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현승 씨의 둘째 아기가 창원대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왼쪽). 부인 정수진 씨가 건강을 되찾은 아기를 앉고 밝게 웃고 있다.

 

출산 직전 심장 멈춰 응급 입원
 매순간 기록, 기도에 차츰 호전
“가족 위해 배려하는 가장 될 터”




 

지난 2일 낮 12시 16분 내동 우리여성병원에서 한 아기가 소리 없이 탄생했습니다. 출산에 지친 산모와 탯줄을 자르기 위해 문 밖에 대기하고 있던 남편인 저는 첫째 아기가 태어날 때에도 아기 울음소리를 듣지 못했기 때문에 둘째 아기도 마찬가지로 조용하게 태어나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일이 생겼습니다. 간호조무사가 손과 발이 기다란 둘째 아기를 안고 다급한 발걸음으로 분만실에서 뛰쳐나온 것입니다. 살빛이 보라색으로 변한 아기는 마치 인형처럼 아무 움직임이 없었습니다.

"긴장하지 말고 천천히!" 의사가 크게 외쳤습니다. 모든 의료진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습니다. 아기에게 모든 시선이 집중되며 순간 긴장감이 감돌았습니다. 반복되는 심장 점검과 아기의 울음을 터뜨리도록 하기 위한 충격 요법이 이어졌습니다. 이윽고 기도를 확보한 뒤 튜브로 산소 공급을 시작했습니다. 잠시 후 병원장도 합류해 아기의 심박을 수시로 살펴보며 산소 호흡기를 착용시켰습니다.

무엇이 잘못돼 가는 것인지? 긴급하게 움직이는 의료진 속에서 영문도 모른 채 모든 상황을 조용히 지켜보기만 했던 저는 병원장에게 조심스레 현재 상황을 물었습니다. "아기의 심장이 멈춰서 지금 응급 처치를 했습니다. 상황이 위급해서 바로 큰 병원으로 옮겨야 합니다." 청천벽력과 같은 말이었습니다.

뒤이어 등장한 신생아실 팀장 의사는 긴급하게 상급병원에 연락했습니다. 다행히 창원경상대병원에 아기를 치료할 수 있는 자리가 있다는 희망의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즉시 아기와 의료진, 나는 구급차를 타고 창원으로 출발했습니다. 아기는 구급차 안에서 산소 호흡기로 힘겹게 호흡을 이어갔습니다. 김해와 창원이 이렇게 멀었던가 싶은 찰나 창원경상대병원에 도착했습니다. 아기를 검사실로 들여보내고 입원을 위한 수속을 하는데, 그 시간이 너무나 길게 느껴졌습니다.

병원에서는 담당의사에게 치료를 맡기고 기다릴 뿐, 저는 아빠로서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습니다. 신생아 중환자실에 아기를 두고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려 다시 우리여성병원으로 돌아왔습니다. 김해에 와서야 순식간에 일어난 상황들을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탄생 전까지 엄마 뱃속에서 아주 건강했던 아기가 갑자기 왜 이런 상태에 빠진 것일까. 병원 측에 따르면, 의료진이 출산 직전 갑자기 아기의 태동 반응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즉시 출산을 시도했다고 합니다. 시간적으로나 상황적으로 긴급해 최선의 선택을 골랐다는 것입니다.

아기를 출산하고도 안아보지 못한 아내는 뜻밖에 담담했습니다. 아내는 빠른 판단으로 아기 출산을 도운 조무사, 위험한 상황에서 침착하게 응급처치를 해 준 의료진에게 감사하다고 했습니다. 간호부장은 "1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사건이다. 많이 놀랐을 텐데 침착하게 기다려준 엄마, 아빠에게 오히려 감사하다"고 대답했습니다.

1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난산. 여러 가지 원인이 유추됐지만 지금 중요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이유가 어쨌든 앞으로의 상태가 중요했습니다. 제가 할 수 있을 일은 미미했습니다. 긍정적인 생각과 강한 믿음을 갖고 아내와 아기에게 그 믿음을 전해주는 것, 주변사람들에게 상황을 알리고 선한 마음을 모으는 게 제가 해야 할 중요한 역할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저는 그 날 이후 매시간 사진과 동영상을 기록했습니다. 다행히 아기는 안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아기가 호전되는 모습을 아내와 양가 부모, 형제들에게 보여 주었습니다. 하루에 2번씩 창원과 김해를 오가며 모유를 아기에게 전달했습니다. 지난 12일, 아기가 정상으로 돌아왔다는 담당의사의 최종 소견을 들었습니다. 다시 한 번 긍정의 힘을 체험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최근 책에서 본 하인리히의 1-29-300 법칙이 떠올랐습니다. 300개의 사소한 일들이 모여 29개의 중요한 일들을 만들고, 그것들이 모여 1개의 큰 사건을 만든다는 것입니다. 저의 행동을 스스로 돌아보고 반성하며, 더 나아가 가족을 위해 더 배려하는 가장이 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이번 출산을 통해 진정으로 소중한 게 무엇인지, 저의 행동과 말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오는지,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든 객관적이 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깨닫게 됐습니다. 힘들다는 말을 한 번도 하지 않고 잘 이겨준 아내, 정상으로 돌아온 아기, 그리고 동생과 엄마를 그리워하며 긴 시간을 버텨준 큰아들에게 무한한 감사를 느낍니다.

빠른 처치로 대처해 준 우리여성병원 의료진과 꼼꼼하게 진료해 준 창원경상대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의료진, 따뜻한 위로와 힘내라는 격려를 함께 보내 준 모든 분들에게도 지면을 통해 다시 감사하다고 인사드립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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