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국 젊은이들이 량야이 섬을 오가는 요트 선수에 누워 노을을 보며 여유를 즐기고 있다.


100년 전 시노-포르투갈 건축물 즐기고
전망대 카오 랑 오르면 시내 전경 한눈에

요트 타고 바다 가운데서 만난 량야이 섬
맥주에 음악 곁들이면 세상은 까마득히

짚라인, 공중강하 체험 하누만월드 짜릿
 


김해공항을 떠나 여섯 시간 반 만에 태국 푸켓공항에 발을 디뎠다. 공항을 나서자 마자 뜨거운 공기에 숨이 턱 막혔다. 부산에서 출발할 때 '한국보다 미리 여름을 즐기겠구나'라고 생각한 게 오산이었다.

태국은 우기가 막 시작되고 있었다. 푸켓은 태국에서 가장 큰 섬이면서 남부의 대표적 휴양지다. 연간 500만 명 이상의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는다.
 

■ 푸켓 시내
"털털털." 길이 막혀 서 있는 차량 밖으로 히잡을 쓴 여성의 오토바이 소리가 요란했다. 오토바이 앞 바구니에는 꼬마가 편히 앉아 있었다. 도로는 차량으로 꽉 막혔다. 차들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창밖 풍경은 부산하다. 이슬람사원 앞 노점에서는 히잡을 쓴 여성들이 분주히 손을 움직여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오토바이에 탄 사람들은 비닐봉지에 든 음식을 받아 사라졌다.
 
푸켓은 16세기부터 고무와 주석 광산업, 중계무역으로 부를 쌓았다. 중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에서 이주한 광부들이 이곳에 정착했다. 중국와 인도의 해상 교역로여서 유럽과 아랍, 인도 등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푸켓의 역사는 '므앙 푸켓'으로 불리는 시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이곳에서는 서두를 것 없이 뒷짐을 진 채 어슬렁어슬렁 걸어 다니면 된다. 어디를 둘러봐야 할지 모르겠다면, 태국 관광청에서 받은 지도를 펼쳐 탈랑, 야왈랏, 팡응아, 크라비, 쏘이 로마니 등에 볼펜으로 별표를 그려 넣고 길을 따라 가면 된다.
 

▲ 푸켓 그레이스랜드 리조트&스파의 풀장에서 숙박객들이 수영을 즐기고 있다.

파랑, 분홍, 노랑색 건물이 낯선 이방인을 반긴다. 대부분 건물은 중국과 유럽의 건축 양식이 섞여 있다. 100년 이상의 세월을 담고 있는 시노-포르투갈 양식이다. 탈랑과 쏘이 로마니 거리에는 시노-포르투갈 양식의 건물들이 카페, 레스토랑, 게스트하우스, 갤러리, 상점 등으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다. 반 친프라차는 푸켓에서 가장 이른 1903년에 지은 시노-포르투갈 양식의 건축물이다. 2층 건물 중 1층은 관광객에게 공개하고 있다. 바닥에 깔린 대리석, 손때 묻은 가구, 벽면에 걸린 빛바랜 액자들이 100년 전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아기자기한 푸켓 시내를 한 눈에 담고 싶다면 올드 타운의 북서쪽에 있는 나지막한 언덕 '카오 랑'으로 가면 된다. 전망대를 갖춘 카오 랑은 푸켓이라는 이름이 만들어진 곳이다. 말레이어로 '부킷'은 언덕이라는 뜻이다. 카오 랑을 '부킷'이라고 부르던 게 오늘날 푸켓이 됐다.
 
카오 랑에 서면 레고 블록을 나무 숲 틈틈이 끼워 넣은 것같은 낮은 건물들과 짙푸른 바다가 눈앞에 펼쳐진다. 퉁카 카페는 1973년부터 영업한 카오 랑의 대표적 레스토랑이다. 오징어를 튀겨 마늘 소스에 찍어먹는 '플라묵톳카티아', 얇은 국수 면발 위에 게살 카레를 부어먹는 '캥 푸'를 맛보며 올드 타운의 노란 조명을 즐기는 재미가 쏠쏠하다.


■ 헤븐 푸켓 마리나
푸켓 북쪽의 요트 전용 부두 '헤븐 푸켓 마리나'는 20대 젊은이들로 북적였다.
 
태양이 가장 높게 떠오르는 시간. 요트 투어에 나선 관광객과 현지인들은 바다를 향해 일렬로 정박한 수십 척의 요트를 지나 '하이프 요트'에 올랐다. 신발을 벗어 선착장에 가지런히 둔 뒤 맨발로 올라가야 한다. 맨발이 됐을 뿐인데 답답한 일상에서 벗어난 기분이다.
 
요트는 그야말로 젊음으로 가득했다. 태국, 중국 등에서 온 다양한 젊은이들이 에너지를 내뿜었다. 요트 한가운데는 젊은이들의 패션쇼 무대로 변했다. 비키니, 원피스 등 다들 가져온 옷만 여러 벌이다. 하늘은 잔뜩 찌푸렸다. 샌드위치와 과일 음료로 배를 채우고 푹신한 매트리스에 누워 눈을 감으니 지상낙원이 따로 없다. 얼굴을 스치는 바람에 절로 잠이 찾아왔다.
 
요트는 3시간동안 파도를 가르다 바다 한 가운데에 닻을 내렸다. 하얀 백사장과 낮고 푸른 나무들로 가득한 량야이 섬이 눈앞에 나타났다. 보트를 타고 섬으로 들어갔다. 섬은 한가롭다. 밀려오는 파도 거품과 고운 모래 입자가 발가락 사이를 간질였다. 맨발로 해변을 걷다 의자에 앉았다. 다른 관광객들은 맥주 한 병을 들고 바다에 몸을 맡겼다.
 
돌아오는 요트는 선상 파티장이었다. 보라색·녹색 조명이 깜박거리고, 디제이가 들려주는 전자음악에 맞춰 다들 악보의 음표처럼 몸을 비틀었다. 시커먼 먹구름 사이로 붉은 석양이 작열했다. 요트 투어는 1인당 11만~15만 원으로 이용할 수 있다. 요트 예약은 하이프 보트 인터넷 홈페이지(hypeboatclub.com)에서 하면 된다.
 

▲ 푸켓 시내인 올드타운.

■ 하누만 월드
밀림에서 타잔이 돼 보는 짚라인 타기에 나섰다. 지난해 문을 연 푸켓 남쪽의 하누만 월드로 가면 된다. 푸켓 올드타운에서 약 6㎞ 떨어져 있다. 월드 A코스를 체험했다. 플랫폼 30곳을 이동하면서 짚라인 17차례, 20m와 40m 높이에서 떨어지는 공중강하 3차례를 경험한 뒤 아찔한 나무 사이의 나선형 계단을 이동하는 코스로 이뤄져 있다. 식사를 포함해 총 3시간이 걸린다. 체험비는 1인당 약 12만 원이다.
 
안전모와 안전장비를 착용한 뒤 10분을 걸어 정글 속으로 들어갔다. 나무 위 플랫폼에 오르자 심장 박동 수는 늘어나고, 온몸이 찌릿해졌다. 안전요원의 설명을 듣고 자신 있게 손을 들어 일행 중 가장 먼저 짚라인 타기에 나섰다.
 
출발지점 앞에 서자 자신감은 어디 갔는지 발이 플랫폼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눈을 질끈 감고 뛰어내렸다. 저절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여러 개의 플랫폼을 거친 뒤 길이 350m의 짚라인 앞에 섰다. 안전요원이 '슈퍼맨에 도전할 사람'을 찾는다. 호기롭게 도전했다가 눈도 뜨지 못하고 비명만 질러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두려움은 즐거움으로 변했다. 40m 높이의 나무에서 뛰어내리는 공중강하도 짜릿하다. 1시간 가량 짚라인 체험이 끝나면 스카이 워크가 기다리고 있다. 높이 30m인 나무들 사이를 연결한 길을 약 200m 가량 걷는 코스다. 짚라인의 경우 우거진 수풀 덕분에 얼마나 높인지도 모르고 즐겼다면, 스카이 워크는 맨 몸으로 높은 나무 사이를 걸어야 한다. 두리안, 잭플룻 등 열대과일이 주렁주렁 달린 나무를 구경하다 발아래를 보면 눈이 아찔하다. 예약은 하누만 월드(hanumanworldphuket.com)에서 할 수 있다.
 
김해뉴스 /푸켓(태국)=김예린 기자 beaurin@gimhaenews.co.kr


▶푸켓 비행 스케줄/ 타이항공은 김해공항에서 아침에 떠나 밤에 돌아오는 비행 스케줄을 운영한다. 김해공항~방콕 구간을 월, 수, 목, 금, 일요일에 주 5회 운항한다. 푸켓으로 갈 때는 김해공항에서 오전 8시 30분에 출발하면 방콕에는 오전 11시 50분 도착한다. 이어 방콕에서 오후 2시 5분 출발하면 오후 3시 25분 푸켓에 도착한다. 거꾸로 김해로 돌아올 때는 푸켓에서 오후 8시 35분 출발해 방콕에 밤 10시 도착한 뒤), 다시 방콕에서 새벽 0시 5분에 출발해 김해공항에는 오전 7시 10분에 도착한다.


※이 취재는 태국관광청, 타이항공 부산지점, 푸켓 그레이스랜드 리조트&스파의 협찬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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