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27일 제1회 여의사랑문화제
제례행사 후 거리 퍼레이드 펼쳐



김해시도시재생지원센터와 김해원도심재생주민협의회는 지난 26~27일 봉황대 일원에서 '제1회 여의사랑문화제'를 개최했다.

이번 문화제의 하이라이트는 행사 둘째 날 봉황동유적지 여의각에서 열린 '여의낭자 단오제'였다. 이 행사는 1500년 전 가야시대 때 황세장군과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 여의낭자를 기리기 위한 제례다. 마을 사람들은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난 여의낭자를 기리기 위해 봉황대에 여의각을 만들고 5월 단오날마다 제례를 지내 왔다. 과거에는 마을 할머니들을 중심으로 이어져 오다 10여 년전부터 회현동주민자치위원회가 진행을 맡았다.

오전 10시 여의각 앞에 흰 두루마기와 고운 한복을 입은 제관들이 줄을 지어섰다. 초헌관은 김진환(63) 회현동주민자치위원장, 아헌관은 김해시 공무원 박유나(25) 씨, 종헌관은 회현동새마을금고 직원 박수진(20) 씨, 축관은 회현동 노인회 이강식(85) 회장이 각각 맡았다. 눈에 띄는 점은 아헌관과 종헌관을 맡은 사람들이 여성이라는 사실이었다. 전통적인 제사에는 여성이 참여하지 않지만, 24세에 생을 마감한 여의낭자를 기리는 제사여서 아헌관, 종헌관은 미혼 여성이 맡았다.

제사에 앞서 손을 씻는 관수세수로 제례가 시작됐다. 초헌관인 김진환 위원장은 여의각에 들어가 여의낭자의 영정을 마주한 채 향을 사르는 강신례를 올렸다. "국궁~배~흥~배~흥~평신~" 진례자(사회자)가 제창했다. '허리를 굽히시오, 절하시오, 일어나시오, 절하시오, 일어나시오, 바로 서시오'라는 뜻이다. 제관들은 여의각 앞에서 절을 했다. 참석자들도 선 상태로 고개를 숙여 예를 갖췄다.

"가락국 정절 출여의 낭자 영혼 앞에서 제1499주년 단오절 위령제를 엽니다. 이 몸이 죽어서 대의를 가짐에 여자의 갈 길에 귀감이 되었네. 낭자는 정절에 살다가 죽으니 순결한 그 정신 영세에 빛나리. 삼가 주과로서 추모하오니 존영은 흠향하시기를 바라나이다."

▲ 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제관들이 지난 27일 여의낭자의 영정이 걸린 여의각을 향해 절을 올릴 준비를 하고 있다.

초헌관이 첫 술을 올린 뒤 축문이 낭독됐다. 아헌관, 종헌관이 차례로 여의각에 들어가 술을 올렸다. 처음 참석하는 제례여서 순서를 틀리기도 했다. 이때마다 이강식 회장을 비롯해 제례를 지켜보는 마을 어르신들이 설명을 해 주었다. 삼헌관이 술을 모두 올리고 난 뒤 일반 참례자들이 자원해 여의각에 올라가 재배를 했다. 제례가 끝난 후에는 모든 제관들이 여의각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지난해까지는 여기에서 여의낭자 단오제를 마쳤지만, 올해는 '제1회 여의사랑문화제'를 기념해 제례 이후에 거리 퍼레이드를 펼쳤다. 풍물단을 앞장세워 여의낭자와 황세장군, 제관, 결혼이주여성들이 열을 갖춰 서상동 시장을 돌았다. 마침 장날이어서 시끌벅적했던 시장에는 축제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퍼레이드 후에는 참가자들이 회현동주민센터 주차장에서 다함께 점심식사를 했다.

종헌관을 맡은 박수진 씨는 "여의낭자 단오제 행사에 처음 참석했다. 즐거웠다"고 말했다. 단오제 행사를 지켜 본 이종수(65) 씨는 "회현동에 오래 살았기 때문에 예전에 할머니들이 제례를 지낼 때부터 봤다. 과거에는 여의제 행사를 간단하게 했는데 이번에는 문화제를 열어 뜻이 깊다"고 말했다. 이강식 회장은 "조선시대로 치면 여의낭자는 열녀인 셈이다. 봉황대를 배경으로 담고 있는 여의낭자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이 많다. 이번 문화제를 통해 많이 알려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26일 오후 7시에는 주민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초청가수 공연이 열렸다. 포크가수 남궁옥분, 포크송 뮤지션인 구현모·정예원, K-팝 출신인 최연정 씨가 노래를 불렀다. 이어 여의낭자 관련 책을 쓴 가야스토리텔링협회 박경용 회장과 김해동화구연협회 변정원 회장이 달빛콘서트를 진행했다.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이희원·박다나(김해중앙여중) 학생기자 nari@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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