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영호남 벽 허물 기회" 강조
김해시 추진 2단계사업, 유네스코 등재 공동 추진 등 관심

신라권, 백제권 수천억 지원 비해 가야사, 가야불교사 무관심
"대통령 지시 이행 위해 체계적, 종합적 계획 수립 필요" 지적

 

▲ 국비 지원을 받지 못해 11년째 사업 추진이 지연되고 있는 김해 가야사복원 2단계 사업 예정지 전경.

문재인 대통령이 고대 가야사 복원사업을 영·호남 화해 정책과제에 포함시켜 줄 것을 당부해 관심을 끌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일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고대사 중에서 삼국사 이전의 역사가 제대로 연구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 특히 가야사는 신라사에 덮여 제대로 연구되지 않았다. 국정기획자문휘원회가 국정과제를 정리하면서 가야사 부분을 꼭 포함시켜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경남과 경북뿐 아니라 전라도 섬진강 주변과 광양·순천만, 남원, 금강 상류 유역에도 가야사 유적이 남아 있다"며 "가야사 복원 사업은 영·호남이 벽을 허물 수 있는 좋은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가야사 관련 사업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김해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가야사 2단계 복원사업이다. 이 사업은 김대중 정부 시절에 시작됐다. 2단계 복원사업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가야문화 유적을 발굴해 가야 고도 김해로 거듭난다'는 취지로 1단계 사업에 이어 진행됐다. 고대 가야의 영토였던 김해와 함안·창녕·합천 등지의 가야 유적을 발굴하고, 가야의 수도였던 김해를 신라의 경주에 버금가는 역사문화도시로 조성하겠다는 게 사업의 구상이다.
 
이 사업은 올해로 추진 11년째를 맞았지만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해 부지를 매입하지 못하는 바람에 사업기간만 계속해서 미뤄지고 있다. 당초 2006~2012년에서 2012~2018년으로 미뤄졌다가 지난해 다시 2018~2022년으로 연장됐다.
 
두 번째는 김해 대성동고분군과 경남 함안 말이산고분군, 경북 고령 지산동고분군 등 가야고분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하기 위한 본격적인 노력이다.
 
경남도, 경북도와 김해시, 함안군, 고령군은 2011년부터 가야고분군의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그 결과 가야고분군은 2013년 12월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됐고, 2015년 3월 세계유산 우선등재 추진대상으로 선정됐다. 같은 해 10월 5개 지자체는 공동으로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기로 하고 가야고분군 세계유산 등재 추진 협약서를 체결했다. 지난 2월 14일에는 '가야고분군 세계유산등재추진단' 발족식을 열었다.
 
이미 관광지로 상당히 개발된 신라문화권 경주는 2014~2025년 12년 동안 국비 6615억 원, 지방비 2835억 원 등 총사업비 9450억 원을 들여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사업을 추진한다. 백제문화권의 경우 충남도, 전북도, 부여시, 공주시, 익산시 등 5개 지방자치단체가 문화재청과 백제왕도 핵심유적 복원·정비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여기에도 경주처럼 천문학적인 예산이 들어가고 있다.
 
반면 그동안 가야는 한국고대사 연구에서 오랫동안 서자 취급을 받아 왔다. 지난 10여 년간 가야 관련 국비 예산은 거의 지원되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번 문 대통령의 발언으로 가야사 2단계 복원 사업,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는 물론 신라, 백제사에 걸맞게 가야사를 체계적으로 복원하기 위한 종합적 계획부터 세워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시 문화재과 송원영 계장은 "(문 대통령의 발언은)가야인의 후손이라면 누구나 환영할 내용이다. 전라도 지역도 기대하고 있다. 시는 만사 제쳐놓고 정부시책에 발맞출 것으로 기대한다. 역할 분담을 통해 일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인제대 이영식 역사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역사에서 삼국시대라는 이름 때문에 고구려, 백제, 신라만 조명받았다. 같은 기간 영남에 가야사가 600년 정도 있었다. 절대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근래 가야사 연구 덕분에 가야의 역사는 영남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지리산 서쪽 진안·장수, 남쪽 순천·광양·여수에서도 가야고분군이 확인되고 있다. 전남 동부지역까지 가야역사문화권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경주는 신라를 활용해 활발한 관광산업을 펼치고 있다. 충청도도 백제를 활용하고 있다. 영·호남은 가야 역사· 문화를 소재로 교육 관광 발전에 동력을 얻을 수 있다. 가야사 복원은 영·호남이 공동으로 할수 있는 사업이다. 앞으로 가야사가 고구려, 백제, 신라와 대등한 위치의 역사로 평가받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해뉴스 /이경민·배미진 기자 min@gimhaenews.co.kr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