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보다 일이 우선이라 생각했던 당찬 베트남 아가씨가 바다 건너 한국으로 시집을 왔다. 나이가 22살이나 많은 한국인 남자에게 첫눈에 반했기 때문이다. 그때 그 외국인 아가씨가 이젠 결혼 2년 차, 입만 열면 남편 자랑을 늘어놓는 못 말리는 한국 아줌마가 됐다. 베트남 새댁 탄타오(28) 씨의 이야기다.
 
"남편이 너무 착했어요. 한국어를 모르는 나를 위해 같은 말을 수십 번씩 하면서도 웃기만 했어요. 이 남자라면 결혼해도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탄타오 씨가 웃으며 말했다.
 
베트남 여성들은 빠르면 18세, 늦어도 22세엔 혼인을 생각한다. 하지만 탄타오씨는 달랐다. 그는 결혼보단 돈을 벌고 싶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탄타오 씨가 26살이 되던 해, 지금의 남편을 만나면서 달라졌다. 만남은 우연이었다. 한국으로 시집간 친구가 한국인 남자를 소개했고, 반은 호기심으로 만났다. 하지만 탄타오씨는 숫기 없고 나이 많은 외국인 남자에게 첫눈에 반하게 됐다. 베트남어도 모르면서, 자신의 말을 이해 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며 착하다고 생각했고, 그가 간간이 던지는 농담에 함께 있으면 즐겁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나중엔 못 보면 보고 싶어졌다. 결국 탄타오 씨는 국제 결혼을 결심했다.
 
하지만 주변의 반대가 심했다. 부모님과 오빠는 나이 많은 외국인 사위 감을 못마땅해 했다. '한국인'이라는 점도 문제가 됐다. 베트남에선 한국인 남편들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다. 탄타오 씨의 친구들은 한국인 남편이 외국인 신부를 살해했다는 내용의 신문기사를 그에게 건네주며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고 설득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모든 우려와 달리, 두 사람은 행복한 결혼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엔 예쁜 아들도 태어났다. "결혼 초기에 남편은 스스로를 '나쁜 사람'이라고 불렀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말엔 나이가 많아서 미안해 하는 남편의 마음이 있었어요. 그래서 요즘은 남편이 그 말을 할 때마다 제가 화를 내요. 남편은 나쁜 사람이 아니라 누구보다 좋은 사람이기 때문이에요."
씩씩하게 말을 잇던 탄타오 씨가 갑자기 눈시울을 붉혔다. 탄타오 씨는 많은 베트남 신부가 한국에서 고통스러운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변함없이 따뜻한 남편이 고맙기만 하다. 그는 "사람들이 나이 많은 남편을 두고 뭐라고 말하든 상관없다. 남편이 나를 두고 먼저 하늘나라로 떠날까봐 두려울 뿐"이라고 울먹이며 말했다.
 
최근 탄타오 씨는 한국어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남편은 탄타오 씨가 대학에 진학하길 바라지만, 그는 일을 하고 싶다. 남편의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싶기 때문이다. 국적도 곧 한국으로 바꿀 생각이다. 한국 이름은 아직 짓지 못했다. 탄타오 씨는 "남편의 성과 어울리는 이름을 고민하고 있다"며 수줍게 말했다. 손 때 묻은 국어사전을 뒤지며 이름을 고민하는 탄타오 씨의 모습엔 행복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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