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숙 독자·율하동.

한낮에는 불볕더위를 연상케 하는 뜨거운 날씨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사람들의 옷차림은 가벼워졌다.

해마다 이 때쯤이면 농촌에서는 모내기 준비가 한창이다. 지금은 대부분 이앙기로 모내기를 하기 때문에 사람의 손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 가끔 김해평야를 지나다 보면 이앙기 한두 대가 넓은 논에서 모를 착착 심고 있는 장면을 보게 된다.

그러나, 우리가 어릴 적 시골에서는 이 곳 저 곳에서 다들 모내기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내야 했다. 품앗이에 나선 마을 사람들이 서로 도와주고 도움을 받기도 했다.

우리 형제들은 학교를 마치고 오면 집에 책가방을 던져놓고 논으로 뛰어가 농사일을 도왔다. 소 쟁기로 논을 갈면 물을 대고 모를 손으로 하나하나 심었다. 하루 종일 허리를 굽혔다 폈다 하면서 모내기를 하면 허리가 얼마나 아픈지 모른다. 그래도 다 같이 노래를 부르고, 모를 누가 더 빨리 심는지 대결도 하면서 통증을 이겨냈던 것 같다.

그래도 한 가지 모 심는 날이 즐거웠던 이유는 바로 새참이었다. 새참 때 어머니가 머리에 이고 온 찐 감자와 국수 한 그릇으로 허기진 배를 달랬다. 그때 먹은 국수의 맛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 김치를 넣어 아무렇게나 비빈 국수와 감자가 왜 그리 맛있었는지…. 지금 집에서 만들어 봐도 도저히 그 맛을 낼 수가 없다.

이제 농촌에서 사람들이 한 줄로 서서 모내기를 하는 정겨운 모습은 옛날 추억거리가 되고 말았다. 그 때에는 모내기를 하는 게 너무 힘들었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정말 그리운 추억의 시간들이었다. 햇볕이 풍부하고 만물이 점차 생장해 가득 찬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소만'. 올해도 모든 농촌에 풍년농사가 들길 기원해 본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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