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태우 김해뉴스 사장.

#1. "병원에서 죽어서 나와라."

26년 전 부산일보에 입사해서 처음 배치 받은 부서는 국제부였습니다. 첫 상사였던 당시 국제부 부장이 첫 날 점심식사 때 눈이 번쩍 뜨이는 일화를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사회부에서 오래 근무하다 경남의 한 요양병원에 장기 입원해 있었을 때 전화가 걸려왔다고 합니다. 그는 신분을 밝히지도 않은 채 다짜고짜 "병원에서 죽어서 나와라"고 쏘아붙였다는 겁니다. 부장은 태연하게 웃으며 "격려해 줘서 고맙다"고 했습니다.

부장이 신출내기 후배에게 왜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해 주었을까요? 부장은  한 마디 더 했습니다. "기자는 그런 협박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 그게 진짜 기자다."


#2. 지난주 부산외국어대 학보에 이런 기사가 실렸습니다. 영국에서 유학하고 있는 학생이 쓴 글이었습니다. '영국 대학에서는 정기적으로 토론 수업을 한다. 하루는 교수는 물론 대다수 학생들이 "브렉시트는 '영국의 치명적인 실수'다"고 말했다. 그런데 딱 한 명이 "나는 브렉시트를 지지한다"고 입을 열었다. 이후 1 대 다수의 토론이 이어졌다. 그의 용기뿐만 아니라 소수의 의견을 끝까지 들어주는 다수가 대단해 보였다.'

2011~2012년 부산일보가 내홍에 휩싸였을 때가 생각났습니다. 노조위원장 징계 문제를 놓고 사측과 갈등을 빚던 노조가 '정수재단 환원투쟁'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당시 편집국장은 노조 편을 들었습니다.

원래 부산일보 편집국 분위기는 자유로웠습니다. 누구나 쓰고 싶은 기사를 쓰고, 하고 싶은 말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대다수가 한쪽에 몰려 있어 분위기는 그야말로 무시무시했습니다. 어느 누구도 노조와 편집국장의 투쟁 방침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노조·편집국장의 투쟁에서 무엇이 문제인지를 지적하고, 이번 투쟁은 온당하지 못하다고 비판하는 데스크 칼럼을 썼습니다. 데스크 칼럼은 부장들이 순서대로 돌아가며 쓰는 글입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신문에 게재되지 않은 적은 없었습니다. 이미 투쟁에 찬성하는 칼럼이 실리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다른 국장, 부장 들이 저를 빼고 회의를 열어 제 칼럼을 싣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저는 지금도 그때 썼던 데스크 칼럼 원본을 갖고 있습니다. 앞으로 기회가 되면 당시 사정을 모르는 후배 등에게 보여주기 위해서입니다. 판단은 그들이 할 겁니다. 기회가 되면 '남태우 칼럼'에도 실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3. 저는 4년 전 <김해뉴스>에 온 이후 후배 기자들에게 늘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옳은 것은 옳은 것이고, 그른 것은 그른 것이다.'

또 27년간의 기자생활에서 배운 언론의 원칙을 이렇게 가르칩니다. 첫째, 기자는 마음에 '영웅'을 가져서는 안 된다. 기자가 특정인에게 '선호도'를 갖게 되면 그를 제대로 평가하고 비판할 수가 없다. 둘째, 기자는 글을 쓸 때 사람을 보지 말고 사안을 봐야 한다.

처음이나 지금이나 저는 같은 생각으로 신문을 만들고 있습니다. 후배 기자들은 저의 말을 믿고 잘 따라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늘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저는 후배 기자들과 함께 "병원에서 죽어서 나와라"는 전화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신문을 만들 생각입니다. 주변의 절대다수가 맞다고 하더라도, 사실이 아니라면 아니라고 하겠습니다. <김해뉴스>에 "죽어서 나와라"는 전화 외에 "끝까지 살아 남으라"는 격려의 전화 한 통 부탁드립니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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