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복합스포츠레저시설 예정지 입구에 낡은 안내 간판이 세워져 있다. 대법원이 사업시행자 지정취소 소송에서 록인의 손을 들어줘 사업 재개의 단초가 마련됐다.



대법원,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
사업시행자 취소소송 록인 ‘승’
체육시설 조성 이견 최대 관건




김해복합스포츠레저시설의 시행자 지정 취소(<김해뉴스> 2015년 10월 7일 1면 보도)를 둘러싸고 1년 8개월 동안 이어져 왔던 김해시와 ㈜록인김해레스포타운(이하 록인)의 법정 공방에서 록인이 최종적으로 승소했다.
 
대법원 2부(주심 김창식 대법관)는 지난 16일 "김해시가 록인을 상대로 김해복합스포츠레저시설 '사업시행자 지정 취소' 처분을 내린 것은 부당하다"는 2심 재판부의 판결에 시가 불복해 상고한 사건을 심리불속행 기각했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상고사건 가운데 상고대상이 아니라고 판단되는 사건을 더 이상 심리하지 않고 기각하는 제도다. 대법원이 2심 재판부의 판결을 인정해 심리 자체를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대법원은 심리불속행 기각을 하면 선고를 하지 않고 간단한 기각 사유를 적은 판결문만 당사자에게 송달한다.
 
대법원이 이번에 심리조차 하지 않은 것은 시의 시행자 지정 취소와 상고가 지나친 무리였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이에 따라 시는 특정업체에게 시행권을 주기 위해 과도한 행정처분을 했고, 사업을 조속히 정상화하기보다는 시간만 끌어 조속한 사업 재개를 바라는 지역 주민들의 바람을 외면했다는 지적을 받게 됐다.
 
■ 갈등 과정
김해복합스포츠레저시설 사업은 록인이 총사업비 6500억 원을 들여 진례면 송정리 일대 369만㎡ 부지에 공공체육시설, 민간골프장, 공동주택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록인은 시와 코레일테크 등 공공기관 51%, 군인공제회 44.1%, 대저건설·대우건설 4.9% 등의 지분으로 구성된 공공특수목적법인이다.
 
사업은 크게 공공체육시설·골프장을 건설하는 '도시계획시설사업'과 공공주택 용지를 조성하는 '도시개발사업'으로 구성돼 있다. 당초 2006년부터 사업이 추진됐지만, 검찰 수사 등이 겹쳐 10년이 넘도록 착공조차 못했다.
 
이후 2014년, 록인에 주주로 참여한 대저건설·대우건설이 군인공제회가 제안한 '공사비 93% 낙찰률'의 제한경쟁입찰 대신 '97% 수준'의 낙찰률로 수의계약을 하자고 주장하면서 주주 간 분쟁이 시작됐다. 시는 김맹곤 전 시장 시절이던 2015년 민간주주 간의 분쟁과 사업 지연 등을 이유로 록인과의 사업 실시협약을 해지하고 사업시행자 지정도 취소했다. 이에 불복한 록인은 시를 상대로 4건의 소송을 제기했다. 시가 록인의 인·허가를 취소한 것은 대저건설 등의 입장을 대변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1심은 시의 손을 들어줬지만, 지난 1월 12일 부산고법 창원 제1행정부(재판장 강동명) 2심은 록인 승소로 판결했다(<김해뉴스> 지난 1월 18일 1면 보도). 2심은 당시 '(김해복합스포츠레저시설)사업시행자 지정 및 실시계획인가 취소처분 취소' 소송 선고 공판에서 "시의 사업시행자 지정 및 실시계획인가 취소 처분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도시계획시설사업을 완료하지 못한 데에 원고(록인)의 어떠한 귀책사유도 없다. 오히려 출자자의 지위에 있는 피고(김해시)에 책임이 있다. 그런데도 단순히 사업기간이 경과했고, 기존 출자자 간의 분쟁 등으로 사업 추진이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피고가 시행자 지정을 취소한 것은 재량권을 일탈, 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 향후 전망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내려졌기 때문에 사업을 조속히 재개해야 한다는 점은 록인과 시 모두 동의한다.
 
하지만 공공체육시설의 기부채납 확약 여부 등을 놓고 양측에는 여전히 이견이 존재한다. 협약에는 록인이 골프장을 조성해 민간에 매각하고, 체육시설은 공공목적으로 환원하는 것으로 명시돼 있다.
 
록인은 사업 재개에 시가 협조하면 공동주택 용지를 조성하는 도시개발사업을 우선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록인은 이미 군인공제회로부터 토지보상비, 용역비 등으로 1750억 원 가량을 차입한 상태다. 더 이상 사업이 지체될 경우 추가적인 금융비용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록인 관계자는 "사업이 장기화하면서 부담이 커진 만큼 도시개발사업을 우선 진행해 택지분양으로 일정 수준의 투자금을 회수하고, 여기서 나온 이익을 스포츠시설에 투입할 계획이다. 다만 아직 개발이 본격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만큼 어느 정도 이익이 날지 확신할 수 없다. 체육시설 예산을 정확하게 못 박긴 힘들다"고 설명했다.
 
현재 공공주택 용지를 개발하는 도시개발사업 예정지의 경우 사유지는 100% 보상을 마쳤다. 도시개발사업 예정지에 일부 국·공유지가 포함돼 있지만, 록인은 시의 협조가 있다면 매입 작업을 쉽게 마무리할 수 있다고 본다.
 
시는 록인이 도시개발사업을 추진해 공동주택 택지를 분양한 후 낮은 수익성 등을 이유로 체육시설을 형식적으로 조성하거나 최악의 경우 조성하지 않는 것은 아닌지 우려한다.
 
시 도시관리국 관계자는 "록인이 주택용지를 조성하는 도시개발사업을 먼저 하려고 하면 체육시설을 조성하겠다고 확약하면 된다. 시는 아직 그 부분을 확신하지 못한다. 명시적으로 도시계획시설을 추진하겠다는 확약과 믿음을 먼저 줘야 한다. 향후 진정성 있게 협의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록인과 도시관리국은 이번 주 김해복합스포츠레저시설 사업 추진을 위한 협의를 시작하기로 했다. 양측이 그동안 갈등관계에서 벗어나 동반자로서 신뢰를 회복하는 게 우선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협상이 원만하게 진행될 경우 이르면 올해 연말 착공할 수 있을 전망이다.
 
도시관리국 관계자는 "원만하게 협의가 이뤄지더라도 당장 착공하기는 어렵다. 2008년 실시설계 인가가 났지만 이후 관계법령이 일부 바뀌었다. 이를 파악하고 보완하려면 4~6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관심이 큰 사안인 만큼 하반기에 관련 절차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록인 관계자는 "인·허가 절차상 어떤 부분에 보완이 필요한지 파악하고 있다. 사업이 더 이상 지체되면 록인과 시 모두에 도움 될 게 없다. 원활한 사업 재개를 위해 성실히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심재훈 기자 cyclo@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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