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먹는 여우' 회원들이 토론도서 <소송>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2013년 인문강좌 수강생 창설
매달 두 차례 활천도서관 모임
자연과학·고전 등 각 분야 섭렵



"독서는 등산과도 같습니다. 혼자 오르면 힘들지만 여럿이 함께하면 가뿐하게 정상에 도달할 수 있죠."
 
주부들로 이뤄진 책 모임인 '책먹는 여우(회장 정희·45)'의 회원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더불어 읽어야 어려운 책도 이해하기 쉽다는 것이다. 이들은 혼자보다는 '같이'의 가치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모임이다.
 
2013년 11월에 시작한 '책먹는 여우'는 인문학강좌 수강생들이 모여 만든 독서모임이다. 정소영(42) 사서를 포함한 8명의 회원들은 매월 둘째 주 금요일 오전 10시에 활천행복작은도서관에서 모인다. 이들이 읽는 책의 분야는 다양하다. 인문학과 자연과학, 고전, 에세이 등을 넘나든다.
 
최근에는 실존주의 문학의 선구자로 불리는 독일의 프란츠 카프카가 쓴 <소송>을 읽었다. 서른 번째 생일에 체포된 '요제프 K'가 알 수 없는 이유 때문에 끝이 보이지 않는 소송에 휘말리게 된다는 이야기다. 관료주의가 만연한 사회의 부조리를 꼬집으면서 현대사회의 구속과 억압 때문에 생기는 개인의 무력감을 그려낸 작품이다.
 
회원들은 논제를 따로 정하지 않고 자유롭게 토론했다. 책의 시대적 배경을 중심으로 탐구하면서 주인공의 성격을 유추해 현실의 상황에 빗대기도 했다. 토론에서 나오는 의문점은 끊임없는 대화로 해결했다. 서로 비슷한 성격의 다른 책을 추천하기도 했다. 누구 하나 자신과 다른 의견에 고개를 가로젓지 않고 경청하는 자세를 보인다.
 
회원 손인자(42) 씨는 이런 분위기 덕분에 독서모임에 빠지지 않고 출석한다. 그는 "가족들과 나누는 일상적인 대화는 항상 허공에 맴돌 뿐 돌아오지 않는다. 내뱉는 말에 불과하다고 느낀다. 여기에서는 대화다운 대화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독서모임의 장점으로는 다양성을 꼽을 수 있다. 한 가지 책을 읽어도 각양각색의 해석이 나온다. 회원들은 하나의 책을 이야기하는 데 2박 3일도 모자란다고 말한다.
 
회원 장영선(49) 씨는 "혼자 하는 독서는 혼자만의 해석에 갇혀 버린다.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도 내 의식에서 사그라져 버린다. 같이 모여서 이야기를 하면 책이 주는 의미나 가치가 확장된다. 사회를 보는 시각의 폭을 넓힐 수 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평소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지 않았다. 독서모임에 오면 손이 가지 않는 책을 읽을 수 있겠다 싶어 참여하게 됐다. 선택이 좋았다. 책을 읽는 사람에 따라 생각의 차이를 많이 느낀다"고 덧붙였다.
 
회원 최정미(47) 씨는 "책을 읽으면 작품에 온전히 빠져들 수 있다. 이야기를 하기 위해 인터넷에 검색해 보고 생각을 확장시킨다. 집중하다 보니 점점 내공이 생기는 것 같다. 독서모임이 삻에 소중한 활력소가 됐다"며 미소 지었다.
 
정 회장은 중국 철학자인 장자의 말을 빌어 독서라는 행위를 '쓸모없음의 쓸모'라고 표현했다. 그는 "책을 읽는 행위는 단편적으로 볼 때 인생에서 쓸모없을 수 있다. 경제적인 이득을 추구하려고 쓸모 있는 곳에만 집중하면 정신이 피폐해질 수 있다. 쓸모없음에 시간을 투자하면 결국에는 우리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앞으로도 한정적인 사고를 배제하고 다양한 종류의 책을 다뤄 서로 생각하지 못한 사고를 일깨우고 싶다"고 밝혔다. 

김해뉴스 /배미진 기자 bmj@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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