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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이끄는 대로 마음 맡기고 무심히 흐르는 구름 따라 가리라’
(13) 거제맹종죽테마파크
수정 : 2017년 06월 14일 (10:45:14) | 게재 : 2017년 06월 14일 10:43:46 | 호수 : 327호 13면 이경민 기자 min@gimhaenews.co.kr


▲ 머리를 맞댄 대나무 사이로 한줄기 가녀린 햇살이 쏟아진다. 푸른 잎사귀에는 사각사각 바람이 스친다.


사각사각 간간이 바람 스치는 한산한 숲
귓가 속삭이는 건 댓잎인지 파도소리인지

가지 못한 길의 미련 모두 내려놓고 돌아서니
내가 대밭을 떠나는지 대밭이 나를 떠나는지



늘 한결같은 모습으로 곁을 지켜주는 이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시사철 푸른 대나무는 바로 그런 '친구'다. 예로부터 군자의 절개에 비유되며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던 식물이다. 대나무가 내어주는 그늘에 앉아 바람에 흔들리는 잎사귀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세상의 모든 근심이 사라지고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을 느낀다.
 
대나무라면 전남 담양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가까운 경남 거제에도 산 하나를 가득 메울 만큼 큰 대나무 군락지가 있다. 김해를 출발해 가락IC를 지나 가덕해저터널, 거가대교를 차례로 건너면 한 시간 만에 거대한 대나무 숲, 거제맹종죽테마파크에 도착한다.
 
맹종죽테마파크는 거제 하청면 와항마을에 있다. 9만 9000㎡ 부지에 맹종죽 3만 그루가 심어져 있다. 1926년 소남 신용우 선생이 경남 모범영농인 대표로 일본에 산업시찰을 다녀오면서 세 그루를 가져와 심은 게 시초가 됐다. 지금은 우리나라 맹종죽의 80%가 이곳에서 자란다.
 
공원 입구에는 '소원담장'이 길게 걸려 있다. 반으로 가른 대나무 한 마디에 방문객의 소원이 적혀 있다. 주로 가족의 건강과 안녕을 비는 내용이다. 그 길을 따라 걸으면 대나무 숲인 '죽림욕장'이 나타난다. 대나무 숲 안쪽의 온도는 주변보다 4~7도 정도 낮다. 산소 발생량이 많아 스트레스 해소, 심신 순화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잠시 죽림욕장의 작은 의자에 기대 앉는다. 평일 낮 대나무 숲은 한산하다. 사각사각 바람이 지나는 소리만 간간이 들려온다. 쭉 뻗은 대나무의 끝을 찾아 눈으로 더듬어 올려 본다. 어느 순간 뻥 뚫린 하늘이 시야에 들어온다. 하늘에 구멍이 난 것 같다. 그 사이로 대나무 큰 키에 가려졌던 햇살이 얼굴을 내비친다. 파란 하늘이 평온한 오후다.
 
죽림욕장을 지나면 '어울죽길'이 펼쳐진다. 여기저기 사방을 둘러봐도 보이는 건 대나무뿐이다. 듬성듬성 대나무 사이로 보이는 빈틈은 지그재그로 어긋난 미로 같다. 미로 찾기를 하듯 길을 따라 걷고픈 충동감이 생긴다. 맹종죽은 다른 곳에서 보는 대나무와는 모습이 조금 다르다. 원산지가 중국 화남지방이며, 키가 10~20m, 지름은 20㎝까지 자란다. 여러 종류의 대나무 중에서 밑동이 가장 굵다.
 

▲ 약간 오르막길을 올라가면 전망대에서 눈을 시원하게 만드는 거제 앞바다를 볼 수 있다.

어울죽길을 걷다 보면 맹종죽의 유래가 적힌 안내판이 보인다. '효'를 뜻하는 '맹종설순(孟宗雪筍)'이라는 고사성어 이야기다.
 
'옛날 중국 삼국시대에 효성이 지극한 맹종이 살았다. 그는 오랫동안 병상에 누워있던 모친을 모셨다. 어느 추운 겨울날 모친은 아들에게 대나무 죽순을 먹고 싶다고 말했다. 아들은 눈이 쌓인 대밭을 찾아 갔지만 대나무 순이 있을 리 없었다. 맹종은 눈물을 흘렸다. 그러자 눈물이 떨어진 자리에 대나무 죽순이 돋아났다. 죽순을 삶아 먹은 어머니는 병환이 말끔하게 나았다.'
 
어울죽길이 끝나면 또 다른 산책로 '사색죽길'이 이어진다. 길 곳곳에는 지친마음을 달래줄 시가 여러 편 걸려 있다. 특히 대나무를 소재로 다룬 시들이 많다. 그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드는 시를 한편 골라 혼잣말처럼 조용히 읊조려본다.
 
'어느 길을 택하든/ 가지 못한 길에 대한 아쉬움과 미련은 남을 터/ 세속의 문답법일랑 버리고/ 자연이 이끄는 대로 마음을 맡기면 되리라/ 바람결을 따라 가만가만 흔들리는 댓잎을 바라보고/ 무심히 흘러가는 구름을 따라 가면 되지 않으랴' (김정순의 시 '대숲에서' 중에서).
 
깊은 숨을 한번 크게 들이 마시고 내쉰다. 풀인지 대나무 향인지 모를 풋풋한 냄새에 머릿속이 맑아진다. 어디선가 아이들이 깔깔대며 웃는 소리가 들려온다.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사색죽길에 있는 그네에서 외국인 가족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맹종죽테마파크에서는 가족 단위로 즐길 수 있는 체험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사색죽길을 지나 안쪽으로 더 들어가면 숲속 레포츠 체험프로그램인 '모험의 숲'이 있다. 그 옆 '죽공방'에서는 맹종족을 이용한 여러 가지 만들기 체험이 진행된다. 두 프로그램은 모두 주말에만 운영된다. 대나무로 만든 미끄럼틀과 악기 등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시설도 곳곳에 배치돼 있다. 어르신들을 위한 죽지압체험길도 만들어져 있다.
 
마지막 코스는 전망대다. 숨이 조금 찰 정도로 비교적 가파른 길을 오른다. 이마에 땀이 살짝 맺힌다. 전망대에는 나무 난간이 설치돼 있다. 난간을 잡고 선다. 탁 트인 거제 앞바다가 눈앞에 펼쳐진다. 올망졸망 모인 이름을 모르는 작은 섬들도 한 눈에 들어온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땀이 절로 식는다. 문득 귓가에 들려오는 댓잎소리가 파도소리를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바다를 보고 자라서 그런가 보다.
 
산에서 내려오는 길에 공원 입구에 있는 홍보전시관에 들렀다. 맹종죽으로 만든 각종 공예품이 진열돼 있다. 대나무를 쪄서 만들었다는 밝은 색 머그컵이 눈에 띈다. 거제맹종죽테마파크 이완순(58) 이사를 만났다. 그는 "사람들이 힐링을 하러 많이 온다. 대나무 바람이 시원해서 여름에 관광객들이 더 많다. 담양이랑 비교하는 사람들이 있다. 담양의 대나무는 비교적 살이 없고 마디가 긴 왕대나무다. 맹족죽은 살이 많고 두께가 두꺼우며 마디가 짧다. 먹는 죽순으로 유명하다"고 설명했다.
 
공원을 나서는 발걸음이 가볍다. 몸도 마음도 한결 편안해졌다. 대나무 숲이 힐링 장소로 각광받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머릿속이 온갖 잡동사니로 가득 찬 날, 또 마음이 괜히 어수선한 날에는 거제도로 가 보자. 늘 한결같은 모습으로 곁을 내어주는 커다란 대나무 숲이 편안하게 기다리고 있다.

김해뉴스 /거제=이경민 기자 min@gimhaenews.co.kr


▶거제맹종죽테마파크 /경남 거제 하청면 거제북로 700.
가는 방법=김해여객터미널에서 거제 고현행 버스를 타고 고현버스터미널에서 하차. 31번 시내버스를 타고 와항마을 정류장에서 하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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