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은 다음달 25일까지 미술관 큐빅하우스 갤러리에서 '분청을 닮은 사람들'과 '청춘열전'을 주제로 두 개의 특별한 전시회를 개최한다.


 

▲ 지역작가 조명전 '분청을 닮은 사람들'을 찾은 관람객들이 민훈식 작가의 작업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지역작가 조명전

 민훈식·이한옥·탁원대 진례3인전
 개성 돋보이는 다양한 작품 눈길
“지역도자기 발전 작은 보탬 기대”



갤러리4에서는 지역작가 조명전인 '분청을 닮은 사람들'전을 진행한다. 진례면에서 분청의 맥을 이어오고 있는 민훈식(한림요), 이한옥(송화요), 탁원대(우림요) 작가가 참여한다.

민훈식 작가는 '분청 김해명 화형접시', '분청 김해명 자라병', '분청 인화문 사각접시' 등 30여 점을 선보인다. 귀얄, 덤벙 등의 분청기법을 알아볼 수 있는 작품들도 진열한다. 전시장 한쪽 벽면에는 그가 작업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상영된다. 그는 영상에서 물레를 돌리고 접시의 외곽부분을 톱날 모양으로 파낸다. 도구를 이용해 정성스레 문양을 새겨 넣는다. 민 작가는 "반복해서 계속 작업을 하다 보면 좋은 문양이 나오는 게 분청이다. 누가 봐도 '아, 이건 분청이구나'하고 느낄 수 있도록 표현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한옥 작가는 '기다림', '창조', '아우성' 등 11점을 출품했다. 4점으로 구성된 '기다림'은 8각 형태의 항아리다. 이 작가는 항아리 표면에 백토를 얇게 입히고 그 위에 소나무 문양을 새겼다. '아우성'에는 분청이 주는 거칠고 투박한 느낌이 강조돼 있다. 이 작가는 표면에 광이 나지 않는 유약을 사용해 자연스러운 흙색을 그대로 살려냈다. 그는 "주촌면의 절개지에서 흙을 가져왔다. 평소 표면의 질감과 유약 발림에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한다. 우연적인 효과를 이용해서 작업을 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전시실 가장 안쪽에는 탁원대 작가의 작품이 전시된다. 그는 이번 전시회에 '양각산수-자연에 머물다', '양각산수-그대와 나', '나눔 찻사발-그리움이 머물다' 등 10여 점을 내놓았다. 벽에 걸린 TV에서는 그의 작업 영상이 흘러 나온다. 그는 영상에서 도자기 표면에 무병장수, 안빈낙도 등을 상징하는 거북이, 사슴, 비학 등을 조각하고 있다. 그가 직접 만든 분청유를 입힌 작품들은 대부분 연한 옥색이다. 전통적인 민무늬 달 항아리와는 다른 느낌을 풍긴다. 탁 작가는 "푸른빛이 많이 돌아서 청자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청자가 아니라 분청이다. 이번에는 양각을 중심으로 작업했다"고 강조했다.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최정은 관장은 "지역작가 전시회를 따로 마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건축도자라는 이름에 집중하다 보니 어려운 점이 있었다. 앞으로는 해마다 지역작가 2~3명을 초청해 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이번 전시가 지역작가들의 창작 활동에 활력을 불어넣어 김해 분청도자기의 발전에 작은 보탬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 2017년 세라믹창작센터 상반기 입주작가들이 '청춘열전'이 열리는 전시장 앞에서 관람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상반기 입주작가 보고전

 4~10개월 머문 작업 결과물 공개
‘청춘열전’ 주제로 9명 작품 전시
 도자·회화·설치·영상 등 유형 달라



갤러리5·6에서는 2017년 세라믹창작센터 상반기 입주작가 보고전인 '청춘열전'이 진행된다. 올 상반기에는 작가 9명이 입주했다. 이들은 짧게는 4개월, 길게는 10개월 동안 머물며 도자작업을 했다. 이번 전시회는 그 결과물을 공개하는 자리다. 도자, 회화, 설치, 영상 작품 등이 전시된다.
 
갤러리5에서는 박선영, 이기연, 김민혜, 조광훈, 이영희 작가의 작품을 볼 수 있다.
 
박선영 작가는 여행을 하면서 얻은 경험에서 작품의 영감을 얻었다. 그는 '너 도리스니?', '바나나 나무 화분' 등 14점을 보여준다. '너 도리스니?'에는 작가의 욕망을 이뤄주는 분신 '도리스'가 등장한다. 그는 "모든 사람이 욕망을 갖고 있지만 다 표현하지 못하고 산다. 그나마 여행지에서는 조금 더 자유로워진다고 느낀다. 그러다 막상 여행을 가면 스스로 통제를 하게 된다. 여행지에서 돌아오면 그곳에서 해보지 못한 것에 아쉬움이 남는다. 혼자 상상 속에서 자유로운 나를 상상해 봤다. 욕구대로 이뤄내는 나에게 '도리스'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설명했다.
 
전시장 한 쪽에는 커다란 꽃 한 송이가 공중에 매달려 있다. 이기연 작가의 조형작품 '구석에서 피다'이다. 도자와 나무 등으로 만든 이 작품에는 젊은 예술가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작가는 "작업을 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나와 주변인의 이야기를 표현했다. 아직은 구석에서 움츠리고 있는 상태지만, 꿈을 위해 한 발짝 나아가고 있다. 언젠가는 누구보다 화려하게 꽃 피울 것이라는 희망을 나타냈다"고 말했다.
 
김민혜 작가는 '모(母) 되기 고(苦) 되다', '5㎏-그 자존감의 무게' 등 4점을 내놓았다. '모(母) 되기 고(苦) 되다'는 영상작품이다. 근대의 지식인이자 신여성으로 꼽히는 나혜석이 쓴 글 '모(母)된 감상기' 중 일부를 차용했다. 부모가 된 친구들이 고군분투하는 모습과 그들이 자존을 주제로 나누는 이야기를 수다 형식으로 풀어냈다. 지극히 개인적이지만 공론화하기에 충분한 소재들을 다루고 있다.
 
조광훈 작가는 '꿈꾸는 소년'과 '계단 위의 소년'을 선보인다. 실제 사람 같은 소년이 눈길을 끈다. 그는 흙을 반죽한 뒤 길쭉하게 코일을 말아 한 줄씩 쌓았다. 1250도의 고온에서 2~3회 구워내 작품을 제작했다. 조 작가는 "얼굴이 감춰진 아이의 모습에 '이 시대의 진정한 행복은 무엇인가'라는 고민을 담았다. 현대인의 욕망이 현실이라는 높은 벽에 부딪히며 겪는 내적고충을 투영시켰다"고 밝혔다.
 
이영희 작가는 '너는 어때?', '가치서식', '가치량' 등 6점을 전시한다. 그는 "물질적 풍요가 강조된 현실에서 인간의 가치를 말하고 싶었다. 우량한 개체를 선발해 신품종을 개발하듯, 인간도 효용성이 강조된 채 육성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의 가치를 상품판매 관련 용어에 빗대어 6개 작품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갤러리6에서는 류주현, 정욱, 이희경, 임지현 작가의 작품이 전시된다.
 
회화를 전공한 류주현 작가는 '컴포지션 스페이스(Composition Space)-S.F#', '컴포지션 스페이스-서울(Seoul)', '컴포지션 스페이스-진례로' 등 회화, 도자 14점을 선보인다. 그는 "직접 다녀온 여행지를 평소에 조감도 형태로 그렸다. 색감을 좀 더 과장해서 표현하는 편이다. 여기 와서 처음으로 도자작업을 하게 됐다. 미술관이 진례면에 있어 진례면의 모습도 작품에 담았다. 어떤 사람들은 작품을 보고 '여기가 어딘지 알겠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정욱 작가는 '쓸모에 관하여', '시선', '위안' 등 4점을 출품했다. '쓸모에 관하여'는 찌그러지고 찢어진 모양의 도자기 여러 개로 구성돼 있다. 그는 "작업을 할 때 종종 예상치 못한 결과물이 나온다. 형태가 찌그러지거나 찢어진 작품을 실패작으로만 생각했다. 어느 순간 다시는 만들기 어려운 고유한 형태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예상치 못한 결과물이 제거해야 하는 요소가 아니라 하나의 새로운 작품이 되게 해 줬다"고 설명했다.
 
이희경 작가는 '물과 뭍', '차가운 물', '붉은 머리' 등 7점을 내놓았다. '차가운 물'은 서로를 마주보는 두 인물로 이루어져 있다. 두 인물은 여성의 나체를 형상화했다. 머리가 없고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이다. 그는 "부조리 속에서 무력해진 존재를 보여주고자 했다. 이성과 합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느끼는 기이하고 일그러진 감정의 형태를 나타냈다"고 말했다.
 
임지현 작가는 '연기 길', '둥근 것', '청엽' 등 9점을 공개한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는 빛, 공기, 물, 불과 같은 근원적인 자연현상의 이미지를 다루고 있다. 삶 속에서 현상과 물질이 어떤 위치에 놓여 있는지, 우리는 그 것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이야기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관계자는 "두 전시회의 성격은 서로 다르지만 각각 큰 의미를 담은 행사다. 한 번쯤 미술관에 들러 지역을 대표하는 분청작품도 보고, 입주작가들의 참신한 도자작품도 감상했으면 좋겠다. 많은 시민들이 방문해 주길 바란다"며 당부했다.
 
김해뉴스 /이경민 기자 min@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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