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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 유리창’ 이야기
수정 : 2017년 06월 07일 (18:20:55) | 게재 : 2017년 06월 07일 10:13:00 | 호수 : 326호 7면 강한균 인제대 명예교수 report@gimhaenews.co.kr
   
 

유리는 일상생활에서 가장 흔히 보이는 물체들 중의 하나다. 창조적 예술에서 중요한 표현 도구가 되기도 한다. 유리는 딱딱한 고체이지만 분자와 원자의 정렬상태가 액체에 가까워 빛을 차단하지 않고 그대로 통과시켜 투명하다.

유리가 연상시키는 것도 다양하다. 연말정산을 하는 월급쟁이들은 유리지갑을, 신데렐라를 꿈꾸는 젊은 여성들은 유리구두를, 직장 여성들은 유리천장을 떠올린다.

무엇보다 '유리는 깨어진다'는 본질적 속성이 가장 실감나게 들린다. 미국의 범죄학자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은 1982년 3월 '깨진 유리창'이라는 글을 공동 발표했다.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해 두면 지나가는 행인들은 그 건물을 보고 관리를 포기한 건물로 생각해 돌을 던져 나머지 유리창까지 모조리 깨뜨리게 된다. 게다가 그 건물 내에서는 절도, 강도 같은 범죄가 일어날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무질서 이론이다.

동일 차종인 자동차 두 대의 보닛을 열어 둔 채 주차장에 세워두었다. 한 대는 차문 유리를 깨끗하게 닦아 놓았고, 다른 한 대는 약간 깨 놓았다. 며칠 후 깨진 유리를 가진 차는 박살 수준으로 심각하게 훼손됐다. 반면 유리가 깨끗한 자동차는 멀쩡한 상태였다.

1994년 루돌프 줄리아니 뉴욕시장은 '깨진 유리창 이론'을 범죄 단속에 적용했다. 범죄의 온상이었던 지하철에서 낙서를 모두 지우도록 했다. 시민들은 강력범죄 소탕에 힘쓰지 않고 낙서나 지우며 안이하게 대처하는 경찰을 비난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강력 범죄율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깨진 유리창 이론'에 앞서 1850년 프랑스 경제학자 프레드릭 바스티아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라는 에세이를 발표하면서 '깨진 유리창의 오류'를 지적했다. 어떤 상황이 벌어지면 그 파급 효과가 시·공간적으로 어떻게 전개되는지 전체 그림을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느 마을의 빵집 아들이 유리창에 돌을 던져 유리창은 깨지고 빵 가게는 엉망이 됐다. 빵집 주인은 아들을 심하게 나무랐고 이를 지켜보던 동네 사람들은 '꼭 나쁜 방향으로만 생각하지 말라'고 빵집 주인에게 핀잔을 줬다. 빵집 주인이 새 유리창을 사서 갈아 끼우면 유리창 수리업자는 일거리와 소득이 발생하고, 유리창 수리업자는 번 돈으로 새 구두를 사면 구두방 주인의 일감도 생겨나니 마을경제에도 나쁘지 않다는 말이었다. 사실 빵집 주인은 새 옷을 사려고 장만해 둔 돈으로 생각지 않았던 유리창을 교체하는 바람에 옷 구입을 포기해야 했다. 유리창이 깨어지면서 유리창 수리업자는 일거리가 생겼지만 양복점 재봉사의 일감은 사라졌다. 결국 마을 전체적으로 보면 소득과 일자리가 새로 창출된 게 아니라 방향만 전환된 것이었다.

우리 주위에서도 이러한 현상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오래되지 않은 보도블럭을 자주 뜯어내는 것은 경제에 과연 도움이 될까. 4대강 사업에 쓰인 22조 원이 다른 분야에 투입됐더라면 어떤 경제적 효과가 나타났을까.

문재인 정부는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 창출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했다. 이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공기업과 공공기관들은 비정규직을 뽑으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는 부담 탓에 줄줄이 채용 공고를 망설이고 있다. 비정규직이 정규직 정원을 잠식하면서 정규직 시험 준비생에게는 역차별이 되기도 한다. 

문제는 정부가 인위적 일자리 창출을 위해 투자할 '공공부문 일자리 예산 22조 원이 민간부문 일자리를 늘리는 데 쓰인다면 어떠했을까' 하는 '깨진 유리창의 오류'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비정규직 제로'가 민간기업으로 확대된다면 기득권층 정규직의 양보 없이 과연 중소기업들이 그 고통을 감내할 수 있을까.

스웨덴의 최장수 총리 타게 엘란데르는 23년 간 매주 목요일 노동자와 기업대표를 만나 대화하면서 노사 대타협을 일궈냈다. 우리도 노·사·정 중심의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데 새 대통령이 비장한 각오로 직접 나서면 어떨까. 강한균 인제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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