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의 양심운전자로 선정된 김영주(오른쪽 네 번째) 씨가 지난 18일 삼성초 앞에서 경찰관 등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3월부터 ‘양심 운전자’ 캠페인
경남지방경찰청, 9개 지역 실시
학부모 김영주 씨, 김해서 선정




경남지방경찰청은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올바른 운전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경남의 어린이보호구역에 '정지(STOP) 표지판'을 설치한 뒤 정지선을 지키는 '양심 운전자 찾기' 캠페인을 진행해 왔다. 지난 3월 28일 창원서부경찰서를 시작으로 김해, 진주, 양산, 통영 등 총 9개 지역에서 불시에 캠페인을 실시했다.
 
지난 18일 오후 1시 30분 삼정동 삼성초 앞. 경남지방경찰청 교통계 최승대 경위, 김해중부경찰서 교통관리계 전현 경감 등 경찰관들은 물론 김해중부녹색어머니회 심수영 회장과 회원 등 10여 명이 모였다. 양심 운전자를 찾는 방법은 간단했다. 삼성초 앞 횡단보도에 있는 정지선 앞에서 '일시 정지'를 하는 차량 운전자를 찾는 것이었다.
 
경찰관, 녹색어머니회 회원들이 도로에 보이면 운전자들이 눈치를 챌 수도 있어 다들 인도 안쪽으로 몸을 숨겼다. 대신 양심운전자를 놓치지 않도록 학교 앞에 카메라를 설치했다. 한 경찰관은 휴대용 계수기를 들고 정지선을 지나가는 차량의 수를 세기로 했다.
 
오후 1시 40분, 저학년 학생들이 수업을 모두 마쳤는지 삼삼오오 교문을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어린이들은 재잘거리며 교문 앞에 있는 횡단보도를 건넜다. 정지선 앞에서 잠시라도 차를 세우면 양심 운전자로 선정되기 때문에 찾기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학생들이 지나가는데도 속도만 줄일 뿐 정지하지 않는 차량이 대부분이었다. 정지선 앞에 세워진 빨간색 'STOP 표지판'이 무색해 보였다.
 
학교 앞 횡단보도를 건너는 학생들도 정지선을 지키는 차량을 많이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삼성초 4학년 김서진 양은 "횡단보도를 지날 때 차가 쌩쌩 달려서 무서울 때가 있다. 친구의 신발 위로 차가 지나간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2학년 이범수 군은 "학교에서 '좌우를 살피면서 손을 들고 횡단보도를 건너야 한다'고 배웠다. 배운 대로 지키고 있다. 그런데 어른들은 정지선을 안 지키는 것 같아서 화가 난다"고 말했다. 함께 있던 2학년 최지우 양도 "정지선을 지키는 차를 본 적이 없다"며 맞장구를 쳤다.
 
최승대 경위는 "끝내 정지선을 지키는 양심 운전자가 나오지 않은 지역도 있었다. 가장 이른 시간에 양심 운전자가 나온 곳은 통영으로 10분 만이었다. 가장 늦게 나온 곳은 양산이었다. 무려 1시간 30분이나 걸렸다"고 말했다. 그는 "정지 표지판 앞에서 멈추지 않고 지나가는 것은 신호위반이다. 대부분 차량은 이를 무시하고 그냥 지나간다"고 아쉬워했다.
 
2시, 경찰관들은 영상을 찍는 동시에 차량 수를 재기 시작했다. 대다수 차량은 학교 앞에서 멈출 듯 하다가도 멈추지 않고 그대로 통과했다. 횡단보도에 사람이 없으면 아예 속도도 줄이지 않고 '쌩'하고 지나가는 차량도 있었다. 한 차량은 서행해서 학교 앞으로 왔지만 정지선을 넘어 잠시 정지하는 듯하더니 다시 출발했다. 이를 지켜보던 경찰과 녹색어머니회의 입에서 "아" 하는 아쉬운 탄성이 새어 나왔다.
 
2시 10분 무렵, 흰색 승용차가 서행하며 학교 앞으로 오더니 'STOP 표지판' 앞에서 멈췄다. 14번째 차량이었다. 경찰관들과 녹색어머니회 회원들은 "와~", "이 차예요"라고 환호하며 차량 쪽으로 달려갔다. 갑작스런 환호에 운전자는 놀란 기색이었다.
 
"경찰입니다. 잠시 차를 옆으로 대 주시겠습니까?" 경찰이라는 소리에 운전자는 더 놀란 표정으로 갓길에 차를 세웠다. 경찰관이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그제서야 운전자는 조금씩 미소를 띠기 시작했다. 삼성초에 다니는 자녀를 둔 학부모 김영주(42·여) 씨였다. 경찰은 그에게 모범운전자 인정서를 전달하고 30만 원 상당의 '양심 밥솥'을 증정했다.
 
김 씨는 "경찰이 잠깐 내리라고 했을 때, 분명 안전벨트도 하고 잘못한 것이 없는데 이상하다, 고 생각했다. 당연한 일에 선물까지 받아 기쁘다. 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이다. 학교에 갈 때 위험하지 않을까 늘 걱정한다. 다른 운전자들도 정지선을 잘 지켜서 아이들의 안전을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현 경감은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서는 차량들이 정지선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어린이들이 많이 통행하는 곳인 만큼 운전자들이 더욱 주의해 안전선 지키기에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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