 소규모 학교 건설현장 안전망 등 미비
 다단계 하청 구조로 예산 모자라 애로
“솜방망이 처벌 관행 변해야 사고 예방”





지난 1일 경남 거제 삼성중공업에서 대형 산업재해가 발생했다. 타워크레인과 골리앗크레인이 충돌해 협력업체 직원 6명이 사망했다. 25명은 중경상을 입었다. 과거보다 산업현장의 안전장비와 의식이 많이 개선됐다고 하지만 잊을 만하면 대형사고가 발생한다.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점을 잘 일러주는 사건이었다.
 
특히 건설현장은 안전 의식·관리가 다른 업종보다 더 필요한 분야다. 지난해 건설업종에서는 산업재해 2만 6570건이 발생해 전체의 29.3%를 차지했다. 부상자는 2만 5114명, 사망자는 499명에 이르렀다. 하루 1명 이상이 전국 건설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셈이다. 추락으로 인한 사망은 무려 257명에 이르러 전체 사망자 가운데 56.3%를 차지했다. 경남은 전국 평균보다 사고 비율이 다소 낮다. 지난해 사고재해율 전국 평균이 0.82인 반면 경남은 0.59였다. 1만 명당 사망자는 1.26명으로 전국 평균 1.58명보다 다소 낮다.
 
날씨가 무더워지는 여름철에는 건설현장에서 안전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더위 때문에 집중력이 떨어져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6~8월 여름철과 날씨가 추워지는 11~12월의 사고 발생 건수는 다른 달보다 10~20% 가량 높다고 한다. 김해와 양산은 안전사고에 특히 신경을 써야 하는 곳이다. 최근 주촌선천지구, 물금신도시 같은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연이어 조성되는 등 공사현장이 다른 지역보다 많기 때문이다.
 
안전보건공단 경남동부지사(지사장 권세현)는 여름철을 앞두고 건설현장 집중점검, 지도에 나섰다. 경남동부지사 박문성 차장과 함께 지난 17일 건설현장을 둘러봤다.
 
시공사, 공사금액 등 현장 사정에 따라 작업환경에 차이가 많이 난다고 한다. 대형 건설현장들의 경우 안전시설이 잘 갖춰져 있고, 안전관리도 잘 이뤄지는 편이다. 하지만 상당수 건설현장에서는 건설업체의 영세성과 다단계 하청구조 때문에 여전히 사고 우려가 높다.
 
박 차장은 이날 3000가구를 넘는 대단위 아파트단지와 학교 강당을 짓는 중·소 규모 현장을 차례로 들렀다. 그는 먼저 주촌선천지구에서 3435가구를 건설하는 두산 위브더제니스 공사 현장을 찾았다. 현재 김해의 건설현장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공사장이다. 25~30층으로 예정된 아파트 가운데 지금은 10층까지 골조가 올라간 상태다. 전체 공정률은 27% 정도다.
 
대규모 현장이어서 하루 800~1000명이 근무한다. 많은 인원이 일하는 만큼 안전에 소홀하면 대형사고 발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장에서 전기배관을 하는 A(49) 씨는 "큰 현장과 작은 현장 사이에는 안전시설에서 차이가 많이 난다. 안전 수칙도 큰 현장에서 까다롭게 요구한다. 큰 현장에서는 관리자들이 안전에 신경을 많이 쓴다. 다만 실제 작업자들은 안전수칙이나 안전장비를 불편해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두산 위브더제니스 현장은 작업자들의 안전의식이 잘 갖춰져 있고 관리도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큰 사고 없이 공정이 진행되고 있었다. 지난해 8월 인부 한명이 손가락 골절을 당한 게 안전사고의 전부라고 한다.
 
공사현장에서는 다른 현장들과 달리 3층 높이의 대형 거푸집인 '갱폼'을 사용하고 있었다. 갱폼은 크레인이 들어올리기 때문에 높은 곳에서 비계, 거푸집 등을 사람이 직접 설치할 때 일어날 수도 있는 사고의 위험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두산 위브더제니스에서는 창문틀 등 외부와 통하는 벽의 개구부를 100% 수직망으로 막아 인부 추락, 자재 낙하 등을 방지하고 있었다. 두산건설 이재근 안전보건부장은 "올해 연말까지 골조공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골조공사 과정에서 추락 등의 재해가 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한 달에 한 번씩 협력사 안전담당자들과 함께 위험성 평가회의를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40년 가까이 건설현장에서 잔뼈가 굵었다는 장병우(62) 반장은 "10년 전만 해도 건설현장에 안전이란 개념조차 없어 추락 같은 사고가 많았다. 요즘은 많이 줄었다. 하지만 다세대주택, 상가 등 작은 공사현장에서는 여전히 안전장비·시설이 부족하다. 사고가 나지 않기 위해서는 서로 지켜주고 협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허술해 보이는 중소 건설현장의 재래식 비계와 발판(왼쪽). 한 작업자가 자재를 직접 나르고 있다.

경남동부지사 박문성 차장은 오후에는 B학교의 강당 건설현장으로 옮겨 안전점검을 실시했다. 이곳은 경남도교육청이 발주한 관급공사여서 안전감독관, 감리 등이 주기적으로 안전을 점검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중소 건설현장 치고는 안전관리가 잘 이뤄지는 편이라고 한다.
 
하지만 대형 건설현장과 비교했을 때 단순히 눈으로 보기에도 안전시설이 부족했다. 관리도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곳의 비계, 거푸집, 안전망 등은 오전에 봤던 대형 건설현장의 장비와 큰 차이를 보였다. 비계도 시스템 비계가 아니라 재래식 파이프 비계였다. 추락, 낙하 등에 대비하는 안전망도 촘촘히 설치되지 않았다. 일부 근로자들은 지붕의 좁은 난간과 파이프에 발을 딛고 작업을 하고 있었다.
 
안전에 소홀한 건설현장에서 하루 아침에 인식을 바꾸기란 쉽지 않다. 열악한 환경은 결국 돈과 시간의 문제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골조, 외장, 내장 등 공정별로 진행되는 건설현장에서 시공사는 주로 관리만 한다. 시공사를 중심으로 하청에 재하청, 3차 하청 등을 거친다. 이런 다단계 구조의 말단에 있는 중소업체들은 빠듯한 예산 때문에 안전에 신경 쓸 여력이 부족하다. 이미 계약금액이 정해져 있는 만큼 서둘러 일을 마무리하고 다른 일을 찾는 게 이익이어서 안전을 무시하는 유혹에 노출되기 쉽다.
 
강당 외벽공사의 세라믹 공정을 맡은 하청업체 대표 C 씨는 "200만 원짜리 공정이라고 해도 다단계 구조에서 실제 업체가 시공할 때는 100만 원까지 깎이는 경우도 있다. 일정 정도의 이익을 남기려면 안전 관리에 드는 비용이나 시간을 고려하기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공사를 관리하는 시공사는 안전관리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현실적인 제약이 많다고 설명했다. 건설현장의 C 소장은 "최근 부산의 학교 건설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해 더 신경을 쓰고 있다. 대부분의 작은 현장은 소장이 모든 것을 책임지는 '나 홀로 관리자' 시스템으로 돌아간다. 현장소장이 공정관리뿐 아니라 안전 등 모든 부분을 책임진다. 대기업 현장만큼 안전에 신경 쓰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작은 현장의 경우 추락에 대비한 안전망을 설치하지 않거나 공사용 작업지지대인 비계 파이프 수를 줄여 비용을 절감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박문성 차장은 "비용 때문에 안전에 소홀한 현장이 많다. 안전장비나 시설을 갖추는 데 부담을 느낄 뿐 아니라 공기를 단축시키기 위해 위험한 작업을 하는 경우도 많다. 가시적인 대안이 필요하지만 실효성 있는 방안이 부족하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구조적인 제약이 큰 상황에서 안전사고에 법적으로 강력하게 대응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안전관리 소홀로 사망사고가 발생해도 업주나 관리자가 구속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솜방망이식으로 처벌하는 관행이 달라지면 추락사 등 큰 사고를 일정 수준까지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해뉴스 /심재훈 기자 cyclo@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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