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렸던 시절 서민들이 누렸던 여름철 피서는 시원한 우물물을 퍼서 등목하고 하루 종일 우물에 내려 놓았던 수박을 깨 먹거나 시냇가에서 물장구 치고 노는 것 정도였다. 때때로 집 그늘에서 물에 발 담그고 앉아서 책 읽던 기억이 새롭기도 하다. 그 시절이라고 해서 여름이 덥지 않았을 턱도 없지만, 섭씨 30도가 넘어가는 폭염의 날들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고 생각된다.
 
지방에 따라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지금은 폭염주의보나 경보가 발령되는 수준인 섭씨 34~5도를 넘어서는 날도 흔하게 되어 버렸다. 얼마 전에 서울을 중심으로 중부지방에 퍼분 비 폭탄은 우리나라 기상의 역사를 새로이 고쳐 쓰게 하였다. 우리가 흔히 말해온 지구온난화에 따르는 기후변화 내지는 기상이변의 조짐이 너무나 뚜렷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김해지역도 불과 몇 년 사이에 여름철 평균기온이 상당히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근본적인 원인이야 여러 가지이겠지만, 몇 가지만 정리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원래 김해는 광활한 평야지대여서 여름에는 논농사를 많이 지었다. 2009년 경남 창원에서 개최된 람사르 총회에서 주목받은 것처럼, 논은 홍수예방이나 기온조절과 같은 습지로서의 기능이 매우 크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증명되었다. 논농사 면적이 줄어들면서 그 자리에는 고층아파트나 빌딩들이 들어섬으로써 인구가 많아지게 되고, 따라서 자동차를 통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급증했다. 여름철 에어컨 사용이 엄청나게 많아짐으로써 김해지역의 기온, 특히 도심의 기온은 전국 최고 수준으로 치닫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기후변화를 초래하는 측면에서 아주 불리한 여건임에 비하여 김해 시내의 도로에 가로수가 우거지거나 대규모의 숲이나 수목단지가 조성되어 있는 녹색도시의 기반은 너무나 부족한 실정이다. 도심 한가운데에 잘 가꾸어진 나무들이 오염된 공기를 정화하고, 여름철 무더위를 상당히 식혀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은 충분히 입증되고 있다.
 
최근 들어서 환경심리학자들은 쾌적한 생활환경이 주어지거나 집중력을 높일 수 있는 사무실 여건을 만들어 주면, 누구나 몸과 마음이 안정되고 긍정적인 상태로 바뀌면서 능률의 향상이 의미있는 수준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들을 경쟁적으로 입증해 내고 있다. 하나의 예로서, 사원들에게 열심히 하라고만 다그치지 말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졸리는 시간에는 사무실에 라벤다 향을 뿜어주는 시스템을 갖추어 주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이다.
 
인구가 50만 명을 돌파하고 경전철이 운행되는 대단한 도시라는 것을 자랑하기보다는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시민들이 가진 역량을 효율적으로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더 늦기 전에 도시계획에 의해서 도심을 녹색의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려는 구체적인 방안들이 나와야 할 때이다. 물론 그 주도적 역할은 김해시가 맡아야 할 것이다.
 
이 외에도 시민 개개인들이 자신만의 녹색공간을 가질 수 있도록 행정적 편의를 제공하는 동시에 매력 있는 유인정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서, 도심의 건물 옥상을 잘 활용하여 녹색 정원을 가꾸어 가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친다면 도시 전체의 생활환경을 산뜻하게 바꾸어 가는 성과를 얻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옥상 정원을 통하여 혼탁한 대기를 정화하고,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 배출로 인하여 도시가 자꾸 뜨거워지는 열섬현상을 완화시킬 수도 있다. 또 건물이 오래 동안 유지되도록 보호해 주기도 하고, 건물의 냉난방에 들어가는 에너지 사용량을 줄여주는 에너지 절감의 효과까지 얻어낼 수 있다.
 
도시 전체에 수목이 울창해지고, 개개인에게 빠짐없이 작은 녹색의 공간이 주어지는 친환경 녹색도시로 가고자 하는 이 꿈은 반드시 이루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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