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미경 김해시 문화관광사업소장.

그야말로 천지개벽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말 한마디 덕에 김해와 가야를 둘러싼 모든 것이 변하고 있다. 대통령이 밝힌 "가야사 연구와 복원을 국정과제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는 그동안 한국고대사에서 늘 서자 취급을 받으며 소외당했던 가야문화에 내린 한줄기 소나기였다. 

가야사 복원 지시는 대선 공약의 연장선상에 있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부산·경남 지역 공약으로 김해의 민홍철·김경수 국회의원 등이 대표발의한 '가야 문화권 개발과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비롯한 가야 문화 복원을 제시했다. 김해 등 경남 일대의 가야 유적을 발굴하고, 가야의 왕도였던 김해를 경주나 부여에 버금가는 역사문화도시로 조성하겠다는 게 복안이었다. 처음에는 실현 가능성을 높게 보진 않았다. 선거 때면 늘 있어 온 '공약(公約)' 아닌 '공약(空約)'으로 의심하는 눈초리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달랐다. 지지율 90%에 육박하는 대통령답게 시급한 국정현안을 챙기는 중에도 잊지 않고 국정기획위원회에 가야사 복원 의지를 피력했다. 심지어 가야사 복원을 통해 영·호남 화합을 이루길 바란다는 희망의 메시지까지 담았다. 일반인들은 물론 지역 향토사를 좀 공부했다는 재야사학자들도 잘 모르는 가야고고학의 최신 연구 성과를 정확히 인식한 대통령의 발언이 놀랍기만 하다. 

왜 가야일까? 가야는 한반도 최초의 국제결혼과 남녀평등의 실천, 민주주의와 지방분권의 상징이다. 수로왕의 건국이념은 대통령의 통치철학과 맞닿아 있다. 문 대통령은 "보통은 가야사가 경남을 중심으로 경북에만 미치는 역사라고 생각한다. 광양만, 순천만, 금강 상류 유역에서도 유적이 나오는 아주 넓었던 역사다. 영·호남의 벽을 허물 수 있는 좋은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돌이켜 보면 김해에서 나고 자란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로왕릉과 구지봉으로 소풍을 가거나 뛰어 놀던 기억이 한 번 쯤은 있을 것이다. 그곳이 어딘지 어떤 의미를 가진 곳인지도 모르고, 그냥 스쳐 지나가는 곳이었을지라도 어른이 된 지금까지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우리는 이렇게 해서 역사와 문화를 자연스럽게 배웠다.

역사와 문화는 환경과 같다. 너무도 당연히 오래 전부터 우리를 둘러싸고 그냥 그대로 있어 온 존재이기에 소중함을 몰랐다. 공기질이 나빠지고 물이 오염되고 나서야 그 소중함을 알고 환경보호운동에 나서게 되는 것처럼 조상 대대로 물려 온 문화재들이 훼손되고 나서야 그 가치를 알게 되는 일들이 많다.

가야시대에는 지금의 김해평야 일대가 바다였다고 한다. 가야는 다른 삼국처럼 농경을 기반으로 성장한 국가가 아니었다는 이야기다. 좁은 농경지와 침략을 받기 쉬운 항구의 불리함을 오히려 장점으로 전환시킨 건 가야인들의 지혜였다. 중국뿐만 아니라 인도의 탁월한 제철 기술력을 받아들여 오히려 중국과 일본에 수출하고, 바다를 육지 삼아 교역에 나섰던 가야다. 오늘날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다.

불과 25년 후면 수로왕이 구지봉에 탄강해 가야를 건국한 지 2000주년이 된다. 우리 세대에 범국가적으로 이런 거대한 행사를 할 기회가 과연 또 있을까 생각해 보면 이를 준비하는 작업은 보통 영광스러운 일이 아니다. 시민 모두가, 아니 대통령의 말대로 영·호남이 함께하고 전 국민들이 참여해 지혜를 모아야 할 거대한 프로젝트다. 지역을 초월한 통합 추진기구와 협의체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10년, 20년을 책임지고 뼈를 묻을 각오를 가진 전문 인력을 중심으로 뭉쳐 전 국민은 물론 세계인들이 감동할 수 있게 세밀하게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해 나가야 한다.

가야사 복원사업은 김대중 정부 때에야 겨우 시작돼 노무현 정부까지도 못다 이어진 미완의 사업이었다. 이제 다시 450만 수로왕의 후손과 더불어 영·호남이 힘을 합쳐 인도, 중국, 일본을 아우르는 가야문화를 연구하고 정비하고 복원할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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