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12일 바이크 유라시아 횡단에 나서는 최정환-최지훈 부자가 출발에 앞서 제작한 여행 지도. 이들의 여행 이야기는 2주에 한 번씩 <김해뉴스>에 게재될 예정이다.

 



수 년 전 신문에서 관련기사 보고 자극
아들 자라길 기다렸다 올여름 ‘대결심’

바이칼~모스크바 지난 뒤 이후 일정 결정
다양한 사람 만나다 보면 살아 있는 교육

부자 등 맞대고 따뜻한 체온 느끼며 여행
2주 한 번씩 <김해뉴스>에 생생한 기록을




지난해 5월 아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국토 종주를 했다. 조그마한 가방에 최소한의 짐만 챙겨 각자 자전거를 타고 떠났다. 인천의 아라서해갑문에서 부산 낙동강하구언까지 633㎞를 3일 만에 주파했다. 어른 혼자서도 힘이 들어 6일씩 걸리는 코스를 사흘 만에 아들과 함께 완주했다. 출발 전 한 달 동안 주말마다 100㎞를 달리며 연습한 게 도움이 됐다. 함께 달리고, 쉬고, 먹고, 잤던 지난 시간이 지금은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았다.

힘들었지만 덕분에 아들과 더욱 가까워졌다. 아버지와 아들은 가깝지만 또 아주 먼 관계가 아니던가. 대개는 자식이 나이가 들면 아버지와의 관계가 서먹해진다고 한다. 아들이 어릴 때 많은 곳을 함께 누비며 아버지가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 아들이 살아갈 세상 이야기도 나누고 싶었다. 그래서 좀 더 멀리, 좀 더 오랜 시간 함께 달릴 수 있는 여행을 계획했다.

이번에는 모터사이클, 일명 '바이크'를 타고 떠나기로 했다. 수 년 전 한 신문에서 70대 어르신이 바이크를 타고 유라시아를 횡단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그 때부터인지 모르겠다. 아들과 함께 바이크를 타고 유라시아를 횡단하겠다는 꿈을 꾸기 시작한 게…. 얼른 떠나고 싶어 아들이 어서 자라주기를 기다렸다. 아들이 12세가 된 올해 여름 오래된 꿈을 행동으로 옮기기로 했다.


 

▲ 최 씨 부자가 김해낙동강레일바이크 인근에서 바이크를 타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유라시아는 말 그대로 유럽과 아시아를 하나로 묶어 부르는 이름이다. 현재 계획하고 있는 여정은 이러하다.

우리나라 동해항에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까지 가는 카페리가 매주 일요일에 한 번 운항된다. 카페리는 여객과 자동차를 싣고 운항하는 배다. 배를 타고 동해항에서 낮 12시에 출발하면 다음날 낮 12시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한다. 24시간이 걸리는 셈이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다시 시베리아 벌판으로 향한다. 바이칼 호수를 지나 계속해서 서쪽으로 달리면 모스크바가 나온다. 모스크바에서 북쪽을 향해 가면 상트페테르부르크를 거쳐 북유럽에 닿는다. 이후 경로는 다양하다. 현지의 사정과 날씨를 고려해 그 때 그 때 선택할 생각이다. 일단은 라트비아를 거쳐 폴란드·독일로 가는 길 또는 남쪽 조지아를 거쳐 터키로 향하는 길 등을 고려하고 있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 경제적으로 우리나라보다 잘사는 나라 사람들도, 못사는 나라 사람들도 볼 수 있다. 경제적인 조건을 떠나 그들이 얼마나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지를 보고 싶다. 아들에게 살아있는 교육이 되리라는 생각이 든다.

한민족의 발상지인 시베리아는 1930년대 옛소련 통치자 스탈린에 의해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으로 강제 이주 당한 고려인들이 거주했던 곳이다. 항일 운동의 유적지 등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장소도 많다. 바이칼 호수에서는 5월이 돼야 얼음이 녹는다. 그래서 바이크 여행의 적기는 5~10월이다. 그 외의 기간에는 얼어붙은 땅이 돼 영하 30~40도를 밑돈다.


 

▲ 최정환 씨 부자가 타고 갈 오토바이.

요즘은 호텔시설과 맞먹는 캠핑카도 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도 있다. 그런데 '왜, 굳이 바이크 여행이냐'고 묻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비가 오면 비를 맞아야 하고, 고산지대를 다니다 보면 추위에 오들오들 떨어야 할 터인데, 왜 사서 고생을 하느냐는 것이다. 그래, 왜 하필 바이크 여행일까?
아들을 등 뒤에 태우고 아들의 체온을 고스란히 느끼며 같이 호흡하고 싶다. 그게 이유다. 도시마다 들러 관광지에서 흔적을 남기듯 사진을 찍고, 에어컨 나오는 차량 뒷좌석에 앉아 게임이나 하며 다니는 그런 여행은 싫다. 조그만 마을에 들러 또래 아이들과 함께 뛰어놀고 부대끼는 아들의 모습을 보고 싶다. 집에서 색연필을 몇 자루 챙겨갈 생각이다. 아들이 길에서 만난 친구들과 함께 파란하늘의 구름을 그릴 수 있도록 말이다. 

여행의 목적과 수단, 방법은 사람마다 다 다르다. 같은 장면을 보고도 다른 생각을 하는 게 사람 아니던가. 여행에는 정답이 없다. 앞으로 어떤 만남이 있을지, 어떤 그림이 펼쳐질지는 전혀 알 수 없다. 그저 길을 따라 떠나보려고 한다.

2017년 6월 11일 낮 12시 동해항 출발. 예정된 시간이 바로 눈앞에 다가왔다. 이번 여행을 '무모하다'고 평가할 사람들도 있다는 점을 잘 안다. 그래도 어차피 떠날 여행인데, 생각이 다를지라도 응원을 해 줬으면 좋겠다. 여행하는 동안 큰 힘이 되리라. 여행 이야기는 2주에 한 번씩 <김해뉴스>에 실을 생각이다. 앞으로 이야기는 아들이 이어가도록 하고 싶다. 김해뉴스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