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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끄와 이슬람성원다문화 용광로 김해 속의 무슬림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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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재 2011.08.16 10:44
  • 호수 37
  • 10면
  • 박현주 기자(phj@gimhaenews.co.kr)

방글라데시인 시라줄(32) 씨는 무슬림이다. 하나님께 하루 다섯 번 예배를 드려왔다. 산업연수생으로 김해에 온 지난 2000년 즈음에는 부산까지 예배를 보러 가야 했다. 매주 토요일이면 회사를 퇴근하고 숙소에 돌아와 몸을 씻고, 버스를 세 번 갈아타고 나서도 지하철을 타고 부산 남산동의 이슬람성원을 찾아가면 10시경이었다. 힘들지 않았다. 하나님께 예배를 드리러 가는 길이었기 때문이다. 방글라데시에서 온 친구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150여 명이 되었다. 다른 나라에서 온 무슬림 형제들은 더 많았다. 김해의 무슬림들은 예배를 볼 수 있는 장소를 원했다. 이들의 예배장소 마련을 도운 손길은 '김해 YMCA'와 '박근수내과'였다. 김해에는 현재 옛 김해백화점 근처에 두 곳, 안동에 한 곳, 동상동에 한 곳의 이슬람성원이 있다.

   
▲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고 하나님의 법에 따라 사는 삶의 방식이 이슬람이다.박정훈 객원기자 punglyu@hanmail.net

이슬람은 그리스도교·불교와 함께 세계 3대 종교이다. 전 세계에 걸쳐 약 16억 명의 신도가 있다. 무슬림이 가장 적은 국가 중 하나인 우리나라에도 무슬림은 14만 여명에 이른다. 그 중 4만 여명이 한국인이다.
 
'이슬람' 이라는 단어는 하나님께 복종함으로써 자신의 평화와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모든 것들과의 평화를 이루는 것을 의미한다.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고, 하나님의 법에 따라 사는 삶의 방식이 이슬람이다. 하나님의 말씀을 전해 온 아담, 노아, 모세, 예수, 그리고 무함마드의 삶의 방식을 믿고 따른다.
 
금요 합동예배 위해 모인 무슬림들 과 마음을 정갈히 닦아내고
어깨를 맞대고 나란히 서서 모두가 형제임을 느끼고 있다

고국을 떠나 먼 타국에서 일하지만 국가와 인종을 뛰어넘은 형제애로
그들은 이미 우리의 이웃이었다

   
 
지난 금요일 분성로 317번길 13에 위치한 (재)한국이슬람부산지회 김해분회를 찾았다. 이곳에 김해의 무슬림들이 찾아와 예배를 보는 4곳 중 한 군데인 '따끄와 이슬람성원'이 있다. 금요일의 합동예배를 보기 위해 모여든 무슬림들은 몸을 씻는 것부터 시작한다. 손을 씻고, 입안을 헹구고, 세수를 하고, 팔꿈치까지 씻고, 머리를 가다듬고, 귀를 씻고, 발을 씻는다. 몸도 마음도 깨끗하게 닦아낸 뒤, 발목이 보이도록 바지 아랫단을 단정하게 접어올리고 맨발로 예배당에 들어선다.
 
예배당 안에는 높은 단이나 십자가 같은 종교적 상징물이 없다. 메카가 있는 서쪽 방향에 폭이 좁고 사람 키보다 높은, 입구 형상이 있을 뿐이다. 이슬람성전인 모스크로 들어서는 입구를 연상시킨다. 벽에는 모스크를 아로새긴 벽걸이 카펫이 한 장 걸려 있고, 바닥에도 카펫이 몇 장 깔렸다. 독특한 미적 감각을 가진 이슬람 사원모양의 패턴을 응용한 카펫의 강렬하고 화려한 색상이 인상적이다.
 
스리랑카 무슬림 일리아스(31) 씨가 꾸란을 펼쳐 보여주었다. '꾸란(quran)'은 이슬람교의 경전이다. 예언자 무함마드가 천사 가브리엘을 통해 받은 유일신 알라의 계시를 집대성한 것이다. 무함마드에 의해 암송된 계시는 동료들이 기록했다. 기록된 전체 114장 6천200여 절 중 단 한 글자도 1천40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왜곡·첨삭되거나 바뀌어지지 않았다.
 
예배당 안에 '아잔'이 울려퍼졌다. 하나님을 부르고 무슬림을 모으는 외침이다. 담당 무슬림이 외치는 아잔은 이슬람 특유의 음악적 효과를 가지고 있다. 악보로 기록할 수도 있을 것 같고, 노래처럼 들리기도 했다. 아잔의 내용은 믿음이다. "알라는 지극히 크시도다. 우리는 알라 외에 다른 신이 없음을 맹세하노라. 예배하러 오너라. 구제하러 오너라. 알라는 지극히 크도다. 알라 외에 다른 신은 없느니라." 알라는 아랍어로 하나님을 뜻한다.
 
이날의 예배는 방글라데시인 아크말 이맘(이슬람 예배의 인도자)이 집전했다.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우즈베키스탄,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온 40여 명의 무슬림들을 위해 아크말 이맘의 설교는 아랍어로, 또 영어로 이어졌다. 먼 타국에 와 일하고 있으나 무슬림의 긍지를 잃지 말고, 평화를 사랑하며, 하나님의 가르침대로 살 것을 이르는 내용이다.
 
   
▲ 무슬림은 하나님 앞에서 빈부존귀의 차별없이 모두가 평등하고 고귀한 존재이다.
예배당 안에서 무슬림은 가난한 자나 부자나, 비천한 사람이나 고귀한 사람이나, 지배자나 피지배자나, 무학자나 교육받은 자나, 흑인이나 백인이나를 막론하고 모두 같은 줄에 서서 하나님께 엎드린다. 하나님 앞에서 모두가 평등하고 고귀한 사람이며, 같은 형제이다. 무슬림들은 어깨를 맞대고 나란히 선다. 어깨가 닿을만큼 붙어 있다. 국적이 달라도 무슬림 형제라는 의미도 있고, 예배를 볼 때 악령이 사람사이에 끼어들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도 있다.
 
1시간 가량의 예배가 끝나자 일부 무슬림들은 서둘러 회사로 돌아갔다. 금요일 합동예배를 위해 휴무를 낸 사람, 회사 안의 무슬림 동료들과 주간·야간 예배에 번갈아 참여하기로 한 사람, 점심시간을 이용해 찾아온 사람 등 각자의 상황에 맞게 예배를 보기 때문이다. 안동공단 근처에 예배당이 있는 까닭을 알 수 있었다. 시간이 허락되는 한 어느 곳에 있는 예배당이든 찾아가 하나님을 경배하는 것이다.
 
"지금은 라마단 기간 중이라 예배당 안에 음식이 하나도 없어요. 하지만 찾아오신 손님을 그냥 보낼 수 없으니 잠깐만 기다리세요." 일리아스 씨가 취재를 마치고 돌아서는 기자 일행을 붙잡았다. 곧 음료수 캔과 빵을 사와서 내밀었다. "점심시간이잖아요. 그냥 가면 섭섭해요"라는 무슬림들이 고마워, 금식을 행하는 무슬림들 앞에서 감히 빵을 먹었다.
 
   
▲ 꾸란은 1천400여 년이 지나는 동안 단 한글자도 바뀌어지지 않은채 전승되어 왔다.(왼쪽) 사원모양의 패턴을 사용한 카펫은 독특한 미적 감각을 보여준다.(오른쪽)

예배를 보러 오면 여러 회사에 흩어져 일하는 고국의 친구들도 만난다. 스리랑카 무슬림들은 가장 맏형격인 모머드람산(33) 씨를 둘러싸고 이야기 꽃을 피운다.
 
시라줄 씨도 얼마 전 이 예배당에서 창원에서 일하는 친구를 만났다. 친구의 고향에 사는 아저씨가 아파서 일을 할 수가 없는데, 딸이 결혼을 앞두고 있어 난처한 상황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무슬림들은 각자 얼마간의 돈을 보태어 방글라데시의 힘든 무슬림 형제에게 마음을 전했다. 무슬림들은 '자카(희사)'를 실행한다. 궁핍한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소득 중 약간의 몫을 희사함으로써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재산이 정화된다고 믿는다. 무슬림들은 매년 1년 소득의 2.5%를 희사한다. 시라줄 씨는 "친구의 이웃을 도와준 것은 자카가 아니에요. 그건 누구든지 힘든 사람을 보면 돕는 마음일 뿐이고, 자카는 평생 실행해야 하는 무슬림의 의무입니다"라고 말한다.
 
이종억 한국이슬람 부산지회장은 "국내에 있는 이슬람성원을 낯설고 경계하는 눈길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의 이슬람성원은 순기능만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배를 보러 오는 무슬림들은 형제애, 사랑과 자비와 박애 정신을 지켜가는 사람들입니다. 고국을 떠나 먼 타국에서 일하면서 그 마음을 잃지 않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우리의 이웃입니다"라며 이슬람성원이 다문화사회에 좋은 영향을 가져다주는 곳임을 강조한다.
 
기자는 이슬람이라는 종교를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취재를 하면서 인간의 지극한 믿음은, 어떤 종교의 이름을 가지고 있든 소중하지 않은 게 없다는 걸 또 한 번 알게 되었다. 따끄와 이슬람성원을 나와 길을 걷는데, 곧 수로왕릉 담길이 이어졌다. 수세기 전 먼 아유타국의 공주를 왕후로 받아들인 수로왕이 잠든 곳이다. 21세기 김해 다문화사회를 향해, 김해가 민족과 종교가 다른 사람들을 받아들이고 더불어 살아온 세월이 얼마나 오래인지 수로왕이 다시 일러주었다.
 


Tip  라마단은 '더운 달' 의미, 금식은 '씨얌'이라 불

   
▲ 인간의 지극한 믿음은 어떤 종교이든 모두 다 소중하다.
라마단은 아랍어로 '더운 달'을 뜻한다. 천사 가브리엘이 무함마드에게 꾸란을 가르친 신성한 달로 여겨, 이슬람교도는 이 기간동안 일출에서 일몰까지 의무적으로 금식하고, 날마다 5번의 기도를 드린다. 여행자·병자·임신부 등은 면제되지만, 후에 별도로 수일 간 금식해야 한다. 신자에게 부여된 5가지 의무 가운데 하나이며, '라마단'이라는 용어 자체가 금식을 뜻하는 경우도 있다. 한 달 가량의 이 기간에는 해가 떠 있는 동안 음식 뿐만 아니라 담배, 물, 성관계도 금지된다.
 라마단 기간 동안의 단식을 '씨얌'이라고 한다. 단식의 주 목적은 신앙심의 고양과 정신적인 자기정화인데, 무슬림들은 육체적 정화와 건강도 얻게 된다. 이 기간 동안 스스로 세속적인 욕망을 끊고 인내와 자아성찰, 예배와 기도로 보낸다. 단식으로 인해 무슬림들은 신앙생활의 큰 성장을 이룰 수 있을 뿐 아니라 가난하고 배고픈 사람에 대한 진정한 동정심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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