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경제학상 받은 교수의 진단
효율적 규제 시스템 도입이 해답



 

국제구호단체 옥스팜의 발표에 따르면, 2014년 세계 최고 부자 85명이 가진 재산은 전 세계 하위 50%와 맞먹었다. 그 수는 2015년 62명, 지난해에는 무려 8명으로 줄어 격차는 더욱 커졌다. 세계 경제대국 미국의 현실은 사회의 거대한 균열을 더욱 부추긴다. 서민층은 자녀의 대학 등록금과 병원비, 은퇴 후 생계비 등으로 가슴을 졸인다. 반면 상위 0.1%는 어떤 자가용 비행기를 살지, 과세를 피하기 위해 어느 조세 회피처가 더 좋을지를 놓고 고민한다.

2001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 컬럼비아대의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는 오래전부터 자본주의가 일으키는 불평등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 온 경제학자다. <불평등의 대가>라는 책으로 널리 알려진 그는 신간 <거대한 불평등>에서 '불평등이 경제를 약하게 만들고 민주주의를 훼손하며 사회를 분열시킨다'는 전작의 주장을 다양한 측면에서 더 자세히 조명한다.

책은 오늘날 불평등을 심화시킨 결정적인 계기가 된 2008년 세계 금융위기의 원인과 이후 '대침체
 (Great Recession)'로 이어지는 과정을 살핀다. 2001년 경기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 부시 행정부가 실시했던 세금 감면, 규제 완화, 저금리 정책은 주택시장 거품을 불러오며 빈부 격차를 가중시켰다. 이라크전에 투입된 수조 달러의 전쟁 비용, 극소수 기업과 상위 1%를 위한 재정 지출과 감세 정책 등은 이후 대침체의 검은 토양이 됐다. 부동산, 금융시장에 돈이 몰리면서 실물경제 투자 대신 지대 추구가 만연했다. 부동산 거품 붕괴로 인한 금융계 몰락은 미국을 넘어 전세계 경제시스템을 고장내 버렸다.

스티글리츠는 대침체 이후 정부의 대처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금융위기로 파산 일보직전에 내몰린 거대 은행들을 구하기 위해 수천억 달러를 투입하면서 실질적 피해자인 '하우스 푸어'와 거리로 내몰린 빈곤층을 위한 지원은 미미했다. 전세계 경제를 침체에 빠뜨린 주범들을 처벌하기는커녕 정부가 나서서 손실까지 보전해 줬다. 결국 '부유층을 위한 미국식 사회주의'는 불평등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불평등은 경제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아동기 빈곤이나 교육·의료 불평등은 전반적인 '기회의 불평등'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1980년께 미국에서 태어난 소득 하위 25% 가구 출신 청년들 중 대졸자 비율은 10%도 채 안 된다. 대학 졸업생들은 학자금 대출 탓에 평균 3만 달러의 빚을 진 채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이는 주택 구입과 결혼 등 이후 생애에 영향을 미쳐 거시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스티글리츠는 이처럼 거대한 불평등의 원인을 자본주의가 지닌 모순이 아니라 잘못된 정책과 정치라고 일관되게 주장한다. 문제는 자본주의 체제 자체가 아니라, 이익을 사유화하고 손실은 사회화하는 '짝퉁 자본주의'에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해법도 어떤 정책을 추진할지 '정치적 선택'에 달렸다고 본다. 부유층 감세 정책은 중단한 뒤 저소득층을 위한 교육·의료·보조금 정책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효율적인 규제 시스템을 도입하면 오늘날의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다는 게 스티글리츠의 생각이다.
 
부산일보 제공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